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의 음악을 완전 좋아하지는 않는다. 잘 알지도 못한다. 별 기대없이 본 공연에 감동을 받은 적은 있을 뿐.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기대도 적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읽었다. 인생이 어차피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파도에 몸을 맡긴 서퍼처럼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이 살고 싶다는 그의 마음가짐이 참 좋아서 근심걱정이 워낙 많은 나인지라 올해는 조금 실천해봐야지! 라는 생각을 만들게 만든 책.
-나도 모르게 골칫거리로 삼아 씨름하게 되는 문제들 중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의 기분이 어떤지를 잘 살피는 일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좋은 기분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살면서 획득한 플러스와 마이너스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답하기 어렵다.
-그 무엇을 가졌든 못 가졌든 행복이란 누구에게나 대략 비슷하게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얘기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그 성공을 손에 넣는 순간 자신이 그걸 얼마나 절실히 원했었는지 잊어버린다. 혹은 그 성공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불행을 맞이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눈앞에 놓인 불행을 어떻게든 헤치고 나름의 행복에 닿고자 막연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서퍼는 바다 위에서 즐겁다. 바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도, 작게나마 나름의 역할을 하며 재미를 찾는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겪게 되는 일 중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주로 뜻밖의 순간들이다.
-대단한 항해를 계획하지 않아도 파도는 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파도를 맞이하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푸른 바다 위를 질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참 읽지 않던 책이었는데, 마침 김영하의 북클럽 책으로 선정되어 완독한 올해의 두번째 책.
책에서 저자는 내가 결정하는 삶을 위한 자기 검열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써 정리하는 등 꾸준히 나에게 어떤 의미가 와닿는지 표현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부분을 교양을 쌓는 행위로까지 엮어서 이야기한 부분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철학책은 어렵다. 어려운 책을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좋았던 시간이었다.
행복에 대해, 이후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중 한 친구가 '자기 결정적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행복이라 언급했을 때 너무 와닿았다. 미래의 행복과 현재의 행복을 나누어 운운할 수 없는 것처럼, 현재를 먼저 잘 느끼는 내가 되어야 미래의 나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삶이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우리의 자아상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행위와 사고와 감정과 소망에 있어서 되고 싶어하는 모습의 사람이 되었을 때, 그것을 자기 결정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집중적 현재는 이해될 수 있고 서술 가능한 현재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결정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현재를 잘 느끼는 방법 또한 배울 수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문학작품을 읽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에 대해 이제 상상력의 반경이 보다 넓어진 것입니다. 이제 더 다양한 삶의 흐름을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직업과 사회적 정체성, 인간관계의 다양한 종류를 알게 됩니다.
-타인은 어디까지나 타인에 불과하며 그들이 우리를 평가할 때 우리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오직 그들만의 문제인 수만 가지 요인에 의해 그 평가가 왜곡되고 부정적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결정적 삶은 이러한 낯섦도 견뎌낸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의 표현 안에서 스스로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의 상상력 안에서 스스로를 찾는다는 말과 언제나 일치합니다. 내가 이루어낸 것, 그리고 내게서 나온 것들로부터 나는 상상의 힘의 구심점, 내 상상력이 가진 리듬과 흐름을 알아봅니다.
-어떤 문화를 이해하거나 배우려고 할 때에는 그 문화에서 자기 결정과 자유가 어떻게 이해되는지, 그리고 그들에 대한 경험이 어떤 무게를 갖는지 반드시 스스로 물어보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일까, 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읽는 책들도 대부분 행복과 나의 결정에 따른 삶의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책들을 주로 읽게 되는 듯.
1월에는 회사가 너무 바빠 독서량이 많지 못했다.
2월에는 부디 더 풍부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긴 독서를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