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한국인들의 마음은 서울에 있다

서울 서바이벌 가이드

by 진저


“너, 어디 살아?”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반사적으로 대답하지 말고 빠르게 상대방의 표정부터 읽어 봐. 사는 곳으로 널 판단할 준비를 끝낸 얼굴인지, 정말로 너와 친해지고 싶은 호감에서 비롯된 궁금증인지 말이야.


씁쓸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어디에 사는 지가 마치 권력이나 계급처럼 여겨지고 있어. 특히 몇 년 사이에 갑자기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어마하게 오르면서 서울과 지방의 차이도 갈수록 커지고 있지. 서울 안에서도 내 집이 있고 없고의 차이, 강남인지 강북인지, 그 중에서도 어느 아파트 브랜드, 몇 평에 사는지… 크레이프 케이크 단면처럼 층층이 나누고 있어. 그러다 보니 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혹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일자리 때문에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서울에서 혼자 살게 되면 엄청나게 많은 시련과 편견들, 경제적인 고비들이 찾아올 거야. 지금으로선 네게 딱히 필살기도 없을텐데 마음까지 복숭아처럼 물렁한 상태로 나선다면 서울이라는 세상에서 금방 쉬운 먹잇감이 돼서 너덜너덜해질 지도 몰라. 그렇다고 너무 겁먹진 마. 내가 너의 서울 생활을 돕는 ‘서바이벌 가이드’가 되어줄테니까.


하필이면 이 불평등한 시대에 지방에서 태어났는지 억울한 마음이 들까봐 말하는데, 서울을 중심에 놓고 나머지에 해당하는 지역들을 낮춰보는 시각은 꽤 뿌리가 깊어.

19세기 말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란 영국 여자가 우리나라에 왔어.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의사가 여행을 좀 다녀보라고 권했대. 다행히 성격이랑 잘 맞았는지 당시 여성으로선 드물게 전세계를 누비는 경험을 했지. 이사벨라는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왔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낯선 냄새에 코를 틀어막았대. 하지만 일 년이 지나자 편견을 깨닫고, 한국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팔도 유람기를 기록으로 남겼어.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어. 여기 사람들에겐 곧 “서울은 한국” 이라고. 푸른 눈의 이방인이 서울 중심주의를 꼬집은 거지.


1960년대 산업화가 되면서는 일 년이면 30만 명의 농촌 인구들이 서울로 들어오면서 잠잘 데가 없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쳤어. 오죽하면〈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까지 나왔잖아. 그렇게 사람들이 집중되면서 지금 서울에서 자리잡은 사람들은 그 자체가 뺏기고 싶지 않은 권력이 됐고, 지방의 사람들에게 ‘인(in) 서울’은 인생을 바꿀 기회를 잡기 위한 커다란 관문이 되었어. 내 말은, 일이년된 문제가 아니란 얘기지.

그런데…… 너, 지금 어디 산다고?

“모든 한국인의 마음은 서울에 있다. 어느 계급일지라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단 몇 주라도 서울을 떠나 살기를 원치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서울은 오직 그 속에서만 살아갈 만한 삶의 가치가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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