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먹는 고양이와 작업실 셰어 하기
# 흔한 작업실 풍경 1
만들어 둔 행잉플랜트를 선물하기 위해 샤무드 끈을 꺼낸다. 어떻게 알았는지 앙꼬가 '흐응~' 하며 자기도 놀고 싶다고 다가온다.
리본을 묶으려던 간단한 작업도 앙꼬가 달려드는 통에 이리저리 피해가면서 하다 보니(사실은 놀아주다 보니) 5분이 훌쩍 지났다.
뜨개질을 하다 보니 실이 계속해서 쌓여갔다. 집에서는 안 보이는 곳에 쌓아놓아야 하던 실을 작업실에서는 트레이에 올려두고 손 닿는 대로 쓸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앙꼬가 작업실에 온 후에는 서랍장을 구해 꼭꼭 넣어둘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와 실,
뭔가 평화로운 그림에서 보았던 것만 같은 이 조합이 만났을 때 발생하던 끝없는 사건사고란...
앙꼬가 제일 좋아하는 실은 샤무드 끈이라 가끔 꺼내서 놀아주기도 한다. 프리마켓에 나가려고 만드는 행잉플랜트에 샤무드 끈으로 리본을 묶어 마무리하는데 앙꼬는 샤무드 끈의 부드러운 재질이 좋은가 보다. 처음엔 이유도 모른 채 작업대에 걸어둔 행잉플랜트의 샤무드 끈이 짧아지네? 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를 여러 번. 나중에 보니 앙꼬가 그걸 야무지게 먹고 있던 거였다.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그 실을 잡으려고 달려들고, 입으로 가져가서 잘근잘근 씹다가 끊어버리고, 작업실에 며칠 후에 와보면 트레이의 실이 바닥에 엉킨 채 뒹굴고 있었다. 어느 날은 헤어볼을 토한 것 같기에 치우려고 봤더니 어디서 많이 본 실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지를 않나, 또 어느 날은 엉덩이에 뭐가 덜렁거리는 것 같아 뭍은 거 떼어주려고 했더니 또 어디서 많이 본 실이 대롱대롱.....(다행히 다음 배변활동에 무사히 빠져나왔다.)
고양이가 아무리 자기 털을 많이 먹는다 해도 실을 그렇게 많이 먹는 건 위험할 수 있어 이제는 앙꼬가 먹을만한 실은 다 서랍장이나 수납박스 안에 넣어둔다. 나중에 들어보니 미싱실같이 얇은 실은 잘못 먹으면 배 속에서 꼬여서 탈이 날 수도 있다고 해서 더더욱 조심하려 한다.
고양이가 (괴롭히고 먹기) 좋아하는 실과 식물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 내가 앙꼬에게 못 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앙꼬에게 이런저런 소품을 만들어 줄 때 뜨개질 재주가 뿌듯하긴 한 걸 보면 앞으로도 작업은 계속할 것 같다. 아기태를 벗어난 앙꼬도 예전만큼 실에 달려들지 않는다. 우리의 작업실 셰어는 일단 지속 가능한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