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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26. 2023

예쁘고 달달한 것보다 살짝 변태 같은 맛이 취향일지도?

몰랐던 칵테일 취향 개발하기

군대시절 나의 소대장은 한국 인디밴드나 외국의 정체 모를 음악들을 좋아했다. 당시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중대장님에게 CD를 인가받고 군내로 들여와 들어야만 했다. 인가받지 않은 cd나 기타 음원들은 함부로 들을 수 없었다. tv에서 나오는 대중음악에만 열광하는 우리를 위해 소대장은 각종 한국의 인디음악과 어렵게 느껴지는 외국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라디오헤드나 다프트펑크 같은 것들이었다.


그 당시 그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한국사회는 취향이 너무 편중화 되어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좁아"


한국의 칵테일도 마찬가지이다. 80년대 90년대 유행했던 웨스턴바, 플레어바, tgi프라이데이에서는 사워믹스와 과일주스를 기반으로 형형색색의 시럽을 주로 이용한 칵테일들이 대세였다. 그때는 분명 강렬했으리라.



그러나 그때의 레시피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당시 젊음을 즐겼던 기성세대들은 '그것들만'이 칵테일의 전부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대중적으로 비춰지는 칵테일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아직도 빨강파랑초록의 컬러풀한 음료와, 파인애플잎과 우산, 빨대가 꽂혀있는 칵테일이다.


물론 bar에 익숙하고 자주 즐기는 이들에겐 불바디에나 다이커리 진피즈 맨해튼 올드패션드가 익숙할 테지만 이것들을 잘 아는 사람은 내 생각엔 10명에 1명 꼴도 되지 않을 것이다.




업계에는 'Sam Ross'라고 하는 유명한 바텐더가 있다. 모던 클래식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하며 그의 칵테일 레시피는 현재 전 세계는 물론 국내의 바텐더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며 사랑받고 있다. 한국의 칵테일 변태들을 양성하는데 큰 이바지를 하기도 했다


그의 독특하고 재미난 레시피는 현재 대부분의 바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응용되고 연구되어 그의 레시피를 참고한 칵테일이 넘쳐난다. 현대적이기도 하고 옛스럽기도 한 샘로스의 광범위한 영역의 칵테일은 정말 매력적이다.



샘로스의 대표적인 칵테일 '페니실린'


교과서에 나올법한 클래식 칵테일들이 슬슬 질려가는 사람이라면 샘로스의 칵테일을 즐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소개를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모던클래식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받고 있는 <페니실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피트위스키와 생강의 조화가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맛을 낸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꽤나 자극적이고 어렵게 느껴지는 맛 일수도 있지만 그 마성의 매력은 이 칵테일의 현재의 명성으로 이미 증명되었다. 호불호가 있는 맛이라고 소개되기도 하지만 새콤달콤함과의 밸런스도 좋기 때문에 이 정도의 난이도는 반드시 경험해 보아야 하는 칵테일이다.



구조는 위스키사워를 포함한 기타 사워류의 칵테일과 동일하다. 


- 위스키 + 시트러스 + 당 


이 공식에서 약간의 변형을 주어


- (위스키and피트위스키) + (레몬주스) + (허니진저시럽)


이 정도의 공식이 되겠다.


허니진저시럽을 조금 뜯어보면 꿀과 생강으로 만든 시럽인데, 보통은 생강즙에 설탕을 섞어만든 생강시럽에 꿀을 첨가하여 만드는 형태가 많다.


설탕을 전혀 포함하지 않고 꿀만 사용할 수도 있고, 생강을 착즙 하지 않고 머들링 해서 쓰는 경우도 있는 등 프로세스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핵심 키워드는 생강과 꿀이 포함된다.


*재료 특성상 감기기운이 있는 손님에게 바텐더가 처방해 주는 느낌으로 종종 서브되기도 한다. 





칵테일 재료로써의 생강


국내에서는 아직도 생강이 들어간 음료가 익숙하진 않다. 바를 좀 다녀본 사람들은 워낙 많이 사용되는 생강시럽이나 진저엘, 진저비어에 익숙할 수도 있지만 초심자들에게 칵테일에 생강이 들어간다고 소개하면 대부분이 경계를 먼저 하게 된다.


제임슨진저엘, 모스코뮬, 켄터키뮬, 다크앤스토미, 하이랜드쿨러 등 기본적으로 바에서 사용되는 레시피에는 생강을 이용한 칵테일이 상당히 존재한다. 보통은 대놓고 생강을 씹었을 때 나는 직관적인 맛보다는 약간의 알싸함과 자극적인 향을 통해 술의 풍미를 올려주는 향신료로써 보조해 주는 역할로 작용하기 때문에 겁먹지 말고 시도해 보면 좋겠다.


현대에 새로이 만들어지는 레시피 중에서 피트를 포함한 위스키나 꼬냑, 다크럼처럼 짙은 브라운 스피릿 베이스의 칵테일이나, 아마로계열의 리큐르를 포함한 풍미 짙은 칵테일에는 생강시럽을 사용하여 풍미의 입체감을 올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페니실린'이다.





칵테일 재료로써의 과감한 선택 '피티드위스키'


페니실린을 구성하는 핵심 재료인 피티드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피티드 위스키가 워낙 유명해서 위스키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그 명성을 들어 봤을 것이다.


캠프파이어 맛, 재떨이 맛으로 악명이 높기도 하고, 매니아들에겐 특유의 터프하고 중독성 있는 매력으로 인해 너무나 사랑받는 위스키종류 중 하나이다. 나도 지금은 웬만한 피트는 무난하게 즐기지만 10년 전 처음 마셨던 라프로익의 강렬한 감동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 강렬한 피티드 위스키 소량을 마지막에 살짝 플로팅 하여 페니실린은 완성된다. 만만한 게 탈리스커이지만 기왕 마실 거면 나는 요금을 조금 더 지불하고 라프로익이나 아드벡으로 마시길 권장한다. 주머니가 넉넉하다면 라가불린 16년도 괜찮다.




자극적이고 독특한 풍미의 변태칵테일의 입문이 될 수 있겠다. 아직도 마셔본 적이 없다면 꼭 다음에 바에 갔을 땐 페니실린을 주문해 보자.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을 때 몸에 좋은 쓴 약을 먹는 기분으로 주문해도 재미있겠다. 만약 메뉴판에 없더라도 걱정 마시라. 바텐더에게 조심스레 문의하면 '뭘 좀 아는 녀석이군'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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