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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Dec 23. 2018

굿바이 기프트?!!

떠나가는 손님에게 새를 선물한 앙꼬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가 한국에 놀러 온 손님 Michelle에게 사진 한 장이 왔다. 작업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새 깃털 사진과 함께 도착한 메시지 

"I don't know what happened to the bird."
작업실에 들어와서 혈투를 벌인걸까, 깃털과 핏자국이 격렬했던 한 때를 상상하게 한다.

한창 날씨가 좋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외출하고, 주말엔 외박까지 서슴지 않던 앙꼬였다. 예전에도 작업실에 떨어진 새 깃털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번엔 양도 많고, 게.다.가  빠알간 피까지 같이 보이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메시지를 받은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OH MY GOD"이란 외마디 감탄사와 함께 앙꼬는 작업실에 들어왔냐고만 물어보았다. 그다음 도착한 Michelle의 대답에 빵 터지고 말았는데...

"Yes, She looks happy and full."


'아니 앙꼬는 이제 새까지 잡아먹는단 말인가, 우리가 맨날 사료도 주고 츄르도 많이 줬는데 단백질이 부족했나? 집고양이들은 날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우리 앙꼬는...' 하며 새를 잡아먹는(?!!!) 앙꼬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메시지가 한 번 더 날아왔다.

"Never mind, I found the dead bird."
주의!!! 크게 보지 마세요!!!!

그리고 작업실 큰방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새 한 마리의 사진. 차마 크게 확대 해서 볼 자신이 없어 점처럼 보이는 새 사진을 보며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앗, 저기에 떨어져 있구나, 저걸 어떻게 치우지. 왜 오늘따라 작업실엔 아무도 없었을까. 손님만 있을 때 죽은 새가 작업실에 있다니...'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It's a good-bye gift."

라며 쏘쿨하게 앙꼬의 새 사냥을 받아들이는 Michelle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곧 체크아웃 시간이라 깃털과 새를 화단에 치워두고 간다는 메시지에 한 번 더!! 나는 새가 바닥에 떨어진 사진만 보고도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고 있었는데, 손님이었던 Michelle의 대수롭지 않은 반응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리고 직접 치워주기까지 한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손님으로 어떤 숙소에 갔을 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누가 어떻게든 해주길 바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으론 앙꼬의 야생성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작업실 건너편 건물 바닥에 비둘기가 죽어있는 것을 보면서 설마 앙꼬가... 했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정말 앙꼬가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앙꼬가 했다고 하기엔 비둘기의 크기가 너무 크긴 했다. 제발 앙꼬가 아니었길!!!) 앙꼬는 대체 얼마나 더 많은 능력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새삼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새 선물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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