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님 May 01. 2019

#35. 왜 우리는 여행을 매번 떠나는 것일까.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읽고.


여행을 워낙 좋아하고,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로써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신간 소식은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반가운 마음에 출간되기도 전에 주문해두었다가 바로 받은 책.


여행의 경험 뿐만 아니라 여행과 관련된 여러가지 고민이 담겨져 있어 꽤나 재미있다. 에세이인지라 어쩔 수 없이, 사유적으로 깊게 파고들어 철학적으로까지 접근하기엔 다소 어려운 감이 있는 책이었으나, 그래도 특유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김영하의 여행기라 꽤 흥미로웠다. 추가적으로, 문화가 다른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볼 만한 요소들이다.




모든 여행자가 그러듯이, 우리 역시 눈앞에 나타난 현실에 맞춰 고정관념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여행은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여행을 갈망하는 시기는 현실에서 뭔가 벗어나고 싶은 상황, 그러할 때 낯선 곳에 내던져짐으로써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여행에서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면, 모두가 일하고 있을 시간에 풍경 좋은 전망대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공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때 등 여행에서 크고 특별한 경험이 아닌 시점들이었던 것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러한 이유에 공감이 갔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 처럼,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행하는 매순간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여행에서는 내 의지로 가고 싶은 곳을 정할 수 있고, 가끔은 피곤에 따라 늦잠을 잘 수도, 발길이 닿는 것에 따라 일정을 수정할 수도 있고, 먹고 싶은 것을 결정할 수도 있는 그 상황들은 매일 굴러가는 일상과 다르게 굉장히 주체적인 일상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난을 겪거나 의도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이 생기면 당혹스럽고 말도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러한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든 되겠지. 다 사람사는 곳인데.'라고 생각하며 대처하는 방식 또한 여유로워진 나를 보면 점점 생각의 여유도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행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여행 또한 마냥 즐거울 순 없으니까. 휴가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는 직장. 그리고 다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결국 나를 속박하는 곳이 있기에 그 짧은 자유로움이 더욱 간절하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그리고 더불어 작게나마 여행 경험을 담은 책을 나도 언젠가는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40358


매거진의 이전글 #34. 라틴어를 통해 살펴본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