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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May 11. 2016

#2. 여행의 묘미2

우연이 만들어내는 인연의 즐거움.

난 혼자 여행을 종종 한다.

여행을 혼자 하게 되면 당연히 심심하거나 두려운 순간이 있긴 하지만,

우연히 만나 즐거운 인연이 될때도 꽤 된다.


여행이란 참 그런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 같은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신이 나는 일이다.


여태 혼자 여행을 유럽 2번, 제주도 1번 했는데 여행 중 만났던 재미있는 인연들이

문뜩 떠올라 기록해보았다.


서울에서도 못만난 이서방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제주도 여행 막바지일 때, 뷰가 너무 좋다는 객의 하우스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는데

게스트 하우스 거실에 앉아있는 지인을 우연히 마주쳤다.

서울에서도 한번도 우연히 마주친 적이 없었던 그 분을, 그곳에서 만났을때 그 반가움이란.

해커톤 캠프에서 만난 어설픈 친분정도를 유지하던 개발자분이었는데, 낯선 곳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밤늦게 옥상 평상에 그 지인분과 친구들과 다같이 모여앉아 맥주를 마시며

별을 보던 그때가 벌써 2년전이라니, 시간 참 빠르고 세상은 참 좁다.



여행에서 사람을 엮어주는 고마운 장소

제주도의 소낭 게스트하우스는 밤에 바베큐 파티에서부터 다음날 새벽 용눈이 오름투어까지 맡아서 해주는 곳이었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하는데 '얼마전에 퇴사한 백수에요'라고 소개하는 게 너무나 낯설었던 당시. 그리고 그렇게 밤늦게까지 마신 맥주시간보다도, 아침에 새벽공기 마시며 나선 용눈이 오름 투어가 더 기억에 남았던 시간. 다음날 고맙게도 다음 장소까지 차로 태워주신 군인분까지- 여행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사람을 엮어주던 고마운 장소- 아마도 이젠 제주도에서 이렇게까지 왁자지껄 어울려 떠들수 있을 나이가 점점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인 듯한 슬픔은 왜인걸까.



혼자 처음 떠난 해외여행, 첫 여행지에서의 설레임을 함께한 사람들

런던에 처음 도착했을 때 12월 초라 유럽여행의 비수기 시즌이었다.
마침 런던의 게스트하우스에 6일을 묵게 된 나는, 소수의 인원이 묵고 있던 그 게스트하우스 멤버들과

6일간 꽤 친분을 유지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PD였던 오빠, 한 대기업의 비서를 그만두고 함께 '퇴사'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던 동생,

취업이 어려워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해외여행이라며 낯설어하던 동생,

조금 까다로운듯 하면서 묵묵히 맏형처럼 챙겨주던 오빠, 작고 귀엽고 목소리가 귀에 많이 남던 동생.. 

여행의 마지막날 저녁, 우린 다같이 펍을 가게 되었고 기네스 맥주를 마시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한국에 와서도 지속적으로 보는 멤버가 아니라 아쉽긴 하지만서도. 참 반가운 인연이었다.



로마에서의 무서운 경험을 날려준 감사한 인연들

로마에 도착 후 같은 민박 같은 방을 쓰던 동생과 민박집 사장님 조카, 그리고 유랑에서 연락이 닿은 오빠까지 해서 야경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는 야경 투어를 했다. 투어하는 내내 어찌나 그리 재미있었는지 한참을 웃으며 투어를 했었다.

덕분에 혼자는 조금 두려웠을 야경 구경을, 그리고 낮에 이상한 외국인을 만나 로마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지니게 되었을 추억을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콜로세움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다함께 한컷- 잊을 수 없는 동행들. 한국에 와서도 종종 만나는, 행복한 경험을 안겨준 고마운 동행들.



로마에서 파리까지. 세 여자의 먹방 여행.

로마에서 너무 잘맞았던 동행 다혜와, 유랑에서 동행을 합류하게 된 민선언니- 셋이서 피렌체에서 다시 조우했다. 로마에서 피렌체, 그리고 스위스, 파리까지. 여행 일정이 비슷해 계속 만났던 우리는 스타일이 참 잘 맞아 즐거운 동행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먹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음식을 좋아했던 우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파리 사이요궁에서 에펠탑을 보며 마켓에서 싸게 산 와인을 일회용 컵에 마시면서도 하하호호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었다. 아마 처음 유럽여행에서 만나 지속되는 인연 중 하나인듯한. 여행은 가끔 이렇게 소중한 선물을 남겨준다.



밤새 술마신 인연이 지속적인 인연으로-

스위스는 혼자 여행이었다. 인터라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불친절한 민박 때문에 살짝 기분이 상했는데

밤이 되면 할 거리가 없는 스위스에서..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고 낯설게 앉아있는데 '우리 술마시러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라고 말을 걸어준 민박집 사람들과 우연히 훗터스에 가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50% 할인이라고 엄청나게 양주와 마셔댔던 기억이 나는데, 그 기분좋음과 반가움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 수많이 박혀있던 별들이 기억난다. 케이블 방송 PD였던 병욱이와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선일오빠. 그리고 너무나 어렸던 20대 초반의 두 친구들. 여행에서 동행한적도 없는, 하루 술을 함께 마신게 전부인 이 동행들은, 한국와서도 종종 보는 친한 지인이 되어버렸다. 전날 과음한 술들 때문에 다음날 누군가는 끝없는 케이블카를 갈아타며 산 정상까지 올라가 전경 구경을, 누군가는 15시간 걸리는 열차에 타는 불편함을 겪어야만했다. (하하)



낯선 여행지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도 모두 함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처음 들어선 민박집 방이 꽤 낯설었는데, 같은 방을 쓰는 아주머니와 꽤 친해져 리스본에 머문 일주일간 거의 혼자 다닌 적이 없었다. 40대가 된 늦은 나이에 혼자 여행을 뒤늦게 결심해서 오셨다는 아주머니께서는 정이 많으셔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유럽의 대부분의 식당이나 마켓이 일찍 닫는다는 소식에 민박집 식구들이 오손도손 모여 각자 사온 와인, 빵, 과자를 함께 꺼내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행복한 기억이 떠오른다.



낭만의 도시 프라하에서, 다함께 불꽃놀이 보며 맞이한 2016년 새해

해외 여행을 하던 중에 새해를 타지에서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침 약 6일간이나 묵었던 프라하 민박집에 정말 드물게 또래의 30대 초중반 게스트 분들이 많아 많은 동행을 함께 하였다. 돈 지오바니 인형극도 함께 보고 저녁엔 맥주도 마시며-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들이 참 즐거웠다. 2016년을 약 2시간 가량 남기고 온갖 각지에서 모아온듯한 맥주를 사들고 모여 다같이 모여앉아 맥주를 마셨다.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어디를 추천해주고 어디가 좋았느니 라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016년을 30분 앞두고 프라하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소복이 쌓이기 시작한 눈을 밟으며 민박집 옥상에 올라가니 12시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이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소녀 감수성이 폭발했던 나와 띠동갑이었던 언니부터, 유학생 부부, 그리고 같은 침대 2층을 쓰면서 친해진 혜지, 나이또래라 더더욱 친해졌던 민박집 사장님 부부까지- 참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어준 고마웠던 프라하 여행이었다.



우연의 연속이 만들어낸 반가운 인연.

'여기 앉으실래요?' 2016년 첫날, 프라하 구시광장 스타벅스에서 자리가 없어 두리번 거리는데 말을 걸던 성호. 혼자 와서 어딜 가야할지 모르겠다던 그 친구와 같은 방을 쓰던 혜지, 그리고 나는 처음 보는 사이인데 약 2시간 가량을 여행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여행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이만큼이나 이야기를 풀어내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였다. 저녁에 다시 모여 맥주를 마시는데, 결국 성호와는 다음날 체스키 동행까지,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만나 동행을 할 수 있었다. 군대 입대를 앞두고 있어 마치 죽으러 가는 기분이라던 성호, 한국에 와서 다시 보니 참 반갑더라. 군대가기전에- 즐거운 추억을 안겨줄 수 있어서 참 반갑고 좋았단다:)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꼬맹이 남매와의 즐거운 동행

하루 반 남짓 머물었던 부다페스트. 민박집에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안녕하세요-'하고 말을 걸던 꼬맹이 동생. 그러더니 갑자기 온천을 갈껀데 같이 가겠냐고 물어봤다.(=_=) 당돌함에 당황했는데, 이곳에서 유명한 세체니 온천을 가기로 했는데 남동생과 기차에서 만난 오빠 한명과 갈 예정인데 가겠냐고. 얼떨결에 따라나선 온천은 생각보다 좋았고- 정말 처음보던 동생들과 신나게 온천에서 잘 즐기고 돌아왔다. 다음날 부다페스트를 떠나기 전까지 함께했던 은미와 남동생 둘. 오랜만에 20대 초반의 생생한(?) 기운을 함께한 동행을 했더니 참 즐거웠다. 다니는 내내 인생상담을 해준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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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니 참 많은 동행을 만났었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쉬워지고 외국인이 말을 걸게 되면 대꾸도 좀더 잘하게 되고, 길을 잃거나 모르는게 생기면 더 자신있게 물어보게 된다. 아무래도 살아야 한다는 생존 강박관념때문이 아닐까 싶긴 하다만.


'여행'이라는 주제는 참 그렇다.

같은 주제로, 경계심이 풀어지고 통하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 피곤한 여행 일정 후에 다같이 밤에 모여앉아 마시는 맥주 타임이 싫지만은 않다는게. 혼자하는 여행의 참 크나큰 묘미 중 하나인 것 같다.


언제까지 혼자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할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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