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하지 아니 하~며
지옥의 문 위에서 지옥을 바라보며 번뇌하는 단테.
생각하는 사람. 나는 단테라고 단정 짓는 문서만 봐서 단테라고 확신했는데, 로댕이라는 사람도 있고 여러 의견이 많다고 한다. 확실하게 로댕이 이 생각 하는 사람은 단테요라고 말한 적은 없고 추측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열 번이나 넘게 읽고 단테와 1년간 꼬박 함께 생활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 지옥 여행을 하는 단테라는 추측에 신빙성이....
입 다물자.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아플 시에 정부는 물론 같은 지역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타임라인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 등의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감염속도는 기즈모 분식 능력만큼 빠른 것 같다. 다행히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무증상이거나 크게 아프지 않고 지나간다고 하니, 올해가 고비일 듯싶다. 내년에는 풍토병으로 사라지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20살 시절을 떠올려보니 18년 전이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나. 나는 아직도 스무 살 같은데 말이야. 아니야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거울을 보면, 그리고 나를 비추는 일기장을 보면 나 많이 성숙했구나 어른이 되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지만 옛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 나는 여전히 스무 살인 것 같단 말이지. 옛 친구와 나누는 대화가 시간 여행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80세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만나면
"야 너는 진짜 어떻게 그렇게 그대로냐?? 하나도 안 늙었냐??"를 반복하는 것일 테다. 나도 그럴 것이고.
미성숙했던 그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면서 그땐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말과 함께 아쉬움도 나누었다. 그리고 현재를 서로 토닥여주었다. 미래를 응원하면서. 이런 사소한 누구나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가 나는 문득 애틋해졌다.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여전히 건강하게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 기쁘다.
책 읽고, 글 쓰고, 필사하기가 나의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일하는 시간 빼고 대부분의 시간을 활자와 함께 보낸다. 그리고 활자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수록 활자를 사랑하는 진심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인지한다. 가끔 어른들은 이런 말을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을 잘 안 읽는 것 같아..라고.
아니다. 젊은 사람들 진짜 책 많이 읽는다. 활자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렇게 활자를 사랑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도 알지 못했을 테지.. 나의 시절보다 더 현명하고 올바른 인성으로 자신의 미래를 똑바로 본다. 그리고 현재를 거침없이 걸어간다. 대단하다 느낀다. 저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이 당당한 십 대 혹은 이십 대 초반의 친구들은 주변에 어떤 어른들과 친구들이 함께 하였기에 저럴 수 있었을까 싶고, 나는 여전히 어른답지 못한 모습에 실망하면서 오늘도 또 반성한다.
감정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 큰 자괴감을 느낀다. 정말 어른답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롭다. 언제나 차분한 상태의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나는 아직도 많이 서두르고, 짜증을 참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을 하며 또 번뇌에 빠진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화를 통해 풀었음에서 불구하고 찝찝함이 남는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자.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우니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좀 더 나아진 나를 칭찬하도록 해야겠다. 또 그렇다고 해서 많이 다그쳐서 자기혐오에 빠지면 안 되니 말이다. 무엇이든 어떤 상황이든 건강하게 대처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올해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연옥에 자주 나오는 단어 '교만'을 접하니 합창부 시절에 불렀던 노래가 생각이 나네.
교만하지 아니 하며~ 불의 기뻐하지 아니 하니~
교만하지 말 것. 질투하지 말 것, 불의에 기뻐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