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재밌게 읽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유사하다는 평에, 주변 추천이 많았기에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기대만큼의 재미도, 감동도 다소 아쉬웠던 책이었다. 그래도 뭔가 어른을 위한 환타지라는 말랑말랑한 감정을 잠시나마 느끼기엔 좋았다. 오랜만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싶게 만들었던 책.
필요한 만큼만 꿈꾸게 하고, 늘 중요한 건 현실이라 강조하시죠. 현실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의 적당한 다스림.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죽음의 문턱에 갔다온 사람의 고통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아쉬운 면도 다소 많았던 책이었지만, 고통을 견뎌냈던 순간들에 대한 그의 기록에서는 눈물이 났다. 지난 달에 이어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련된 책을 참 자주 읽는 것 같다. 일어나는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빠르게 회복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그의 마음가짐이 책 곳곳에 드러나던. 1월에 읽었던 장기하 책과 비슷한 느낌이 나던 책이었다.
결론에 사로잡혀 있으면 정말 중요한 것들이 사소해진다. 결론에 매달려 있으면 속과 결이 복잡한 현실을 억지로 단순하게 조작해서 자기 결론에 끼워 맞추게 된다.
이와 같은 생각은 정작 소중한 것들을 하찮게 보게 만든다. 이와 같은 생각은 삶을 망친다.
선명한 원인 한가지를 찾아내겠다고 애쓰는 건 이미 먹고 있던 국수 그릇에서 처음 삼킨 면과 마지막에 삼킬 면의 시작과 끝을 찾아 이어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벌어질 일이 벌어진 거다. 그러니까 괜찮다.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
나와 내 주변의 결점을 이해하고 인내하는 태도는 반드시 삶에서 빛을 발한다. 그걸 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삶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내 앞의 불행을 이기는 데 최소한의 공간적, 시간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능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김영하 북클럽 책이었는데, 뒤늦게야 완독해서 북클럽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면서 작가가 만나는 어린이들의 세계에 대한 책이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읽으면서 나를 들여다볼 일도 많았다. 특히 유년을 경험했다고 해서 어린이를 잘 알 수 있는 게 아니고,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 등을 다시 한번 헤아리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말이 정말 와닿고 좋았던.
어린이는 나중에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지금도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 그때도 우리는 우리였다. 지금보다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성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는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 하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 과정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감사를 자주 표현하고, 사려 깊은 말을 하고, 사회 예절을 지키는 사람.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잘 모르고 경험 없는 사람을 참고 기다려 주는 것. 용기와 관용이 필요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어린이가 가르쳐 주어서 길을 아는 게 아니라 어린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심하면서 우리가 갈 길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를 가르치고 키우는 일, 즉 교육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 된다.
어린이를 온전히 마주하는 경험은 결국 우리 안에 오랫동안 꽁꽁 숨겨 둔 가장 작고 여린 마음들을 다시 꺼내 들여다보고 천천히 헤아리는 시간이라는 걸.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와 마음,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해 있다는 걸.
2월에는 추천받은 책 위주로 읽었다.
소설, 에세이 분야 구분없이 읽었는데, 세 권 중 단연 좋았던 것은 어린이라는 세계 였다.
추천을 받아 책을 읽게 되면, 기존에 읽던 한정적인 분야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을 읽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3월에도 알찬 독서의 달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