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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 Jun 07. 2021

[신간알림] 가장 가까운 위로

세번째 책을 내는 마음

봉준호 영화감독과 미국 영화감독들이 함께 한 심포지움 자리에서 〈기생충〉 배우들의 연기를 어떻게 디렉팅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봉 감독은 여럿이 함께 연기할 때 기택은 첫 테이크 연기가 가장 좋았고, 충숙은 두 번째가, 기우는 네 번째 테이크 연기가 최고일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 편집실에서 각 배우의 베스트 테이크를 바느질 하듯 붙여서 한 장면으로 만들었고, 그런 장면들이 영화에 꽤 있다고 했다. 사회자는 연기 연출의 ‘새로운 방법new way’이라며 웃었다. 


사진출처: 아카데미 공식SNS

인생을 한 편의 장편영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의 영화도 그렇게 여기저기 바느질해서 훌륭한 한 컷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주연 배우인 우리는 좀 더 안심하며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사십 년 가까이 매일 찍고 있는 이 영화에는 도무지 매끄러운 장면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내내 실수를 저지르고 헛발질한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아하!” 하며 그 장면의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한다.


봉 감독이라면 감쪽같이 이것과 저것을 붙여서 끝내주는 한 컷을 만들어내겠지만, 인생은 생방송인지라 완벽한 한 장면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어느 때는 물이 흥건하고 컵이 나뒹구는 방바닥을 늘 바라보는 것 같은 심정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줄곧 내가 성에 안 찼다. 힘깨나 쓴다는 언론사에서 십 년 넘게 기자 생활을 했지만 에이스는 아니었다. 책을 쓰면서 감사하게도 속 깊은 독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판매부수로만 보면 뒷심을 쓰지 못했다. 성과가 미적지근할수록 자신을 다그쳤다. 영화판으로 비유하자면 하이라이트 신을 뽑아내서 인생역전하고 싶은 초짜 감독이 초조하게 손톱 끝을 물어뜯는 것처럼. 성장, 변화, 도전 같은 것들이 묵은 숙제처럼 늘 나를 불안하게 했다. 


나는 그 불안함의 이유를 찾다가 내 평소 습관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써서 내 안의 묵은 ‘마음의 습관’들까지 가방 뒤집듯 탈탈 털어보고 싶었다.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과장이 있다면 걷어내고, 부족한 건 채우고 싶었다. 그런데 몸과 마음의 습관에 대한 글이 하나둘 쌓일수록 나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에서 내가 뭘 잘못했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마지막에는 내가 나를 어떻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을까?’로 질문 방향이 바뀌어갔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처음 구상했을 때에 불륜여성의 비극적 최후를 그릴 작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소설을 써내갈수록 안나의 외로움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책을 읽은 독자들도 그녀의 죽음에 함께 슬퍼했다. 나도 비판적인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글을 쓰다 보니 흙탕물 같은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조금씩 내 편 쪽에 서 주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한 해가 바뀌었고,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겼다. 책 제목을 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자 나를 포함해 이 원고를 미리 읽어본 몇몇의 머릿속에서는 어느새 습관이라는 단어는 흐릿해지고, 처음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이 한 단어가 떠올랐다. 
                                          

위로.




습관에 대한 이런저런 글들이 위로라는 단어 아래 의외로 잘 묶였다.     
겉으로 말짱해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일상에서 우리는 늘 내상內傷을 입고 살아간다. 그 보이지 않는 상처들을 알아봐주고, 다독여주는 사람이 상시대기하고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대부분 우리는 혼자 상처받고, 몰래 울컥하고, 애꿎은 자신을 탓한다. 


내가 저지른 실패들이 반드시 잘못했다는 증거들은 아니다그것은 잠시의 현실이다오늘의 내가 비록 해낸 일이란 게 없이 부족하고미덥지 않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지 않고 사는 것그게 단순하지만 단단한 마음가짐이다. 그러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무언가를 증명해내기 위해 힘쓰지 않아도 된다. 제때 주문생산이 안 되는 이 위로란 것을, 바깥에서 그만 찾아 헤매고 이젠 내가 나에게 위로를 건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런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들이  《가장 가까운 위로》라는 따뜻한 제목을 달고 갓 나왔습니다.

브런치 구독자 분들, 마음이 헛헛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책이 작지만 가까운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





 

[구매처] 온라인 주요서점 구매 가능하고요, 오프라인 서점에는 며칠 더 걸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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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떤 독자를 찾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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