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바이벌 가이드
애초에 서울에서 태어난 게 아니고 어떤 굳은 결단 비스무레한 것이나 피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온 것이라면, 그래서 저지르기 전에 돌이킬 수 있는 기회란 게 있다면 서울에 오는 걸 다시한번 생각해 보길 바래. 추천할 만한 선택은 아니니까. 그래도 굳이 서울에 살겠다면……
뭐, 일단은 환영해. 서울에 온 것을.
일단은 안전을 제일 신경써야 해. 서울은 전국에서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 단순 발생 건수 면에서도 압도적이고, 인구수 대비 발생비율을 봐도 마찬가지지. 치안에 대한 무서운 얘기들이 많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확률이 드물다고 그것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조심한다고 손해 볼 건 없지 않겠어?
우리가 아는 많은 나라들은 고향에서 어지간하면 이동하지 않는대. 가까운 일본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하나의 숙제에 매달리고 수련을 하듯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지. 3대째 이어지는 장인들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거 본 적 있을 거야. 프랑스에서도 인구의 90퍼센트는 태어난 곳에서 죽을 때까지 쭉 산다고 해. 이렇게 되면 조부모가 살던 집을 손자 세대가 자연스럽게 물려받게 되지. 고향에서 일할 거리도 적당히 있고. 그렇게 되면 일단 정서적으로 안정이 될 거야. 큰돈 들일 일이 저절로 해결이 되니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우리처럼 집 한 채 장만하려고 빚에 허덕이지 않아도 되겠지.
우리 서울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 진짜야. 일단은 서울에 연고가 없어서 혼자 살고 혼자 먹을 걸 챙겨야 하면 목돈을 모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기본생활비, 즉 식비와 주거비용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지. 고정생활비 지출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삶의 질은 곤두박질치는데, 통계를 보면 서울의 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전체 지출의 70퍼센트를 고정생활비로 쓴다고 해. 반면 부모님 집에 사는 자녀들은 기본생활비 비율이 47퍼센트로 낮아지고. 그런 점에서만 봄자면 ‘본 투 비’ 서울러 2030은 복 받은 거지.
‘굴러온 돌’이 서울에 안착하기는 불가능한 구조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가능한 것 까진 아니지. 극히 일부 예외적인 성공 사례들이 있어. 너도 알지?예외적인 건, 그렇게 되기까지 무지하게 어렵고 운도 따랐단 얘기란 걸. 그러니, 지금도 늦지 않았어. 대도시 주민의 피로함과 전쟁같은 삶을 살짝 맛보기로 경험해봤으니 다시 돌아가도 말이야. 만약 여기 계속 남기로 한다면, 그 결정도 존중해. 아마도 너는 앞으로 서울을 사랑하는 동시에 꽤 많이 미워하면서 살아가게 될 거야.
이제 어떡하지요?
그가 물었다. 자신에게 묻는 것인지, 그녀에게 묻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한강, 《작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