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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Aug 05. 2018

앙꼬가 카톡 보내줬으면

나 지금 나가고 싶으니까 와서 문 열어 달라고

오늘도 작업실 문을 여는 데 기분이 뭔가 이상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문 이음새에 껴있던 고무가 군데군데 구멍이 난 채 밖에 나와 있었고,

창문에 붙어있던 뾱뾱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부엌을 보니, 아뿔싸, 또 아보카도 씨앗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앙꼬의 기척이 없는 것을 보니 이미 앙꼬는 밖에 나갔고 손님이 창문을 열어둔 것 같았다.

밖에 나가고 싶다고 아앙거리면서 눈에 거슬리는 아보카도부터 발로 쳐버린 게 분명하다.

한 동안 피부병에 고생하기도 했고, 날씨도 더워서 밖에 못 나가고 있던 앙꼬였다. 이번 주말 온도가 아주 조금 내려간 것 같기에 밖에 내보내 줬더니 하루 종일 나가고 싶어 했다. 그래도 그렇지 작업실의 문이란 문은 다 두드려보고 열려고 온갖 난리를 다 부리다니... (잠긴 문 열기 스킬이 아프면서 잠시 퇴보한 듯하다.)


반토막난 아보카도를 치우고, 바닥을 닦고, 문에 고무를 다시 넣으면서 땀이 줄줄 난다. "앙꼬 이 놈 자식" 한 마디 내뱉으며 청소를 하고는, 나가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며 여기저기 다 열어보며 고군분투했을 앙꼬를 떠올린다. 앙꼬의 이런 흔적을 보고 있노라면 웃기면서도, 사실은 짠한 마음도 잇따라 든다.

사람이 같이 있었다면 나가고 싶어 우는 목소리에 잠시라도 산책을 보내줬을 텐데 아무도 없을 때 나가고 싶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럴 때면 앙꼬가 카톡으로 메시지라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니야, 나 지금 나가고 싶으니까 문 좀 열어줘

하고 메시지 보내준다면 한 걸음에 달려와서 문을 열어줄 텐데. 밖에서 신나게 노는 걸 보면 내보내 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놀다가도, 우리가 밖으로 나가면 애옹애옹 울면서 쏜살같이 달려와서 몸을 부비는 너를, 어찌 말릴 수 있겠니.


바닥을 뒹굴며 신나게 노는 자유앙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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