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재정의

서울 서바이벌 가이드

by 진저

생존이란 단어의 의미를 모르진 않을 거야. 말 그대로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있다는 것. 숨이 붙어있다는 것이고, 심장이 뛰고 있다는 의미잖아. 하지만 이 글에서의 생존은 조금 달라. 전시 상황에서의 ‘생존’을 의미해. 군사용어사전에 따르면 생존이란 건 ‘개인 혹은 집단이 모체로부터 떨어진 곳에 고립, 차단되어 보급품 획득 불가시 각종 기술을 활용하여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나가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해. 딱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돼. 전쟁이 한창이야. 머리 위로 포격이 터지고 있고, 어제도 많은 군인들이 부상을 입고, 일부는 전사했어. 그런데 어쩌다 보니 부대원들과 떨어져서 전혀 모르는 곳에 혼자 있게 되는 상황이 처했어. 네가 배운 모든 전술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적이 나타나면 공격하고, 자신을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생존이야.


자연은 우리가 배가 고픈지, 추운지, 무서운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마찬가지로 거대한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서울이란 이름의 자연도 우리에게 철저히 무관심해. 이유없이 적대적인 사람들도 도처에 있어서 언제고 널 공격할 수 있고.


너의 꿈은 그냥 생존하는 게 아니라고? 우리가 성실하게 노력하고,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나를 구해줄 귀인을 만나고, 마침 시대의 조류에 잘 올라타서 성공이란 고지를 점령하는, 자기계발서류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진 않아. 하지만 중산층 이하 청춘이 자기 재능이나 노력만으로 계층 사다기를 올라가기란 거의… 힘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 사례들은 지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지.


전쟁, 재난 같은 상황에 우리의 하루를 비유하는 것은 우리가 가까운 미래조차 미리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야. 이 재난의 상황에 있다는 걸 똑똑히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입을 피해와 상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건 농담이 아냐. 연고도, 밑천도 없는 이 상황이 바로 전쟁 아니고 뭐겠어? 

“뭘 모르는구나. 너, 네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냐. 너 지금 재난 속에 있어. 지진, 쓰나미, 그런 것만이 아니라 우리 지금 상황이 재난 그 자체라고!” 

―영화 《엑시트》중에서―

이전 03화서울살이의 위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