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프면 나도 아파,
길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게 되면 모든 환경이 길에서보다 훨씬 좋아지지만 한 가지 고민하게 되는 점이 있다. 그동안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다니던 고양이를 집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만 지내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앙꼬는 운이 좋은 편이다. 물과 먹이, 그리고 간식이 가득한 작업실이라는 공간이 있고, 원할 때에는 밖에 나가서 콧바람도 쐬고, 일광욕도 하고, 다른 고양이들과 놀 수도 있는 산책냥이기 때문이다.
산책냥이 된 앙꼬를 보며 가장 걱정이 되는 것 두 가지. '바깥이 너무 좋아서 영영 안 들어오면 어쩌지?' 산책을 나갔다가 몇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앙꼬를 기다리다 보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각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바깥에 나가서 다쳐올지도 모른다는 것. 밖으로 나가는 앙꼬 목에 카메라를 채워보고 싶을 정도로 바깥 생활을 하는 앙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한참을 뒹굴었는지 몸에 한 가득 먼지 냄새를 묻혀 오고, 새로 바른 페인트에 발도장을 찍고 오기도 하고, 다른 고양이와 싸우다가 상처를 얻고 돌아오기도 한다. 한 번은 다른 때와 다르게 발 밑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싸워서 다친 상처가 발에 나 있었다. 이러다 보니 산책을 마치고 "구루룩" 하고 들어오는 앙꼬 몸을 닦아주며 상처는 없는지 매번 살펴보게 된다.
지난 여름날엔 '링웜'에 갑자기 걸려서 턱 밑 털이 홀라당 벗겨져 있었다. 그간 밖에 매일 나가도 피부병은 걸리지 않던 앙꼬였는데 멀쩡하던 턱이 정말 하루 만에 링웜 곰팡이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병원에 가서 링웜 진단을 받고, 넥카라와 약을 복용해야 하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넥카라를 하고도 얌전히 지내더니만, 며칠 지나지 않아 넥카라를 쓴 채로 창문을 열려고 하질 않나, 작업실 문이 열린 틈을 타서 탈출을 시도하곤 했다. 넥카라를 하도 오래 쓰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잠시 넥카라를 빼준 사이에 탈출해 버린 앙꼬는, 저 멀리 도망가서 내 눈을 쳐다보며 턱을 긁어댔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흙먼지 묻은 발로 턱을 긁어대는 앙꼬를 보며 '아악' 소리를 질렀다. 잡으러 가도 손에는 안 잡히면서 눈에는 보이는 자리로만 도망을 치더니만... 그리고는 한참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들어와 채워주는 넥카라를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래도 앙꼬가 매일 밖에 나갔다 오는 것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 다행이다. 배가 뽈똑 나와서 약간의 비만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상 없이 건강하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들어 작업실 식구들 모두 안심했다. 밖에서 얼마나 에너지를 소비하고 오는지 들어와서는 잠만 자고, 항상 앉아있는 것보다 누워있는 것을 선호하는 앙꼬.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