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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 Oct 26. 2020

언제까지 초보로 살 텐가

초보라서 행복해요




산에 말꼬리 구름이 예쁜 오늘이다. 나는 요리를 못한다. 몇 번 해봤지만 남편의 격려에도 불구 확실히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요리란 재료를 사고, 손질하고, 만들어 낸 후 10분에서 20분 안에 그릇을 비우고 설거지까지의 과정이 모두 속한다고 생각한다. 쏟아져 나오는 레시피에 어찌어찌 따라 흉내는 내지만, 레시피만 있다고 다 요리가 맛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남편은 요리사인데, 오일 파스타를 정말 잘한다. 친구가 레시피 좀 알려달라는 말에 남편은 이렇게 답했다. "그게 레시피 문제가 아닌 데에." 그렇다. 그리하여 가여운 나의 남편은 집에서도 요리를 자주 한다. 여성스러운 것, 여자가 요리를 당연해해야 하는 것. 그런 편견 없다. 그래도 서로 음식을.해주면 좋으니까 지금도 시도중이긴 하지만 힘든 일이다. 그로인해 남편에 대한 존경심은 확실히 더 늘었다. 호주는 어쨌든 한국보다 외식하기에 돈이 많이 들고 장을 봐와서 먹는 것이 가계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딱히 사 먹을만한 것도 없다. 한식도 밖에서 사 먹는 것은 질리고, 레스토랑에 가면 기름진 것들 투성이라 암내만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칼질을 당연히 못 한다. 이러쿵저러쿵한 사연으로 간단하게 칼질을 필요로 하는 일을 잠깐 한 적이 있다. 처음 갔을 땐 내가 만드는 것이 돈을 받고 판매가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되고, 버리지 않으려 집에서 하던 칼질과는 다른 긴장감으로 일을 했다. 훈련을 하면 어느 정도의 선까지는 누구나 실력이 늘게 돼있다. 칼질도 그랬다. 칼질이 조금 나아진 시점에 내게 칭찬을 건네고 싶었던 그분이 말씀하셨다. "칼질 많이 늘었네, 처음에는 진짜 어처구니가 없더구먼, 그 나이 되도록 칼질을 못한다는 게 말이나 돼?" 와우!!!!!!!!!!!! 세상 꼰대 문장이었다. 나의 삶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오만방자한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그래서 이해하지 않기로 한다. 워워 조금 마음을 진정시키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선택권이 넓어지면 처음 하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 카디비는 돈을 많이 벌어서 비싼 차는 많지만 운전면허증이 없다고 한다. 그녀에게 차를 소유하는 일은 이동수단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못 한 사람들도 있고, 누군가는 이민 올 때 배를 타고 호주까지 건너온 사람도 있다. 전해 들은 이야기인데, 아는 언니의 자녀의 친구가 "넌 여기 올 때 비행기 타고 왔어?"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또 '그럼 당연히 비행기 타고 오지 그럼 배 타고 와? 깔깔깔깔' 그런데 진짜 배를 타고 건너왔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탈룰라. 그리고 순간적으로 너무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아는 세상이 다가 아닌데, 그렇게 잘났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내겐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보다 잘난 사람들에게만 대입시킨 것은 아니었나. 또 한 번 겸손해지는 순간이었다. 인터넷에 접속해 얻고 싶은 정보를 치면 웬만한 것은 전문가들로부터 아주 쉽게 정보를 획득할 수가 있다. 그런 세상이다. 그 속에서 처음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어쨌든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나이와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그러니 처음이란 단어에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주책이라도 도전해서 기쁜 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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