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플랫폼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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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연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나는 지구력이라고 생각한다. 글(콘텐츠)을 쓰고, 공개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은 공력이 드는데, 연재의 효과는 꾸준함에서 나온다. 지구력이 부족하면 꾸준한 연재는 불가능하다.
“TV에서 연재작가의 일상을 봤는데요. 거기서 공감한 것이, 일상에 관심이 사라진 듯한 태도였어요. 마감 후에는 힘드니까 자기를 돌보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것에 무감해지는 거죠. 저도 매번 연재가 끝날 때마다 체중이 줄 거나 몸이 아프거나 주변이 엉망일 때가 많거든요.”
지치기 힘든 연재 일정 속에서도 힘을 얻는 순간은 있다. 조회수가 급상승하거나 구독자가 많아지는 순간. 주목도가 올라가면 힘들어도 흥이 난다.
“조회수가 오십만 뷰까지 오른 적도 있고, 가까스로 이십 뷰에 머문 적도 있어요. 조회수가 잘 나오면 낙관하고, 안 나오면 비관했죠. 기분의 기준을 조회수에 두었으니까요.”
조회수가 잘 나와야 일을 잘했다는 기분이 들자 ‘어떻게 하면 필요한 글,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보다 ‘어떻게 써야 많이 볼까’를 고민하는 날이 더 많았다. 돌아보면 조회수는 허수에 가까웠다. 잘 쓴 글이 주목받는 것이 아니고, 공감도가 높은 글이 우리가 항상 추구해야 할 글도 아니니까. 무엇보다 본질을 망각하게 만드는 숫자는 함정에 불과하다.
“지금은 높든 낮든 그런가 보다 해요. 어차피 변수가 다양해서 통제가 불가능하잖아요. 정답 없는 고민만큼 괴로운 게 없으니까,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이건 이해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해하려는 노력을 반복하면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고 믿어요. 대수롭지 않아지는 거죠.”
조회수가 허수에 가깝다면 구독자 수는 어떨까. 내 글을 지켜보는 사람의 수라고 할 수 있을까. 경험상 구독자 수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그것이 정확한 구독자 수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내 글(콘텐츠)을 꾸준히 소비하는 사람은 나의 구독자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플랫폼에 만오천 명 정도의 구독자가 있었어요. 거기서 연재물을 올리면 조회수가 보통 이천 뷰 정도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백 명 정도의 구독자가 있는 곳에서는 삼십 뷰를 넘지 못하더라고요. 게다가 그 연재물들은 구독자만 본 게 아니니까, 구독을 누른 사람과 실제 연재물을 지켜본 사람의 수는 절대 일치할 수 없겠죠.”
지난해 메일링서비스(산문 구독 서비스)을 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유료 구독 신청자 한 명. 구독자 모집 마감을 하루 앞두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한 명의 관객을 위해 무대에 오르는 연극배우처럼 한 명을 위해 연재를 해야 하나. 고민 끝에 구독자 모집 일정을 연장했다. 다행히 구독자가 늘었지만, 여전히 등이 서늘해지는 기억이다.
“유료와 무료는 가치 판단이 크게 다른 것 같아요. 더군다나 메일링서비스는 무료가 상당히 많죠. 경쟁력은 분명 가격이나 인지도의 영향을 받기도 하겠지만, 테마나 주제, 카테고리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발행 중인 메일링서비스가 목록화되어 있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요.”
메일링서비스에도 플랫폼이 있다. 정해진 틀 안에 원고와 이미지를 넣고, 버튼 하나로 구독자에게 전송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에 기대고 싶지 않았던 나는 태그를 이용해 틀을 짜고, 원고와 이미지를 넣어 하나하나 직접 발송했다. 그렇게 해놓고도 정작 코딩, 태그, HTML 같은 단어의 뜻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안다. ‘쓰는 사람’으로 사는 내가 선을 넘어선 순간이었다는 것.
“연재를 하려면 수시로 선을 넘어야 하더라고요. 당장 보수가 없더라도 이 연재가 내 일이라는 생각이 필요해요. 직업적 선을 넘어야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다른 분야의 선을 넘어야 할 때가 많아요.”
영화가 종합 예술이라면, 연재는 종합 서비스다. 꾸준히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기획과 집필), 플랫폼 최적화(편집)와 미감을 고려하고(디자인), 널리 알리며(홍보) 소통해야(마케팅)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배운 적도 없고 전문 분야도 아닌 영역을 기웃거린다. 편집자가 쓴 책을 읽고, 마케터의 인스타그램을 자주 본다. 또 디자인을 위해 포토샵을, 홍보를 위해 에프터 이펙트를, 메일링을 위해 코딩을 다루려고 애쓴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 모든 공력이 다 들어간 게 메일링서비스였는데요, 확실히 무리가 오더라고요. 다른 기술은 필요한 만큼은 배우고, 활용해야 하는 것 같아요. 혼자서 다 하려고 하면, 단 하나도 잘할 수 없게 된다는 걸 배웠어요. 욕심을 내려놓게 된 거죠.”
독립출판도서를 쓸 적에 일본 드라마를 한 편 보았다. 배경은 만화 편집부였고, 내용은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책을 쓰고, 편집하고, 공장에서 만들고, 서점에 공급하고, 그것을 형식과 주제에 맞게 분류하고, 누군가 구매하는 일까지 모든 단계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는 화면을 통해 확인했다. 그리고 연재를 하며 체감했다. 글(콘텐츠)이 사람에게 전달되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노력과 기술과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것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글만 썼다면 알지 못했을 값진 배움이었다.
돌고 돌아 다시 플랫폼 연재다. 직접 틀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글쓰기 플랫폼 중 가장 활동하기 편한 플랫폼은 어디일까.
“브런치는 미감이 좋아요. 직관적이고 깔끔한 형태니까요. 다양한 기회를 연결해준다는 것도 장점인데, 탈락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은 좋은 현상인지 잘 모르겠어요. 블로그는 접근성은 높지만, 창작물보다 일상/정보 콘텐츠 중심이어서 잘 활동하지 않고요. SNS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연결해주지만, 파편적인 형태라서 작품이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 어디에서 활동해야 할까.
“플랫폼마다 장단이 있으니 본인의 콘텐츠와 어울리는 곳을 찾아야겠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서 연재하든 자기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일 테고요.”
플랫폼이 가진 형식과 정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플랫폼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연재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콘텐츠는 플랫폼이 사라져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물성을 가진 책이나 다른 플랫폼에서 살아남은 작품들은 전부 플랫폼에 과도하게 기대지 않은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글)가 물이라면, 그것을 담는 용기보다 수질 관리나 차질 없는 생산에 집중해야겠죠. 그래야 담기는 곳이 달라져도 꾸준히 선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한창 열과 성을 다해 플랫폼 연재를 하다 난감해진 기억이 있다. 플랫폼의 성격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다른 곳에서 연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플랫폼에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믿고 연재하되, 너무 의존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어차피 플랫폼 운영도 다 특정 회사의 일이고, 회사는 우리를 책임져주지 않잖아요. 이는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소비자에게도 해당하는 공리라고 믿어요.”
다양한 플랫폼에서 여러 콘텐츠를 연재해 온 나는 언제까지 플랫폼 연재 노동자로 활동할까. 그 끝이 언제인지, 어떻게 작별을 해야 할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쉽게 놓을 수 없겠다는 생각은 한다. 글쓰기의 시작이 연재였고, 모든 성장 또한 연재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음 연재가 기다려지는 사람. 그리고 저런 작가도 하나쯤 있어야지, 하는 시선이 다가올 때까지는 해보고 싶어요. 또 저 사람이 만든 건 뭔가 조금 다르네,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기도 해요. 그러려면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연재하는 게 중요하겠죠. 다음을 생각하면 힘들겠다 싶기도 한데 또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당분간은 연재를 지속할 것 같아요.”
*이 원고는 출판사 제철소의 인터뷰집 ‘일하는 마음 시리즈’의 형식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