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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Sep 07. 2019

#38. 걷기라는 행위에서 얻는 깨달음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고.


하정우라는 배우를 좋아하지만, 뭔가 배우가 쓴 에세이라는 편견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책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누군가 읽어보고 싶다고 언급한 말 한마디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회사 도서관에 예약을 해두고 거의 두달 가까이를 기다려서 받게 된 책이었는데, 처음 받고 회사 자리로 돌아올 때만 해도 휘리릭 대충 넘기면서 든 생각은 '가벼운 에세이네'라는 생각에 낮은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읽고 나니 하정우라는 배우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그가 더욱 좋아졌고, 시기적절하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책에서 하정우는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느낀 점들을 열거한다. 놀라웠던 것은 꽤 배우로서 인정을 받은 그가, 생각보다 꽤 겸손하고 여전히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무모한 목표가 아니라, 흘러가는 것들을 순응하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노력한다는 점이 꽤나 좋았다. 특히 걷기와 책,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배우라니, 그가 더욱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고, 걸음이 다르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각자가 느끼는 온도차와 통점도 모두 다르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잘못된 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디고 험한 길이 있을 뿐이다.

하정우라는 배우가 좋았던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본인과 다른 사람들을 편견없이 대했다. 그리고 본인의 단점도 쉽게 알아챘고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 점을 좋게 승화시키기도 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러한 사람들을 인정하고 나의 단점까지 받아들이는 것.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그 부분을 그는, 순응하고 있어 더욱 멋있었다.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가장 부러웠던 부분 중 하나였는데, 하정우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걷기를 통해 기분을 전환한다고 한다. 기분을 풀 수 있는 명확한 요소를 발견하고 취할 수 있다는 것도 부러웠지만, 본인의 기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부러웠다. 나에겐 그러한 요소가 무엇들이 있을까.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보라고 충고해줬던 선우오빠의 말이 떠오르면서,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나의 망친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게 하진 않았을까. 라는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세상에 내가 선택하는 만큼, 움직이는 만큼 곧장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요리는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내 몸에 고스란히 보답을 해주니 쉽고 재밌어서 자꾸 뭘 더 해보게 된다.

되게 별 것 아닌 문구였는데, 괜시리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 정말 말 그대로 곧장 내가 행동하는 대로 결과가 나타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요리였네. 운동 같은 것은 꾸준히 해야만 나중에 드러나는 것이니. 대부분 내가 최근에 취한 것들은 그러한 것들이 대부분인지라. 이 대목을 읽고 나니 그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나도 요리를 문득 하고 싶어졌다.



살다보면 그냥 놔둬야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에는 내가 굳이 휘젓지 말고 가만 두고 봐야 할 문제가 80퍼센트 이상인지도 모른다. 조바심이 나더라도 참아야 한다.

하정우라는 배우가 정말 좋아졌던 대목 중 하나였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가 괜찮은 사람이구나 를 느꼈던 점이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다. 매번 내가 노력해도 되지 않을 것을 나는 애써 붙잡고 있는 성격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 안되는 것들은 순응하고 조금은 포기하고 참아가다보면 언젠가는 풀리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에 그러한 일이 있었는데, 몇달 내내 주변에서 놓으라고 해도 내가 놓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엊그제 하나의 사건을 마주하면서 내 안에서 뭔가 툭-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안되는 것을 애써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냥, 이제는 놓아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는데, 이 대목과 딱 맞아 떨어져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를 좀더 키워야 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배우란 분명 선택받는 직업이지만, 그 선택받을 수 있는 무대까지 걸어가는 것은 내 두 다리로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삶의 곳곳에 놓인 맛있고 즐거운 일들을 잘 느끼는 일. 그게 곧 행복이 아닐까 하고 나는 하와이에서 생각했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두 문구. 책을 덮으면서 느꼈던 것은 나에게도 좋은 기운들을 주는 요소들과 행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과 행위들을 골라내어 취하고 더불어 나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들을 주변에 둠으로써, 나중에 내가 좋은 사람이 이미 되어 있어 짧은 순간에도 빛을 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첫번째 단계로 나는, 나에게 나쁜 기운을 주는 요소들을 제거해보기로 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나쁜 기운을 주는 것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버리는 것으로 올해의 마무리를 해보기로 했다.


여러 관계로 스트레스가 있었던 요즘, 특히나 그 스트레스의 주 원인 중 하나가 쉽게 놓지 못하는 나의 성격 때문이라 더욱 스트레스였는데 그것을 놓을 수 있었던, 좋은 시기에 좋은 책을 만났다는 생각에 더욱 좋았던 책이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25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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