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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만다 Oct 20. 2023

#6. 지상 낙원 첼암제

여기만 올 걸 그랬나봐

"으아아아악!!"



숙소가 떠나가라 소리지르는 남편과 대조적으로 나는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 여행오던 날 아주 작게 남편 눈 옆에 났던 뾰루지가 이제는 검지 손톱만큼 커져 버렸다. 뾰루지 때문에 아파하는 남편을 보더니 아빠는 대뜸 본인이 짜주겠다고 했다. 내가 짜주겠다고 했으면 팔팔 뛰며 거절했을 남편인데, 장인어른이 짜준다고 하니 차마 싫다고는 못하고 그렇게 얼굴을 아빠에게 맡겼던 것이다.



"으으으"



눈에는 눈물이 맺힌 채 흐느끼는 남편을 옆에 두고 아빠는 말했다. "아, 더 짜야 하는데"



어제 오스트리아 첼암제에 도착한 이후 가족 모두가 기분이 좋았다. 기차만 8시간을 타고 오느라 지쳤었지만, 기차에서 내린 후 맞이한 풍경은 그간의 피로를 한방에 날리기에 충분했다. 마을은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게 꼭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했고, 시야가 확 트이는 첼 호수는 '이곳이 바로 지상 낙원이구나' 싶었으니 말이다.



조식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우리는 버스비를 내지 않고, 대신 '썸머카드'라는 것을 버스기사에게 보여 주었다. 우리 가족은 첼암제에 있는 3박 4일 동안 이 '썸머카드'를 아주 뽕 뽑을 만큼 잘 썼는데, 썸머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케이블카도 무료, 지그문드 툰 협곡 입장료도 무료, 첼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유람선도 무료였다. 이렇게 버스도 무료로 타고,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썸머카드. (*썸머카드는 첼암제-카푸룬에 있는 일부 숙소에서 묵으면 숙박 인원 수만큼 무료로 제공된다.)



버스를 타고 15분쯤 가다가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내린 후 곧바로 케이블카에 올랐다. 우리는 좁은 케이블카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했다. 엄마는 연신 "우와~" 하고 감탄사를 터트렸고, 아빠는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사진 찍기 바빴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시큰둥해하던 동생도 '슈미텐회에'에 가는 풍경은 마음에 들었는지 밑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마저도 반가워했다. "오, 저기 소 있다!"



고소공포증이 살짝 있는 남편은 눈을 떴다가 질끈 감고, 다시 살짝 뜨기를 반복하며 덜덜 떨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남편이 걱정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빠, 아래를 보지말고 저 멀리 바라봐바.", "하나도 안 무서워!" 그런 내게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보라던 남편은 시간이 좀 지나자 적응했는지 뒤를 돌아 봤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며 경치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걸 설치할 생각을 했을까? 너무 신기하다."



줄 하나에 매달려 올라가고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신기했는지 엄마가 말했다.



"아니, 이 사람이. 이 정도는 쉽게 하지." 아빠가 설치한 것도 아니면서 괜히 엄마에게 핀잔을 주는 아빠였다. 핀잔 섞인 대화였지만 엄마, 아빠가 분명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다 카페가 하나 있길래 들어가 음료를 주문하고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 사람들은 뭐하면서 먹고 살까?"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 주문을 받는 종업원, 그리고 테이블 너머 보이는 첼 호수와 마을을 번갈아 바라보다 아빠가 말했다. 아빠한테서 이런 류(?)의 질문을 듣는 건 처음인지라 조금 놀라기도 하고, 나도 좀 궁금해 곰곰히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아무래도 관광업 아닐까요? 온 마을에 크고 작은 호텔과 식당이 많은 걸 봐서는요."



그것 말고 뭐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표정의 아빠였다.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된 건지, 아침마다 등산을 다니는 습관 때문인건지, 아빠는 다른 가족들이 자고 있던 오늘 아침 일찍 나와 호숫가를 산책하고 왔다고 했다. '이민이라도 생각하는 걸까?' 아빠는 이 마을이 어지간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감정이 풍부한 엄마는 '슈미텐회에'에 있는 내내 말끝마다 '행복하다'고 했다. 동생은 주문한 맥주가 정말 맛있다며, 커피만 시킨 내게 한 모금 마셔보라고 거듭 권했다. "누나, 이것 좀 마셔봐. 정말 맛있어."



버스를 타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길, 심심해 열어본 내 휴대폰의 사진첩은 오늘 찍은 가족들의 사진들로 가득 했다.










K장녀의 (동)유럽 가족여행 다섯 째 날 코스



슈미텐회에


슈미텐회에에서 찍은 사진



첼암제를 감싸고 있는 해발 1,965m의 산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첼암제에 있는 케이블카들은 포르쉐가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포르쉐 가문이 첼암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첼암제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그냥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는데, 겨울에는 스키를 탈 수 있는 듯하다.



Franzl


<Franzl>에서 마신 라떼



슈미텐회에에 오르면 갈 수 있는 레스토랑. 첼암제가 바로 보이는 테라스 좌석이 있고, 실내 좌석도 있다. 음식도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던 곳이고, 무엇보다 뷰가 끝내줬다.



Strandbad Zell am See (실외 수영장)


실외 수영장과 첼 호수



오후에 방문했던 실외 수영장. 호수에도 들어갈 수 있으나 물이 아주 차가워 나는 발만 담그고 나왔다. (남편은 3초 정도 몸을 담갔다가 뛰쳐 나왔다.) 썸머카드가 있으면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락커 비용은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락커 비용은 2023년 6월 기준 하나 당 2.5유로.

 


Deins & Meins


우리가 주문한 음식 1


우리가 주문한 음식 2



저녁 식사를 했던 곳이다. 음식이 맛있었고 양도 많았다. 직원들도 아주 친절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번 여행 중 우리가 갔던 음식점의 직원들이 모두 친절했다. 엄마와 아빠는 스테이크를, 남편은 파스타를, 동생은 소고기 누들 스프, 나는 구운 감자와 새우, 샐러드 한접시가 추가로 오는 채식 메뉴를 주문했다.



가족 유럽여행 꿀팁!


No. 4. 여행지 중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곳 한 곳은 꼭 추가하기

- 부모님들 카카오톡 프로필이 꽃과 산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자연을 아주 좋아하신다는 걸 첼암제에 가서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어요. 부모님 뿐만 아니라 저와 남편, 동생도 정말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 곳이었어요. 맑은 공기, 깨끗한 하늘, 탁 트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한 번쯤 방문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여행을 다녀온 후 부모님 카톡 프로필 사진은 모두 첼암제에서 찍은 사진으로 바꼈답니다.)





*<K장녀의 (동)유럽 가족여행> 첫 편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manda/95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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