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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ul 03. 2016

#14. 창과 틈을 통해 바라본 낯선 여행지

여행지의 사진을 찍을 때, 창이나 어떤 틈을 통해 바라보는 시각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냥 풀화면으로 여행지를 바라볼때보다 뭔가 색다른 시각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 작은 틈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때나 햇빛이나 하늘이 그 사이로 비춰질 때의 느낌은 참 묘하게 행복하다. 그 창이나 틈을 넘어서면 마주할 풍경을 미리 그 좁은 사이로 마주하면서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 느껴지는 흥분은 경험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 이번에는 여행지에서 마주했던, 창을 통해 바라봤던 여행지 중 기억남는 곳을 공유해보려한다.



피렌체 종탑 오르는 길에 보이는 피렌체 시내

아마 종탑이나 어느 건물의 꼭대기를 올라가면서 모두들 한번은 마주하는 풍경일 것이다. 특히 유럽의 탑 같은 건물은 좁디 좁은 곳을 한참 돌면서 올라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 와중에 간간이 미소짓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좁은 틈으로 보이는 시내의 모습. '얼만큼 올라왔나?' 싶어서 내려다본 이곳의 작은 틈으로 보이는 시내의 전경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전망을 미리 보게 함과 동시에, 힘든 땀방울을 조금씩 식혀주는 고마운 공간이다. 피렌체 종탑에 오르면서 이 틈으로 마주한 피렌체의 주황색 지붕들은 정말 아기자기하면서 예뻤고, 전망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곳이었다. 피렌체 종탑에 오르게 된다면, 드문드문 보이는 창틈을 통해 보이는 피렌체 시내를 미리 맛볼 것을 추천한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시계 틈으로 보이는 파리 전경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은 개인적으로 루브르 박물관보다도 좋았고, 특히 이 시계 사이로 보이는 파리의 전경은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느끼게 하였다. 비가 조금 왔기에 흐린 날시였지만, 여전히 하늘색 지붕의 파리 시내들은 그 운치를 더해주었다. 시계를 배경으로 잡고 그 틈의 파리 시내를 프레임으로 잡고 나니, 오묘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게 만들었던 사진이 나왔다. 오르세 미술관에 가게 된다면 꼭 이 시계가 보이는 레스토랑 까지 다녀왔다 갈 것을 추천한다. 해가 질때쯤 온다면 더더욱 멋진 풍경을 보게 될 것같은 느낌이 드는 이곳.


제주 협재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주한 협재 바다

제주에서 바다가 정말 예쁘게 보이는 객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했다. 사람이 꽉 차버린 틈을 겨우 비집고 들어가 예약한 이곳.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마주한 바다는 정말 예뻤다.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 제주도 특유의 파랗고 주황빛이 도는 지붕을 가진 집들과 어울려 보이는 협재 바다는 이곳에서 하루종일 커피마시며 앉아있어도 참 행복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협재 이 객의 게스트하우스를 가게 된다면 해가 질때 굳이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것을 권장한다. 정말 예쁘게 지는 노을을, 바다에서 한발자국은 먼 발치에서 볼 수 있는 기쁨을 맞이할 수 있다.


리스본, 좁은 골목 사이로 보이던 아름다운 전경

포르투갈 리스본의 알칸타라 전망대를 시작으로 쭉 내려오는 뒷 골목을 통해 예쁜 리스본의 전경을 볼 수 있다고 민박집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셨다. 리스본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리스본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발길이 닿는대로 움직이다가 마주한 골목. 그리고 그 골목에서 본 리스본은 정말 '와!' 하는 느낌을 자아냈다. 트램을 타고 한참 올라왔기에 높은 곳에 있던 골목이었는데, 그 높은 골목 양옆으로 마주한 건물들을 보면서도 참 아기자기하며 예쁘다, 싶었는데 그 골목사이로 보이는 리스본 전경을 보니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이 골목을 쭉 따라 내려오면 리스본의 메인 광장까지 내려갈 수 있다. 리스본에 가게 된다면, 이런 알려지지 않은 골목 탐방을 해보길 권한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역시 전경이 가장 예쁜 체코의 체스키크롬로프

체코의 근교도시인 체스키 크롬로프. 사실 기대가 너무 컸던만큼 아쉬움도 컸던 도시였다. 게다가 어여쁜 하늘과 맞닿은 주황색 지붕들을 기대했는데, 날씨가 너무 흐려 우중충한 하늘과 그에 맞선 주황색 지붕들이 보여 아쉬웠던 곳. 그러나 전망대로 오르는 순간 벽의 틈으로 보인 체스키 크롬로프는 정말 예뻤다. 이 틈을 통해 전경을 내려다보는데, 무언가 몰래 엿보는듯한, 그러나 예상치 못한 뷰를 선물받은 느낌에 기분이 참 좋았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가까이에서 마주한 풍경보다는 전망대에서 전반적인 뷰를 보는 것이 가장 좋다. 개인적으로 할 것이 별로 없는 곳이기에 왕복 5시간 이상을 투자하면서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 호불호가 갈리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곳. 그러나 이 뷰를 보고 싶다면! 그리고 체코의 일정이 길다면! 한번쯤은 여유있게 다녀와봐도 좋을 것 같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마주하게 된 루브르박물관, 그리고 기대감

루브르 박물관은 파리에 있던 일주일 내내 자주 들렸던 곳이다. 파리 하면 떠오르는 곳 중 하나이기도 했고, 아침, 저녁마다 마주한 박물관의 풍경은 또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루브르 박물관을 처음 마주했을 때, 입구를 통해 살짝 보이는 박물관의 삼각형 천장은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안겨주었다. 몇발자국만 떼면 맞닿을 곳이지만, 저 작은 틈을 향해 보이는 저 삼각형 천장, 그리고 '아 정말 내가 파리에 왔구나!'를 느끼게 해준 설레임.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저 틈으로 보이는 박물관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그때의 그 느낌을 고스란히 남기고 싶어서.


우연히 제주도 카페 화장실에서 마주한 푸르른 하늘

제주도 공천포에 있는 카페 요나에서 화장실에 들렸을 때였다. 우연히 옆을 바라봤는데 마주한 작은 틈, 그리고 그 틈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나무가 너무 예뻤다. 당장 사진에 담고 싶어 화장실에서 나와 카메라를 들고 다시 들어간 곳. 특히 그 틈에 놓여진 오리가 하늘을 등지고 있는 모습은 참 아기자기하면서도 어여쁜 뷰를 선사해주었다. 우연히 마주한 틈으로 보인 제주도 뷰에 아마도, 더욱 기뻤고 기분이 좋았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틈으로 보여도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야경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야경으로 유명하다. 그중 어부의 요새에서 보는 야경이 정말 예쁘다고 해서 민박집 사람들과 택시 투어를 하였다. 와 정말 예쁘다를 남발하다가 마주한 성벽 창 틈으로 야경은, 그마저도 아름다움을 가리지 못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깜깜하고 검은 하늘과 대조되는 예쁜 불빛. 계속 봐오던 야경과는 또다른 아름다움에 추웠지만 이곳에 한참 서성였다. 옆에 카페도 있으니 부다페스트 야경투어를 할 때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것을 권장해본다. 정말 유럽여행 중 야경의 갑오브 갑이라고 손꼽을만 한 곳이다.


프라하 숙소에서 마주한 눈덮인 주황색 지붕들의 향연

프라하에 간 때가 연말부터 연초여서 엄청난 성수기였다. 프라하의 왠만한 민박집이 꽉차고 꽉차서 다섯번의 컨택 끝에 우연히 컨택된 프라하 베어하우스 민박. 이곳의 뷰가 정말 예쁘다는 후기를 봤지만 생각보다 인지도가 없어 왜그럴까, 하고 예약을 하고 갔는데 그 어느 민박집보다 좋은 위치, 그리고 좋은 서비스, 무엇보다 뷰가 너무나 좋았다. 들어보니 프라하 시내 거주지역에서 높은 건물 중 하나라 전망이 좋은 거라고. 복도 뿐만 아니라 자고 일어나면 침대 머리맡에 있는 창으로 보이는 눈덮인 주황색 지붕들 또한 너무나 예뻤다. 덕분에 아침마다 기분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던 곳. 옥상도 있어 12월 31일에 다같이 올라가 360도 사방으로 터지는 불꽃놀이를 한참 구경하였다. 너무 좋은 기억을 많이 안겨준 프라하 베어하우스 민박. 그 이후로 프라하에 간다는 지인들이 있으면 꼭 추천하는 곳. 창으로 내다보는 프라하의 일상은 너무나 소중하고 좋다.


길잃은 프라하성에서 발견한 예쁜 탈출구

생각보다 프라하성이 꽤 컸다. 그리고 바보같이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길을 잃어 한참 탈출구를 향해 헤맸다. 그러다가 사람이 많이 있는 곳을 따라 가다가 마주한 너무나 어여쁜 프라하 전경이 슬쩍 보이던 이곳. 길잃었던 그 조급함도 잊은채 이곳에 서서 셔터를 눌렀다. 한참 길을 잃어 괜시리 다급했던 마음도 슬쩍 사라져버리고, 파란하늘과 맑은 공기가 갑자기 스며들어오니 와 정말 프라하는 예쁜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뭉실뭉실 올라왔던 순간이었다. 이곳은 프라하성에서 뒤편 내려가는 길의 입구 쪽이기 때문에 프라하성에 가는 분들은 한번쯤 마주하는 공간이다. 누구나 똑같이 마주하는 공간이 나에게는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을 때의 그 소소한 기쁨은, 아마도 여행 중에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취향저격에 대한 소중한 기분이 아닐까 싶다.


여행 직전 느낄 수 있는 설레임을 마주하는 곳, 공항

개인적으로 공항이라는 공간을 참 좋아한다. 다른 공간, 여행지로 나를 데려다 준다는 그 설레임을 느낄 수 있는 곳이고, 그래서 갈때마다 설레이는 그 감정이 너무나 좋다. 예전에 아는 동생들과 공항쪽을 지나가다가 '공항에 괜시리 오는 사람이 있대. 이해가 안돼.'라고 하는데 괜시리 부끄러웠다. 나는 가끔 그 설레임을 느껴보고 싶어 시간이 날 때 들리곤하는 곳인데, 그 앞에서 그감정을 이야기하는게 순간 부끄러워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항은 내게 소중한 곳이다. 여행 직전의 설레임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공항에 탑승수속을 밟고 나면 보이는, 저 커다란 창 사이로 보이는 비행기, 그리고 풍경들이 너무나 좋다. 일본 여행을 가기전 들렸던 공항 창 사이로 보였던 파란 하늘과 구름들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이 사진을 포착했던 순간. 여행을 좋아하시는,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그때의 순간을 공유해보고 싶어 넣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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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참 주관적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누군가에게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검색을 통해 우연히 찾은 곳이 내 취향과 맞으면, 그분의 블로그나 포스팅을 쭉 보고서 내 취향에 맞게 일정을 재조정하곤 한다. 그렇게 여행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들 또한 주관적이라 생각한다.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나 두근거림을 느끼는 순간 또한 모두 다르고, 때문에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그 감정을 혼자 느꼈을 때의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은 참 소중하다. 그래서 어떤 틈이나 창을 통해 내다본 여행의 풍경 중에 내가 느꼈던 소중한 순간들을 공유해보고 싶었다. 이 사진들에 담긴 내 감정이 앞으로 여행을 할 누군가에게,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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