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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Feb 07. 2021

1월의 독서기록


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장기하의 음악을 완전 좋아하지는 않는다. 잘 알지도 못한다. 별 기대없이 본 공연에 감동을 받은 적은 있을 뿐.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기대도 적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읽었다. 인생이 어차피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파도에 몸을 맡긴 서퍼처럼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이 살고 싶다는 그의 마음가짐이 참 좋아서 근심걱정이 워낙 많은 나인지라 올해는 조금 실천해봐야지! 라는 생각을 만들게 만든 책.


-나도 모르게 골칫거리로 삼아 씨름하게 되는 문제들 중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의 기분이 어떤지를 잘 살피는 일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좋은 기분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살면서 획득한 플러스와 마이너스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답하기 어렵다.


-그 무엇을 가졌든 못 가졌든 행복이란 누구에게나 대략 비슷하게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얘기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그 성공을 손에 넣는 순간 자신이 그걸 얼마나 절실히 원했었는지 잊어버린다. 혹은 그 성공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불행을 맞이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눈앞에 놓인 불행을 어떻게든 헤치고 나름의 행복에 닿고자 막연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서퍼는 바다 위에서 즐겁다. 바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도, 작게나마 나름의 역할을 하며 재미를 찾는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겪게 되는 일 중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주로 뜻밖의 순간들이다.


-대단한 항해를 계획하지 않아도 파도는 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파도를 맞이하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푸른 바다 위를 질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기결정 - 페터 비에리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참 읽지 않던 책이었는데, 마침 김영하의 북클럽 책으로 선정되어 완독한 올해의 두번째 책.

책에서 저자는 내가 결정하는 삶을 위한 자기 검열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써 정리하는 등 꾸준히 나에게 어떤 의미가 와닿는지 표현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부분을 교양을 쌓는 행위로까지 엮어서 이야기한 부분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철학책은 어렵다. 어려운 책을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좋았던 시간이었다.

행복에 대해, 이후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중 한 친구가 '자기 결정적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행복이라 언급했을 때 너무 와닿았다. 미래의 행복과 현재의 행복을 나누어 운운할 수 없는 것처럼, 현재를 먼저 잘 느끼는 내가 되어야 미래의 나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삶이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우리의 자아상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행위와 사고와 감정과 소망에 있어서 되고 싶어하는 모습의 사람이 되었을 때, 그것을 자기 결정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집중적 현재는 이해될 수 있고 서술 가능한 현재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결정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현재를 잘 느끼는 방법 또한 배울 수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문학작품을 읽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에 대해 이제 상상력의 반경이 보다 넓어진 것입니다. 이제 더 다양한 삶의 흐름을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직업과 사회적 정체성, 인간관계의 다양한 종류를 알게 됩니다.


-타인은 어디까지나 타인에 불과하며 그들이 우리를 평가할 때 우리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오직 그들만의 문제인 수만 가지 요인에 의해 그 평가가 왜곡되고 부정적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결정적 삶은 이러한 낯섦도 견뎌낸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의 표현 안에서 스스로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의 상상력 안에서 스스로를 찾는다는 말과 언제나 일치합니다. 내가 이루어낸 것, 그리고 내게서 나온 것들로부터 나는 상상의 힘의 구심점, 내 상상력이 가진 리듬과 흐름을 알아봅니다.


-어떤 문화를 이해하거나 배우려고 할 때에는 그 문화에서 자기 결정과 자유가 어떻게 이해되는지, 그리고 그들에 대한 경험이 어떤 무게를 갖는지 반드시 스스로 물어보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일까, 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읽는 책들도 대부분 행복과 나의 결정에 따른 삶의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책들을 주로 읽게 되는 듯.

1월에는 회사가 너무 바빠 독서량이 많지 못했다.

2월에는 부디 더 풍부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긴 독서를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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