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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Jul 08. 2018

Very clever cat, Angkko

제멋대로지만 사랑스러운 고양이 앙꼬

어느 날, 심심작업실에서 두 달을 묵어가는 핀란드 친구 Hilla에게 메세지가 왔다.

어제 있었던 일 얘기해주고 싶어서요, 어제 하루종일 앙꼬를 밖에 못 나가게 했더니 앙꼬가 뿔났었나봐요, 새벽 2시쯤에 내 방문을 노크하더니, 창문으로 바로 달려와서는 점프해서 창문을 열고 나가는 거 있죠, :D 앙꼬 진짜 똑똑한 고양이예요!<3

창문은 닫혀있었는데, 망설이지도 않고 열고 나갔어요. 새벽 6시에 앙꼬가 다시 뛰어 들어올 때 나도 일어났어요. 그 날은 앙꼬 하루종일 자더라구요. 너무 웃겨요.


앙꼬는 이런 고양이다. 밖에 나가고 싶으면 손님 방문을 두드리고서야도 기어코 나가고 마는, 원하는 것은 해내고야 마는 자주적 고양이. 분명 예전처럼 창문의 잠금장치를 앞발로 쳐서 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날은 왜 손님방문을 두드리고 그 방 창문을 통해 나갔던 걸까, 기분따라 나고 드는 창문을 달리하는 것 같다.


분명 맨날 들어오는 부엌 창문이 열려있는 걸 알았는데도 이 창문으로 들어오겠다며 시위하던 어느날의 앙꼬

손님이 장기 숙박을 하게 되면, 우리와도 시간을 오래 보내지만 앙꼬와는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 앙꼬와의 추억이 많이 생긴다. 야작을 하는 친구가 없을 때면 밤에는 손님과 앙꼬 이렇게 둘만 남기 때문에 깊은 관계를 쌓아가기에 안성맞춤이다. Hilla 역시 고양이를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라 앙꼬를 잘 챙겨준다. 새벽에 Hilla 방 창문을 열고 나간 날에도 앙꼬가 언제 들어올까 걱정이되어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앙꼬 턱 밑에 곰팡이가 생겨 한창 약을 먹고 깔대기를 하고 있던 때 또 새벽 2시 밤마실을 나갔을 때에도 동네를 다니며 앙꼬를 찾아봐 주었다.

멀쩡하다가 갑자기 생긴 곰팡이도 Hilla 덕에 실마리를 찾았다. 그날도 역시 앙꼬는 밤마실을 떠나 있어서 부엌 창문이 열려있었는데, 앙꼬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주로 "꾸루룩" 하고 울면서 들어와 "털썩"소리를 내며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와보니 상처가 많이 난 회색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었단다. 아마 그 친구에게 옮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밤 동안에 쌓인 깊은 관계? 때문인지 아침에 손님을 보면 앙꼬는 유난히 아양을 떤다. 한껏 귀여운 목소리로 "아아" 울면서 손님 발 밑을 이리저리 부비며 인사한다. 같은 방은 아니더라도 동침하는 사이에게 보내는 친밀함의 표시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Hilla가 큰 가방을 매고 1박 2일로 전주를 가려고 했더니 큰 소리로 울면서 불안한 듯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다.)


하루에 한 번은 꼭 산책을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는 자유의지 고양이와 함께 지내야 하는 이 곳 심심작업실. 약간은 느슨하고 프리하게 운영되다 보니 고양이 알러지가 없고, 제멋대로인 고양이를 견딜 수 있는 사람들만 올 수 있는 것 같다. 심심작업실만의 분위기로, 앙꼬와 함께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쌓여간다.


수리기사 아저씨가 온 날, 무서워서 밖으로 나가서는 잘 있냐고 인사하는 앙꼬
자기 물도 따로 있으면서 굳이 길고양이들 물을 먹는...이해불가 앙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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