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정리해보는 독서 연말결산.
목표는 30권이었는데, 정리해보니 독서량은 2019년과 비슷하게 35권.
독서량을 무조건 늘이기보다는 너무 압박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하게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몇년 간 지켜본 결과 나에게는 1년에 30여권이 가장 적정한 수준인 것 같다.
독서모임 틈새에 10월에 복귀했던 지라, 취향껏 내가 읽고 싶었던 책 위주로 독서하여 내 취향이 잔뜩 묻어난 2020년의 독서 결과. 그래서인지, 2020년엔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은 책들이 많았던 것 같다.
1.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2.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 조민진
3. 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4.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5. Data-Driven UX
6. 착취도시, 서울 - 이혜미
7.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김금희
8.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 더글라스 케네디
9. 웹 기획자가 알아야 할 서비스 글쓰기의 모든 것
10. jobs: architect , 건축가: 빛과 선으로 삶을 그리는 사람
11.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 장수연
12.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홍승은
13.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14. 아무튼, 계속 - 김교석
15.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 오하
16. 여덟단어 - 박웅현
17. 마이크로카피 - 킨너렛 이프라
18. 보통의 언어들 - 김이나
19. 설민석의 책 읽어드립니다 - 설민석
20.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 박소연
21. 기록의 쓸모 - 이승희
22. 기획자의 일 - 양은우
23. 외로움을 씁니다 - 김석현
24. jobs: novelist, 소설가: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
25.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26.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27. 어쩌다 정신과 의사 - 김지용
28.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29. 데미안 - 헤르만 헤세
30. 복자에게 - 김금희
31.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32.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토르 프랑클
33.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34. 나를 움직인 문장들 - 오하림
35. 딸에 대하여 - 김혜진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일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판타지적 요소가 섞인 것이 아니라, 너무나 현실적인 부분이 반영되어 있어 좋았던 책. 드라마로 나왔다고 들었는데, 책에 대한 감상이 너무 좋았던 지라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았었다. 선물받은 책이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 조민진
그림을 좋아하는 기자가 휴직 1년 기간동안 런던 여행을 하며 만난 명화들에 감정을 대입시키며 쓴 에세이였는데, 명화에 대한 해설이 담겨져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보다도 읽는 내내 무언가를 좋아해서 푹 빠진 사람의 모습은 참 멋있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착취도시, 서울 / 이혜미
르포물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었는데 흡입력있게 읽었다. 쪽방촌에 대한 기사를 취재한 기자가 화려하고 볼거리 많은 서울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쪽방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쪽방촌이 부자들의 비즈니스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작년의 베스트였던 책. 우리가 의도하지 않고 쉽게 사용하는 단어나 행동, 판단 등이 실질적으로는 차별을 베이스로 한다는 이야기인데, 중간중간 나를 많이 자각하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주변에 꽤 추천하고 다녔던 책이었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 김지용
정신과 의사의 에세이 겸 상담 사례를 모은 책. 사례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안전한 길을 택하는 사람들, 과거를 원망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보며 다들 별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다들 많이 상처받으며 살아가고 있구나,를 생각해하게 만든 책이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라는 자기 위안과 동시에 이정도 삶을 영위함에 감사함을 느끼기에 좋은 책.
나를 움직인 문장들 / 오하림
TBWA 카피라이터 분이 쓰신 책. 역시 나는 카피라이터 작가가 쓴 책이 취향에 딱인 듯 하다. 큰 기대감이 없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많은 생각을 남기게 만든 책이었다.
살면서 좋은 루틴을 많이 만드는 건 좋은 취향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좋은 루틴과 좋은 취향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때 인생도 차츰 더 좋아진다고 믿는다.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 조민진)
더 나은 걸 기대할 수 있는 삶이 좋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내일에 희망을 품어야 오늘 정성을 다 하는 일이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 조민진)
인간적 연민이 생기려다가도, 그의 허풍에 다시 사그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오히려 과시하듯 내뱉는 화려한 단어들은, 손톱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검댕이가 보여주는 그의 현실과 대비되어 더욱 공허하게 들렸다. (착취도시 / 이혜미)
세상 사람들은 쪽방 사람들이 그곳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가난을 견뎌야만 한다고 말하죠. 그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착취도시 / 이혜미)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 자기 입으로 자기 죄를 밝히는 이야기가 꼭 나온다고. 나쁜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악의를 숨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 더글라스 케네디)
그렇지만 잿빛인 데에는 좋은 점도 있어. 잿빛인 날이 많기 때문에 푸르른 날을 더 아름답게 느낄 수 있어. 밝고 행복한 날만 계속될 수는 없어. 잿빛도 삶의 일부야.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 더글라스 케네디)
"지겨움을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무언가를 사랑하는 건, 그것이 주는 지겨움을 사랑하는 거더라고요."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 장수연)
좋은 날씨를 기대하는 삶보다, 날씨를 맞이하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다. (기록의 쓸모 / 이승희)
사치의 이면에는 어릴 때부터 뼈에 사무친 경제적 결핍감이, 사랑의 소품으로 집 안 곳곳을 장식하려는 마음 밑동에는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뿌리를 내린 채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는지도 모른다.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대상’이다. ‘충분히 좋은’이란 말을 내 방식대로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군데군데 불만족스럽고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이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 김지용)
자기 비난과 자기합리화, 이 둘 사이에 적당한 균형과 긴장이 있어야 삶이 좀 더 단단해지고 건강해진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 김지용)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복자에게 / 김금희)
그렇게 위에서 보니 모든 것이 한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드론이 점점 내려앉아 지붕의 시점이 되고 잠자리들의 시점이 되고 우리의 눈높이가 되고 갯강구들의 자리까지 내려와 착륙하면 슬픔이 먼지처럼 피어올랐다. (복자에게 / 김금희)
경기의 승패에 따라 시간의 가치나 무게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하든 그것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시간과 잘 타협해서, 최대한 멋진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 -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그렇게 기억이란 때때로 내게 가장 귀중한 감정적 자산 중 하나가 되었고,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큼직한 외투 주머니에 가만히 잠재워둔 따뜻한 새끼 고양이처럼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인간의 마지막 자유 - 즉 어떠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고, 자기 자신만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삶을 의미있고 목적이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아무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이 정신적 자유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토르 프랑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고통을 일으키는 상황을 자기 나름대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필요하다면 '고통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토르 프랑클)
감정에는 좋고 나쁨의 구분이 없고 우리가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감정적인 문제를 걱정하지말고 인정하고 흘려보내자. 감정에서 야기되는 행동에 좋고 나쁨이 있을 뿐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상유심생. 외모는 마음에서 생겨난다는 뜻이다. 사람은 각자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을 새기며 산다. 우리가 지나온 세월, 생각과 가치관, 심리 상태의 모든 변화 하나하나가 얼굴에 흔적을 남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그러고 보면 나는 매사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처럼 굴고 있는지도 모른다. 늙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어떤 가능성들을 하나씩 베어내면서 일상을 편편하고 밋밋하게 만드는 데에만 골몰하는지도 모른다. (딸에 대하여 / 김혜진)
나는 당연한 것을 잊고 산 나의 모습에 이렇게 자주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마주할 용기만 있으면 잘못된 행동도 금방 고칠 수 있겠지. (나를 움직인 문장들 / 오하림)
우리는 항상 오늘을 희생하며 다음에, 다음에 라고 한다. 그 다음의 미래는 지금이 쌓여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한 다음이 있을 리 없는데도 말이다. 지금의 행복과 나중의 행복은 별개의 일인데. (나를 움직인 문장들 / 오하림)
이렇게 내가 좋았던 구절들을 모아보면, 그 당시 한 해 간 마음상태를 훑어볼 수 있다.
나는 2020년에, 나쁘게 불쑥불쑥 튀어나왔던 마음들을 잘 흘려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나쁜 감정들이 결코 나한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상심하지 않기를, 잘 극복해낼 수 있기를 많이 다독였던 것 같다. (매해 어째 비슷한 것 같지만)
올해 업무가 변화되면서 업무 관련 책도 많이 읽었는데,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별로 없던 것을 보면 좀 아쉽기도 하고. 업무 관련 서적들을 제외하고 나면 에세이 위주의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매년 느끼는 것은, 나의 가장 좋은 취미는 독서라는 것. 2021년 한 해에도 좋은 책들이 많이 남았으면 하는 바램. 아, 올해 좋았던 책들을 지인들에게 자주 선물하기도 했고, 연말에 나눔도 했다. 책 선물은 내가 그 책을 읽으며 좋았던 감정까지 전한다는 생각에 따스함이 같이 전달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내년에도 지인들에게 따스함을 많이 나눠줄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