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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Sep 15. 2019

#39. 역사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떠나는 여행

유시민의 '유럽도시기행1'을 읽고.

유시민 작가의 책을 오랜만에 접했다. 내가 좋아하는 유럽을 소재로 한 여행책이라기에 구입은 했지만, 유시민 작가의 책은 어려운 책일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쉽사리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난히 내가 어려워 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역사를 여행하면서 접한 건축물들에 반영하며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 읽는 내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에 대한 기록은 늘 흥미로운 것 같다. 이전에 독서 모임에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처럼, 역사는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해도 될 것인가 라는 말처럼 역사에 대한 기록은 마냥 객관적이라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구절 중 하나는 우리가 현재 학교에서 반드시 배우는 지구의 자전에 대한 연구를 밝혀냈던 브루노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리학에 큰 한 획을 그을 정도로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는 브루노는 당시 사람들이 굳게 믿고 있는 이론을 뒤집었다는 이유로 박해를 당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의 동상은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채 로마에 세워져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역사를 모른채 내가 들여다보았다면 정말 수많은 동상 중 하나일 것이라고 가볍게 여기고 넘겨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마도 로마에서 내가 마주했던 많은 동상 중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유시민 작가도 그러한 역사를 알고 브루노의 동상을 마주했기에, 그 동상이 더욱 우울해보였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더해,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 보고 있다는 작가의 표현이 더욱 그것과 잘 맞아 떨어져 좋았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세상사를 보는 관점도 달라지는 법.
1453년 5월 29일 아침 벌어졌던 사건을 가리켜 유럽 기독교인들은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라 했고, 세계의 무슬림들은 '콘스탄티노플 정복'이라 했다. (유럽도시기행1, 이스탄불)

이스탄불에 대한 여행기 중 재미있는 부분은 콘스탄티노플의 함락 또는 정복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군가는 그것을 함락이라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정복이라 한다는 것. 바라보는 관점이 본인의 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낀 부분이었다.

이전에 유럽을 여행할 때, '테러가 무섭지 않아?'라고 유럽에서 만난 여행객들에게 물어봤었는데, '너희는 전쟁 휴전 중이잖아. 그게 더 무섭지 않니?'라고 물음을 오히려 들은 적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저 질문을 들으면서 '아, 휴전 국가에 있던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외국인들에게 그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당시 내가 갖고 있던 시각을 바꿀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우리가 외국을 여행하면서, 현지인과 여행객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 처럼 말이다.



베르사유 궁전을 제외하면, 시민들의 일상과 떨어져 관광객의 볼거리로만 쓰이는 공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럽도시기행1, 파리)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특히 파리를 마주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와닿았던 구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는 것을 이전에 여행기를 쓰면서 언급했던 부분이었는데, 파리가 유난히 다른 도시에 비해 그러한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보니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던 프랑스 사람들의 의식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 한다. 아마도 그러한 의식이 프랑스의 문화가 발전하는데도 큰 기여를 했으리라. 파리를 가보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언급된 장소들을 다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베르사유 궁전 안내서는 건축 과정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궁전과 정원을 만든 과정과 방법을 알면 그곳에서 미학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리라. (유럽도시기행1, 파리)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부분이었는데, 나 역시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바였던 것 같다. 오히려 가이드를 들으면서 감동이 배가 되었던 곳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것을 감춰야 감동이 더해지는 곳들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 것도 몰랐을 때 그곳에서 느끼는 감동이 너무 좋았는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났을 때는 나도 모르게 숙연함을 덜 느껴서 민망하고 미안함이 들었던 곳들이 서서히 떠오르기도 했다. 로마 편에서 작가가 언급했던 포로 로마노는 사실 내게 너무나 좋았던 공간이었는데, 작가가 언급한 역사적 배경을 듣고 나니 감동이 덜해지기도 했다. 포로 로마노를 보면서 '역사적 흔적'이라 느꼈고 당시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그 흔적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폐허의 흔적'이라는 느낌으로 언급한 평을 보면서 '아, 이게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사 또한 살아남은 자들에 의한 기록이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편집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편집으로 인해 건축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하는 것. 어떤 것을 수용해야 내가 올바른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까지도 들게 되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총 4군데 도시 중에 아테네와 이스탄불은 가보지 않았던 곳이기에 상상으로 건축물을 떠올리고 감정을 대입해본 상태에서 역사 배경을 듣자니 다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에 비교했을 때 로마와 프랑스 편은 가본 곳들이 대부분인지라 꽤나 감정이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특히나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취향이 확고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여행한다는 점은 정말 좋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시민 작가처럼 난 유식하게 역사적 배경을 갖고는 아니지만, 카페나 맥주, 서점 투어 등 여러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내 취향을 바탕으로 다른 여행을 통해 이어나가면서 얻는 즐거움 처럼 말이다.


여행을 앞둔 입장에서 포틀랜드나 시애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대충이라도 알고 가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도 가기 전에 꼭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077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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