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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24. 2023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불법인 이탈리아에서 대신 마시는 것

아페롤 스프리츠, Aperol Spritz

카페에서 칵테일을 판매한다고 해서 굳이 꼭 커피가 들어간 칵테일 이어야만 할까?


나에게 꿈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전국의 모든 카페에서 '아페롤 스프리츠'가 판매되는 것이다. 


유럽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반 와인이나 스파클링와인에 탄산수를 희석해서 마시는 문화가 있고 각 국가마다 해당하는 리큐르 등을 섞어서 풍미를 더한 가벼운 스프리츠를 만들어 즐겨 마시고 있다.



그중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아페롤 스프리츠'는 특히 이탈리아의 카페, 레스토랑, 칵테일바 등 음료를 판매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스템이 달린 와인잔 같은 형태의 글라스에 주황빛깔의 칵테일을 마시는 걸 본 적이 있다면 '아페롤 스프리츠'가 확실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극혐 하는 에스프레소 러버 이탈리아 사람들은 여름날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을 땐 아페롤 스프리츠를 마시는 게 분명하다. 한국에는 '아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논커피 음료 포지션에도 한 가지 필요하다.




"커피 말고 시원한 거"


대표적인 논커피 음료인 에이드, 스무디, 요거트를 제외하고, 술이 들어간 칵테일 중에서 카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료는 '아페롤 스프리츠'가 단연코 1번 타자 라고 할 수 있겠다. 매력적인 글라스 디자인과 영롱한 음료의 색깔로 시선도 사로잡고, 도수도 낮고 마시기 편해 낮에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으며, 맛 또한 상큼 달달하고 친숙하기에 누구나 즐기기 좋다. 제발 카페 운영하시는 분들 사이에 입소문이 낫으면 좋겠다. 수입사인 트랜스 비버리지는 진심으로 한국 카페 시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아페롤이라고 하는 리큐르 자체가 워낙 글로벌한 브랜드이고 다방면으로 쓰이다 보니 bar에서는 필수적으로 구비해 놓아야 하는 기본 리큐르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내의 bar에서는 이미 아페롤 스프리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성하는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기 때문에 판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페롤 스프리츠'의 베이스 리큐르 '아페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아마로계열의 리큐르중 하나다. '아마로'는 '쓰다(Bitter)'라는 뜻이며 각종 뿌리식물이나 허브 약재 등을 사용한 리큐르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아마로 리큐르로는 캄파리, 치나, 아베르나, 아마로노니뇨, 몬테네그로, 페르넷브랑카, 등이 있다.


이탈리아의 많은 아마로계열의 리큐르 중에서 아페롤은 가장 도수가 낮고 마시기 편하며, 맛 또한 어렵지 않고 친숙한 맛이다. 오렌지를 베이스로 하여 다양한 허브와 약초, 뿌리식물 들을 사용하여 익숙하지만 다채롭고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는다.


현대의 바텐더들은 아페롤을 비롯한 다양한 아마로계열의 리큐르를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맛이 나기 때문에 그 신비스럽고 새로운 맛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나아가 소비자들에게도 아마로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어 하지만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맛 때문에 마음을 열게 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어려울 수 있는 시작을 아페롤이 담당해주고 있다. 아마로의 입문 정도로 볼 수 있다.





아페롤 스프리츠의 레시피


아페롤 스프리츠의 재료는 아페롤, 프로세코(또는 스파클링와인), 탄산수 이 세 가지가 전부이다.

*취향에 따라 착즙 한 시트러스나 약간의 시럽, 오렌지 웨지를 추가하기도 한다.


아페롤 홈페이지의 공식 레시피는 이렇다.


3 parts of Prosecco D.O.C. (9cl)

2 parts of Aperol (6cl)

1 splash of soda (3cl)

1 slide of orange


이것을 보기 좋게 용량으로 환산하면



90ml 프로세코(또는 스파클링와인)

60ml 아페롤

30ml 탄산수

오렌지 슬라이스 1개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아페롤을 먼저 넣는다. 아페롤이 다른 재료에 비해 당도가 있고 상온에 보관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먼저 넣어서 온도를 낮추고 약간희석을 시켜서 다른 재료와 몸무게(?)를 맞춰준다. 그래야 잘 섞이기 때문에. 그 후에 프로세코(스파클링와인)를 넣고 마지막에 탄산수로 마무리한다. 오렌지 웨지 같은 가니쉬는 제일 마지막에 장식한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세코(스파클링와인)의 비중을 줄이고 탄산수의 비중을 늘려서 단맛을 조금 줄이고 깔끔하게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방송인 알베르토가 이탈리아의 음식이나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특히 커피에 대해 언급할 때 '에스프레소'의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리큐르중 하나인 '삼부카'를 커피에 타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카페에 항상 구비되어 있는 술이고, 국내에 bar에서는 이미 '삼부카'와 비슷한 계열의 리큐르인 압생트를 커피와 함께 이용한 레시피를 종종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카페에는 술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 커피의 집중하는 것도 물론 멋지지만, 빠르게 추출하고 소비되는 에스프레소에 풍미를 더해줄 수 있는 리큐르가 적극 이용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깔루아 밀크와 아페롤 스프리츠를 시작으로 조금씩 카페에 술이 사용되는 움직임이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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