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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Jun 09. 2018

내 방에 모르는 사람이 자꾸 와

갑자기 들이닥친 에어비앤비 손님

앙꼬를 처음 본 다음 날 언니야는 심심작업실 작은 방으로 날 데려갔어.

낯설고 무서워서 앙꼬는 그 방에서 으앙으앙 울었어. 화판 뒤로 들어가고 요가매트 속으로도 숨어 들어갔어.

며칠을 큰 소리로 울다가 어느 날 요가매트 밖으로 나와서 방을 둘러보니 내 맘에 쏙 드는 거야.

혼자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인형 옆에서 잠도 자고, 내 방이니까 쉬야도 해서 영역표시도 했어.

언니야들도 앙꼬 보러 내 방에 놀러 왔지.

앙꼬 방에서의 단촐한 살림살이야. 앙꼬는 이렇게 자그마했다우.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날 내 방에서 내보내더니 문을 닫아버리지 뭐야,

내 화장실이랑 밥도 그 방에서 치워버리고는 폭신한 이불이랑 옷걸이를 방에 가져왔어. 엄청 큰 소리가 나는 청소기를 가져오더니 앙꼬 털이랑 냄새도 다 없애버리고...

그다음부터 모르는 사람들이 내 방에 오기 시작했어. 언니야들이 에어비앤비라는 걸 시작했대. 난생처음 보는 노랑머리 언니가 와서는 몇 날 며칠을 계속 그 방에서 사는 거야. 무슨 말이지 모를 말을 자꾸만 나한테 그리고 작업실 언니야들한테 하더라고. 그 언니가 가니까 또 다른 언니가 오고. 내 짐은 이제 거실로 옮겨져서 난 더 이상 내 방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지. 이럴 수가.....!!

화가 난 앙꼬는 내 방 문틈이 열린 틈을 타서 쏙 들어갔지. 내 방을 되찾기 위해 난 이불에 쉬야를 했어.

언니야들은 "으악" 소리를 지르며 싫어했지. 으헤헤 이제 앙꼬 방 돌려주려나? 했지만 이게 웬걸, 

앙꼬 엉덩이를 때리면서 이불을 다시 가져가서는 새로 빨래를 해오고 처음보는 언니야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앙꼬는 이해할 수 없었지. 앙꼬가 모르는 저 언니야가 내 방을 차지했는데.... 내 방이라고 내가 표시도 해놨는데... 왜... 왜!!!

앙꼬를 쫓아낸 직후 바뀐 내 방의 모습. 내 짐은 어디갔나요.

이후에도 앙꼬는 틈만 나면 이불에 쉬야아아아~~를 했지만 그 방은 다시 앙꼬가 되찾지 못했어.

그리고 새로운 언니야들은 계속해서 내 방에 와서 자고 가더라고. 어쩌다 보니 나도 새로운 언니야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어. 

이 언니야들은 밤에도 나랑 같이 작업실에 있으니깐. 아침에 눈을 떠도 누군가 작업실에 있어서 앙꼬는 조금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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