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에게 넥카라를 씌우지 말라
여느 때와 같이 산책을 하고 들어온 날이었어.
바닥에서 한 번 뒹굴,
풀숲에서도 한 번 뒹굴,
길고양이 친구들하고도 한참을 놀고 심심작업실에 돌아와서 쿨쿨 잠들었어.
"으악, 앙꼬야 여기 왜이래?!!!"
언니야들이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앙꼬는 더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분명 어제까지는 멀쩡했는데 내 턱밑에 털이 다 없어져버린거 있지?
언니야들은 어제는 멀쩡했는데 하루만에 이게 무슨 일이냐며 왔다갔다 분주했어.
그리고는 앙꼬가 제일 싫어하는 어두운 이동가방에 날 넣고 병원으로 향했지.
의사선생님이 내 턱을 요리조리 보고는 검사를 해야한다며 날 무서운 방으로 데려갔어.
내 몸을 함부러 만져대길래 앙꼬는 힘껏 의사선생님 팔목을 물어버렸지,
숙녀 몸을 소중하게 다뤄달라구요!!
의사선생님이 앙꼬 턱밑이 벗겨진 건 "링웜"이라는 곰팡이 때문이래.
고양이들이 잘 걸리는 거라면서 일주일간 약 먹고 턱 밑은 절대 긁지 말라고 하시는거야 글쎄,
그 날부터 앙꼬의 넥카라 나날들이 시작되었어.
넥카라를 쓰면 윤기나는 털을 위해 그루밍도 할 수 없으니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야,
그뿐인가, 창문 열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으니 정말 답답 그 자체!
쓰디쓴 약을 먹으면 난 알 수 없이 쉴 새 없이 침이 나와. 이렇게 맛 없는 걸 대체 왜 먹이는 거야?
내가 약 먹고 넥카라에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더니, 언니들이 또 깔깔깔 웃어댔어.
나는 괴로워 죽겠는데, 언니야들 너무해!!!
플라스틱 넥카라가 딱딱해서 괴로웠는데, 언니야들이 부들부들 천으로 된 넥카라를 선물해줬어!
언니야들 이럴 땐 상냥해!!
그런데 새로운 넥카라를 씌우더니 "마리 앙뚜아네뜨" 같다면서 막 좋아하는 거 있지?
마리 앙뚜아네뜨가 아니라 마리 '앙꼬'아네뜨라고 불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