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보다 다름'을 읽고
1달전, 광고 마케팅 회사에 입사하여 UX컨설팅을 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입사 후 지인에게 들었던 조금 당혹스러운 질문은 '광고회사에서 나름 UX를 하나봐?'라는 질문이었다.
우리나라의 UX는 사용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용자가 중심이고 UX와 관련된 여러 강연들도 대부분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사용성 테스트' '사용자 조사' 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편리하고 유용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점을 통해 사용자가 매력을 느끼고 구매를 하는 등의 그 이후까지, 즉 비즈니스적 관점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케팅과 절대로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사용성이 편리해지고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서비스에 호감을 느끼고 결제 행위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그 결제 행위를 어떻게 해야 편리하게 이어지게 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광고 마케팅 쪽에서 UX는 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생각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나음보다 다름'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마케팅이란 한마디로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내는 작업이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어떤 사고 과정과 감정적 처리를 거쳐 물건을 사는지, 저것을 사려다가 왜 이것을 사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을 파악해야 한다. 그 원리를 이해해야만 소비자에게 차별점을 인식시키고 우리 제품을 사게 할 답을 찾을 수 있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 중에 하나는 어떠한 기능에 어떠한 신기술을 적절히 활용하여야 사용자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지 고민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그러한 고민을 담아낸 서비스에 비해 판매가 부진했거나 인지도가 거의 없는 제품이었다면 사람들이 애플이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UX를 적용한 사례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분명 애플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축적되고, 비싼 금액임에도 지불하고 서비스와 제품을 구입하며 이용하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국 애플은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모바일 서비스에 대응한 적이 있었다. 마케팅 부서와 UX부서와의 다른 이견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많은 회의가 오갔고, 결국 더 나은 UX보다는 수익에 초점이 쏠린 마케팅 부서의 의견이 강하게 어필되어 서비스가 출시되었고 서비스는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낳게 되었다. 해당 경험을 통해 느꼈던 점은, 마케팅 부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좀더 이해하고 UX부서도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서로 이해하고 그 접점을 좁혀갔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었다.
실제로 요즘 디자이너도 개발을 배우면 좋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가 개발 언어를 배우고 있다. 개발 언어를 활용할 정도의 적은 수준을 갖춘 내게 이러한 상황이 조금 안타까웠다. 디자이너에게 개발을 직접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에는 이러한 개발언어와 상황이 적용될 수 있으니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UX를 생각하고 상세 기획을 해달라는 의미인데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개발을 배우려는 상황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실제로 어떤 언어가 어떤 개발에 필요한지도 모른채 무작정 C언어, JAVA의 구분없이 접하려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현재 회사에서도 UX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수익성이 서비스의 1순위이고 그렇다보니 강조하고 내세우고 싶어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만약 그러한 클라이언트가 있다면 '무대뽀다.' '말도 안되는 것을 요구한다.'라고 불평만 할 것인가?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최선의 기획을 하는 것이 결국 좋은 사용자 경험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최선이 아닐까?
결국 마케팅도 사용자의 사용성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그러한 관점까지 확대해서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은 것이다. 어찌되었든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즐거운 경험을, 편리하게 느끼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소비 행위가 이루어지거나 확산을 통해 다른 서비스와의 상생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좋은 서비스로 남을 것이 아닌가.
그러한 의미에서 타 부서와의 협력을 자주 겪는 것은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이전 회사에서 마케팅 부서부터 QA검증까지 모든 프로세스에 투입될 수 있었던 경험은 정말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일을 전문적으로 파고 드는 직무보다 스타트업에서 일을 할 경우 경험치는 더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UX관련 강의만을 듣고서 UX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용자와 사용성과 관련된 프로세스에 국한된 강의만을 듣고서 UX 실무에 들어섰다가, '이 회사는 UX를 하지않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굉장히 많이 보았다. UX는 단순히 사용자에 국한되는 분야가 아니다. 실제로 마케팅 적인 관점도 고려해야 하며,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개발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 QA검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캐치해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UX의 기초를 쌓는 것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관련 아르바이트나 경험을 통해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하는 과정을 겪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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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음보다 다름' 책에서 나PD와 인터뷰한 내용 중에 크리에이티브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참 좋은 문구라 기억에 계속 남는다. 무작정 새로운 신기술을 발견하려하고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놓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다면 좀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