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가 애정 하는 밴쿠버 음식들

by 하만다

데이 오프 날 친구와 여유 있게 즐겼던 그리스 음식, 빡세게 일하고 돌아온 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포장해 와 먹은 샌드위치, 친구들에게 멋들어진 한국의 맛을 대접하고 싶을 때 데려갔던 한식집. 밴쿠버에서 한없이 그리운 집 생각을 조금은 덜 나게 해 주었던, 내가 애정 하던 밴쿠버 음식점을 소개한다.


1. Stepho’s: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든지 가도 좋은 정감 있는 그리스 음식점


사귄 지 6개월 만에 견우와 직녀 마냥 떨어져 지내게 된 남자 친구가 밴쿠버로 놀러 왔을 때 처음으로 데려갔던 음식점이 Stepho’s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해서 이 음식점 앞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곤 했다. 저녁 시간에 가면 가게 안은 테이블의 촛불과 어두운 조명으로 간신히 불을 밝히고 있었는데, 나는 그 분위기가 포근하게 느껴져 좋아했었다. 기분이 꿀꿀하거나 울적할 때 꼭 들러서 내 기분을 스스로 달래고는 했다. 여전히 유학생들에게도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곳이다.


Lamb souvlaki, pita bread, greek salad, kalamaria dinner. 푸짐하다.


인기 메뉴는 그리스식 꼬치 요리인 수블라끼와 오징어 튀김인 깔라마리 디너지만 라자냐나 피타빵과 함께 나오는 스테이크도 정말 맛있다. 여럿이 가서 이것저것 함께 맛보면 좋다.


2. Mom’s grilled cheese truck: 나른한 오후엔 아트 갤러리 앞 푸드트럭에서 치즈 듬뿍 샌드위치를.


밴쿠버 다운타운을 돌아다니면서 치즈가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푸드트럭이다. 나는 Robson St.에서 이 푸드트럭을 우연히 만났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classic menu가 $8) 트럭 앞에 사람이 붐비길래 별 망설임 없이 샌드위치를 사 먹었었다. 맛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파니니처럼 그릴에 구워 나오는 샌드위치라 따뜻하고 양껏 들어간 치즈가 정말 고소했다. 크기가 크고 한 손으로 들고 먹기도 버거울 정도다.



게다가 가게 이름이 Mom’s grilled cheese truck이라니 너무 정감 있지 않나. 한 번 맛본 그 샌드위치로 나는 이 푸드트럭의 단골손님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가끔 학원 끝나고 들러 샌드위치를 사 가지고 바로 앞에 있는 Art galary 계단에 앉아서 뜨끈뜨끈한 엄마표 샌드위치를 먹곤 했다. 웬만한 수제버거보다 훨씬 맛있다.


Classic menu는 빵과 치즈를 고르면 주문 끝. 양파나 베이컨는 추가 금액을 내면 넣을 수 있다. 샌드위치 아래에는 감자칩이 깔려있고 피클도 함께 준다. 엄마 마음처럼 넉넉하다.


3. Rio: 더위로 지쳐 기운 없을 땐 부위별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는 all you can eat 브라질 음식점


‘#4. 개성만점 내 친구들’ 편에서 소개한 일본계 브라질 친구 펠리페가 소개해준 음식점으로, 브라질식 바베큐를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식당 한 켠에는 샐러드바가 있다. 이 샐러드 바에는 브라질식 콩 요리인 Feijoada도 있는데 흡사 팥죽 같은 비주얼에 부드럽고 담백 깔끔한 맛이 처음 먹는 사람도 먹기에 부담이 없다. 펠리페는 고기도 고기지만 다른 식당에서 맛볼 수 없는 이 Feijoada를 먹으면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곤 했다.


샐러드 바에서 접시에 취향껏 음식을 담아와 먹다 보면 서버가 다가와 커다란 꼬치고기를 가져와서 고기 종류를 말해주고 맛보겠냐고 물어본다. 손님은 맛보고 싶은 고기일 경우 잘라 달라고 하고 양이 부족할 경우 더 달라고 할 수도 있다. 고기를 종류별로 계속 서빙하기 때문에 조금씩 여러 종류를 먹어 보는 게 좋다. 고기를 그만 먹고 싶을 경우 테이블 개인 접시 위에 있는 종이를 ‘I give up’쪽으로 뒤집어 놓으면 된다.


취향껏 담아온 접시에 자리를 차지한 Feijoada.


가격은 런치일 경우 개인당 $21.95. 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맛있는 브라질식 바베큐를 양껏 먹을 수 있으니 먹고 나면 돈이 아깝지 않다. 음식점은 스탠리 파크 근처에 Denman St.에 있어서 배불리 먹고 공원 한 바퀴 돌면 ‘행복 별 거 아니다.’ 라고 느끼게 된다.


4. 수라(Sura): 친구들에게 한국의 맛과 멋을 자랑하고 싶을 때는 Robson St.의 수라로.


나는 한식이 먹고 싶을 때면 집에서 요리를 하곤 했다. 어려운 건 아니고 만둣국이나 돈부리같이 한 그릇 음식을 주로 해 먹었다. 치킨이나 삼겹살처럼 집에서 해 먹기에 다소 곤란(?)한 음식은 한국 음식점에 가서 먹기는 했지만 주로 집에서 밥을 해 먹었다. 여유 시간이 많아 요리를 할 시간적, 심적 여유도 있었고 집 앞 마트에서 재료를 사 와 레시피를 보고 하나씩 하나씩 순서대로 하다 보면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도 재미있었다. 제법 사 먹는 음식처럼 맛을 내는 것도 신기했다.


수라의 음식들. 내 사랑 감자전도 보인다.


이런 내가 한정식을 먹으러 가는 음식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이곳 수라다. 어학원 친구들이나 팀홀튼 동료들이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면 주저 없이 데려갔던 음식점이다. 맛도 맛이지만 깔끔하고 예쁜 접시 위에 올려진 음식이 눈을 즐겁게 해 줄뿐더러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취향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주로 친구 다여섯명과 함께 가서 부침개, 보쌈, 잡채부터 만두 탕수, 궁중 떡볶이까지 다양하게 맛보았다. 친구들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스리슬쩍 내 취향도 보태 주문하곤 했다. 다들 맛있게 먹었으니 일석이조, 일거양득 아닌가!


타지에서 하루 종일 영어에 치이고, 일에 치이면서 몸과 마음도 지쳤을 때,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던 밴쿠버 음식들. 한국에서도 여전히 힘든 일상에, 오늘은 밴쿠버의 음식들로 위로받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