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주말 &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대학교 새내기이던 시절, 주말에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동아리 선배가 그만두면서 소개해 준 자리였다. 동네 빵집이었지만, 맛있기로 소문이 나서 꽤 성황이었던 빵집이었다. 빵집 아르바이트는 빵을 진열하고 계산하는 것이 전부일 줄 알았는데,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첫날엔 우선 빵 수십 개의 이름을 외우고 포스기 사용법을 배웠다. 포스기 사진을 찍어 퇴근하고 나서도 외웠다. 그래야 계산도 가능하고, 제자리를 찾아 진열도 가능했으며, 무엇보다 고객들의 질문에 응대를 할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맛보라며 남은 빵을 싸주셨다. 복지 최고! 하나씩 맛보며 어떤 빵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할 수 있도록 나만의 답변을 만들었다.
오전 8시, 출근을 하면 부엌에서 빵을 만들고 계시는 사장님과 직원분들께 인사를 하고 머리를 묶는다. 진열대와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기 시작한다. '진열대'라고 했지만, 트레이와 집게 등 파고들면 끝도 없다. 청소를 하고 나면 부엌에는 따끈따끈한 빵이 칸칸이 쌓여 있다. 이 빵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고, 고객들이 정보를 얻기 쉽게 명찰을 달아준다.
그러고 나면 어느덧 오픈 시각이다. 블라인드를 걷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계산하고, 빈 진열대를 채우고, 트레이와 집게를 닦고, 틈이 나면 시식용 빵을 먹기 좋게 잘라 준비한다. 시식용 빵을 먹고 나면 손님들의 트레이 위에는 그 빵이 놓여있었기에 부지런히 잘랐다. 퇴근 시간까지 쉴 틈 없었지만 간혹 쉴 틈이 생기면 바닥을 닦았다.
오후 2시가 넘으면 진열되어 있는 빵을 포장하기 시작한다. 마감 아르바이트는 청소가 대부분이라 빵을 미리 포장해 놔야 혹시 모를 먼지로부터 빵을 보호할 수도 있고, 계산하는 것도 편하고 빨라진다.
빵집 아르바이트에서 수면 아래 감춰진 것은 '수십 종류의 빵'이었다. 어떤 빵은 눌리면 모양이 망가져서 조심스레 다루어야 하고, 식빵마다 자르는 크기와 방법(기계/손)도 달랐다. 크기나 모양, 크림의 유무에 따라 포장하는 방법도 달랐고, 고객에게 안내해야 하는 주의사항도 달랐다. 게다가 포인트 제도와 할인 규칙까지! 퇴근을 하고 나서도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해야 했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안내하고, 빵 맛을 표현하며 추천도 해드릴 수 있었다. 단골 고객과는 인사하며 눈만 마주쳐도 바게트를 원하시는 크기로 자동으로 잘라드리는 경지가 되었다.
대학교 새내기이던 시절이라 고등학생 시절의 습관 그대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 시간표를 만들었었다. 여행 자금을 위한 목표 금액에 도달하려면 주말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다가 교내 구인구직 페이스북에 올라온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았다. 이거다 싶어 바로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일을 시작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포스기 버튼을 몇 번 누르는 것이 전부일 거라 생각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정산으로 시작한다. 현금이 전산과 맞는지 확인하고 나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기숙사로 향하는 학생들을 상대한다. (기숙사 통금 시간이 없었다.) 중간중간, 그리고 새벽 4시 이후,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 창고에서 제품을 가져와 진열대를 채운다. 선입선출은 기본이,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날짜가 지난 제품은 폐기처리를 한다. 기사님께서 쌓아놓고 가신 삼각김밥과 도시락, 우유 등의 개수를 확인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퇴근하기 1시간 전쯤. 매장과 전자레인지를 청소하고, 음식물을 포함한 쓰레기를 치운다. 시작과 마찬가지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끝은 정산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수면 아래의 일은 어마어마한 물량이었다. 교내 기숙사 편의점의 물량은 정말 어마무시했다. 게다가 시험 기간에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교내에 위치한 덕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힘든 점 중 하나인 진상 고객을 상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신적인 노동까지 더해진다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두 아르바이트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수면 아래의 빙산이 있을 거라는 것을 각오하며 지원했다. 시대가 바뀐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조금 더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인지, 요즘은 뭐든 각오하고 있다는 태도보다 수면 아래의 업무도 미리 파악(직무 이해)하고 오길 바라는 것 같다.
편의점 근무 요일은 화요일과 목요일, 근무 시간은 새벽 2시부터 8시까지였다. 오후 10시까지 과제와 조모임을 끝내고 새벽 1시 30분까지 자고 일어나 2시에 출근을 했다. 아침 8시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9시 수업을 갔다. 강의실에 누구보다 빨리 가서 30분 정도 자고 일어나 오전 수업을 들었다.
그때는 힘든 줄 몰랐다. 잠을 쪼개어 자도 회복할 만큼 젊기도 했지만, 여행을 가기 위한 과정이었기에 그냥 했었다. 이 학기에 받은 학점이 전 학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학점이었으니 인생에서 정말 열심히 살았던 시기였음이 틀림없다. 덕분에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말을 어린 나이에 직접 겪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