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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Mar 24. 2019

#34. 라틴어를 통해 살펴본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

한동일의 '라틴어수업'을 읽고.

꽤 오랜기간 베스트셀러였다는 것을 알았었고, 현재 활동 중인 독서모임 '틈새'에서 발제를 했던 책이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선뜻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책이었다. '언어'에 대한 책이라 왠지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고,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참석하기로 한 다른 독서모임 '썸데이부킹'에서 라틴어 수업으로 발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이 기회에 한번 읽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구입한 책이었다. 읽다보니 이전에 꽤나 재미있게 읽었지만 요즘은 잘 읽지 않는 자기 계발서들이 떠올랐다. 그 중 '미움받을 용기'랑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난 직후의 감상은 soso-였지만, 함께 읽고 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생각이 더 풍성해지고 감상이 더 풍부해져서, 읽어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언어 공부를 비롯해서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것이죠.

책을 읽다보면, 저자 한동일 교수는 '배우는 것'에 대해 중요성을 계속 강조한다. 단지 배움에 대한 열정 때문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작업이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내가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렇게 삶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려는 자세를 좋아하고 존중하기 때문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가만히 있지 않고 견문을 넓히려 하는 나 자신도, 그러한 틀을 나또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구나 라는 위안이 들었다.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던 누군가의 말처럼, 이 책은 여러모로 내게 위안을 주는 책이었다. 평소 위안을 주면서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책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의 내 상황 때문인지 책에 담긴 위안들이 많이 와닿았고 마음속에 새겨두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나 나를 '숨마 쿰 라우데'라고 하지 않아도 우리는 '숨마 쿰 라우데'라는 존재감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 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만들고 보잘것없게 만드니까요.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주겠습니까?

최근 여러 이유들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된 상황들에 대해 환경 탓을 했고, 남탓을 했다. 점점 나 자신은 수그러들어갔고, 나 자신에 대해 나 또한 탓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에서 읽은 이 대목은 다시 한번 나를 자각하게 만들었다. 비교가 난무한 현실에서 나 자신마저 나를 몰아세운다면, 정말 누가 나를 존중해주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조차 존중해주지 않는 나를 그 누구도 존중해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러한 내가 더더욱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좋은 말 마저도 자연스럽게 못 받아들이는 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나부터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이 되자, 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려본 사람만이 압니다. 또 그게 내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만큼 불필요한 집착이나 아집을 버릴 수도 있어요. 그만큼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겁니다.

내가 가진 모토 중 하나는 '해보고 후회하자.'다. 이 말에 참 와닿는 말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겁이 많아져 움츠러 들었었다. 이 문구처럼 나도 내가 가보지 않는 길을 더 동경했고, 부러워했고, 아쉬워했다. 이는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겪어보면 대단한 게 아닐 것이고, 내가 달려본 길 또한 달려보지 않았다면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해보지 않고 발만 동동 구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해보고 내가 필요한 것을 좀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제 안의 약함과 부족함을 확인했기 때문에 내가 아팠던 거에요. 다시 말해 저는 상처받은 게 아니라 제 안에 감추고 싶은 어떤 것이 타인에 의해 확인될 때마다 상처받았다고 여겼던 것이죠.

책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부분이었는데, 사실 나를 가리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 말에 상처를 쉽게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하면 '나 그런 사람 아닌데?'라고 변명과 자기합리화를 매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감추고 싶었던 부분, 나의 단점들이 남들에게 확인될 때마다 그것이 나의 부족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어 아팠고 그것을 부정해서 더욱 힘들었던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 그러한 상처들을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그런 면이 있구나.'라고 넘기는 연습. '그것도 나의 모습 중 일환인데.'라고 생각하는 연습. 그리고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모습들이 자주 발견되면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연습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사람들은 감상평을 듣고 있자니,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비교가 난무하고 쫓기는 현 시대에 왜 베스트 셀러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모두가 언급했던 것처럼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사실 색다르진 않다. 그러나 그렇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들었던 것들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되었고, 그 점들이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으로 생각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 상황에 맞게 꽤나 내게 좋은 책이었다. 특히나 낯선 '라틴어'라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이러한 생각과 연결시킨 점도 새로움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이 든다. 라틴어 언어의 파생을 통해 언어가 주는 힘과 영향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고, 단어의 파생된 흐름을 파악하고 나니 내가 언어에 갖고 있는 뜻에 너무 한정지어 생각하고 갇혀서 생각했구나 라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상황보다는 내 자신의 마음이 더 기분에 영향을 준다는 문구가 있다. 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또한 자만일 수 있다고 언급하는 한동일 교수의 말처럼, 나도 앞으로 힘들고 부정적인 상황이 있어도 좀더 마음 가짐을 즐겁게 가져보고, 나 스스로를 나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겠다는 어찌보면 새해가 되서야 다짐하게 되는 마인드를 갖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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