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장하여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에 대하여
텀블벅 펀딩을 시작하였다. 앙꼬와 나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쓴 작업실 일기의 인쇄비를 모아 인쇄를 시작하려고. 화정씨가 2년 전에 그린 그림책이랑 작업실 친구들의 그림으로 스티커도 만들기로 했다.
텀블벅을 알게 된 건 꽤나 오래 전인 것 같다. 친구의 결혼식 펀딩을 시작으로 관심이 가는 프로젝트를 종종 후원해왔다. 프로젝트마다 작은 이야기들이 생겨나는 게 재미있었다. 강릉의 게스트하우스 오픈에 후원했던 건 결국 한 번도 가보지도 못해버린 채 몇 년이 지나버렸고, 후원했던 어떤 음반은 2년이 넘도록 작업일지만 메일로 받아보다가 결국 음반으로 만들어지지 못해 환불을 받기도 했다. 그 음악가 분은 중간에 익선동에 작은 바를 열었고, 그 소식을 텀블벅 메일에서 본 나는 그 바에 찾아가기도 했다. 나오는 길에 아는 척을 했더니 무척이나 미안해하셨지만..
작은 출판이나 디자인 제품이 올라오는 게 좋아서 나도 해 볼 수 있으려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몇 년 사이 텀블벅은 꽤나 기성 상품처럼 완성도가 높은 프로젝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후원액이 1억이 넘는 프로젝트도 간간이 생기면서 뭔가 번듯하게 프로젝트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주저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작업실을 시작하게 되고, 작업실 이야기를 엮어보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생기고, 그럼 재주 많은 작업실 친구들이랑 작업물을 만들어보자 해서 텀블벅까지 오게 된 것. 사실은 혼자서 텀블벅에 올릴 자신이 없었다. 리워드 구성을 빵빵하게 하고 싶어도 혼자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책에 넣을 글을 쓰고 책 편집까지 어찌어찌 와서 한 부를 인쇄해 본 게 작년 가을. 마음에 들지 않는 판형을 바꾸고 내용을 조금 더 채워 편집을 한 게 겨울. 그리고 텀블벅에 넣을 리워드를 만들기 위해 작업실 친구들에게 작업물을 받고 텀블벅에 올릴 내용을 만들어낸 게 이번 봄.
드디어 텀블벅에 올렸다!
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앙꼬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요즘엔 잘 찾지도 않는 페이스북에도 올렸더니 우와 후원금액이 조금씩 모인다. 생각보다 퍼센트가 빠르게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금방 100퍼센트가 되려나 하고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200명 남짓의 지인 기반 팔로워로는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나는 sns에 소극적인 인간이다. 아니 어쩌면 sns라기보다는 자기 홍보에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나의 이야기를, 내가 만든 작업물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면서도, 나를 적극적으로 포장하여 잘 팔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는 극도로 소극적이다. 나의 것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서 구매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 왠지 너무나 부끄럽다. 뭔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이 나의 것에 매력을 느끼고 구매로 까지 이끄는 것에는 영 재주가 없는 것이다. 그건 지난 몇 년간의 프리마켓 참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살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열심히 팔고, 관심이 조금만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해서라도 사고 싶게끔 만들어서 팔겠다는 의지가, 나에게 는 보이지 않았다. 그건 어쩌면 내가 그렇게 필사적이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학교를 가고, 적당히 사람을 만나고, 적당히 일을 하면 나의 필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는 삶이었기에 나 자신을 그렇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꽤나 느긋하고 게으른 나의 성격도 한몫한 것 같다.
그러나 텀블벅 후원이 50퍼센트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일주일간 지속되고 있다. 텀블벅에서도 프로젝트는 올릴 수 있게 해 주지만, 노출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나를, 나의 작업물을, 우리의 작업물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팔아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친구에게 광고를 할 거라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넌지시 물어보니, 킬링 포인트가 뭐냐고 물어본다. 무언가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한 나는 어버버 거린다. “창문 여는 고양이가 작업실 일기를 쓴다?” 이랬더니 그런 건 포인트가 아니라고 한다.
이제 팔릴만한 포인트를 찾아서, 그럴듯하고 사고 싶게 메시지를 만들어 광고를 만들어 올리는 숙제가 남았다. 셀프 홍보라는 것을 그렇게나 부끄러워하는 내가, 어디까지 포장하여 상품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텀블벅 링크로 많이많이 가주세요.
https://www.tumblbug.com/simsimangk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