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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Apr 01. 2021

3월의 독서기록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 헤르만 헤세

종영오빠가 독서모임에서 발제한 책이었는데, 정말 종영오빠 다운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기대감 때문인가,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고 읽는 내내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책이 나를 읽는 것인지 데미안에 이어 헤르만 헤세를 이해하기엔 난 너무 부족한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던 책. 그래도 요즘같이 외출이 쉽지 않은 시국에 자연을 이렇게 애정하고 대하면서 힐링할 수 있겠구나,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소소하게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좀더 귀중하고 잘 살펴볼 줄 아는 내가 되어야지 라고 다짐하게 만들어주어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올해의 일곱번째 책.


우리는 곳곳에서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저으며 신기해한다. 그 길고 음울한 겨울을 우리가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길고 어두운 다섯 달을 우리는 정원없이, 향기없이, 꽃없이, 초록 잎사귀 없이 지냈다. 이 얼마나 가련한 일인가.
다른 모든 이들처럼 나도 이 질서정연한 자연의 순환을 당연한 일이자 근본적으로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할 때, 땅 위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만이 이런 순환에서 빠져있고, 무한한 순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개인적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려 하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지 않은가, 생각하곤 한다.
꽃잎의 뒷면도 세심하게 살피세요! 줄기가 꺾이는 순간 갑자기 뚜렷하게 드러나는 그늘진 뒷면이 꽃잎의 색깔 변화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할 때, 땅 위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만이 이런 순환에서 빠져 있고, 무한한 순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개인적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려 하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지 않은가, 생각하곤 한다.
살다 보면 어렵고 슬픈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때때로 충만함과 만족감을 주는 행복한 일이 생긴다.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아도 괜찮다. 잠깐이지만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예술의 쓸모 - 강은진

독서모임에서 진행한 '주제발제'에서 독서 외 나의 취미와 관련된 책을 읽기로 해서 읽게 된 책.

내가 좋아하는 미술, 음악, 건축, 공연을 포괄하는 예술에 관련된 책을 찾다가 읽게 된 책이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미술에만 거의 국한된 이야기가 담겨 아쉬움이 맣았지만, 왜 내가 예술을 좋아하고 즐기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어 좋은 리프레시 기회를 준 듯 싶다.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둘러보지 못한 것들에서 사소한 감동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의 여덟번째 책.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치는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과 가치를 포착해내는 일을 하니까요.
아무리 좋은 씨앗을 좋은 땅에 심어도 곧바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는 않죠. 탁월한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선, 예술 같은 좋은 양분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섭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건 감성이나 우울감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정말 격렬한 고뇌를 담아냈구나 하고 감탄할 수준에 이르고 싶다.
"그림은 경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험이다"라는 로스코의 말처럼, 쉽게 헤아리기 힘든 깊은 색과 면으로 찬 캔버스가 우리를 내면의 깊은 감정과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죠.
추상의 의의는 이처럼 감상자가 대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끔 돕는 데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감각적으로 느낄 줄 아는 것이, 바로 인생을 충반한 행복으로 채우는 비결입니다.




3월에 업무가 너무 바빴다는 핑계로 한동안 책을 손에서 놓고 지냈다.

덕분에, 독서모임 책 외에는 아예 읽지 못한 상황. 그럼에도 독서모임 덕에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음은 참 좋았다. 특히 평소에 편식해서 읽지 않던 다양한 책을 읽고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3월에 읽은 책들은 좀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고 그것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고, 반대로 길어지는 코로나 시기에 내가 작게나마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어 좋았다.


4월에는 좀더 하루에 30분씩 독서하는 습관을 잊지말고 꾸준히 몸에 익도록 해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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