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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Oct 01. 2016

#4. 좋은 UX라는, 조금은 어려운 말

최근 UX사례들과 서비스에 대한 개선 프로세스를 쭉 지켜보면서 '좋은 UX'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언급된 많은 사례들은 대부분 좋은 Good UX와 나쁜 Bad UX를 논하기 바빴다. 또한 누군가가 특정 서비스에 있어 불편함을 느꼈다 라고 말하거나 어떤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남기면, 그것이 잘못된 UX다, 아니다, 라는 답을 논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그러나 사실 UX는 말 그대로 '사용자의 경험'아닌가. 그 경험은 참 주관적이고 상대적인데, 그것을 어떻게 기준을 나누고 좋고 나쁜지를 논할 수 있는 것일까.

(본 글은 정말 개인적인 견해를 적은 것입니다. 맞다, 틀리다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UX를 엿보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추락위기에 놓인 비행기가 비상착륙을 하는 실화를 전제로 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조종사는 탑승객 전원을 살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과학적인 근거들과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을 바탕으로 하여 안전하게 공항에 회항하여 착륙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고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했다는 사실로 질책을 하고 이에 대한 청문회까지 진행한다. 그러나 결국 그러한 물리적이고 과학적인 요소만을 따지고 드는 청문회에 조종사는 그 당시의 여러 정황들과 당시 상황에 대처하고 느끼는 감정 등 인적 요소 (Human Factor)가 빠졌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결국 청문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러한 반박을 수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좋은 UX는 어떤 것일까


대부분의 UX 프로젝트들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리서치, 로그 분석, 통계 자료 들을 근간으로 하고 분석하여 UI개선을 한다. 그렇다면, UI개선을 하여 탄생한 편리한 UI가 결국 좋은 UX까지 이끌어내는 것일까? 물리적인 UI가 불편해도 정말 사소하게 사용자의 감성적인 면을 건드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사용자는 즐거운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즉, 물리적인 요소만으로 좋은 UX라고 판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리서치를 통한 UI 개선만을 통해 사용자의 감정이나 경험에 대한 심리적 요소 등은 대부분 배제한채 좋은 UX를 이끌어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UX가 좋다는 평가는 누가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UX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결국 좋은 UX인 것일까?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모두 재미있다는 영화를 재미없게 봤을 때, 혼자 왠지 모르게 재미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공감하지 못하는 외딴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모두가 아이폰을 칭송하고 갤럭시보다 좋다고 한참 언급하고 언론에서 떠들었을 때, 무조건적으로 아이폰을 숭배하다가 갑자기 쓰게 된 갤럭시의 의외의 부드러운 인터랙션과 생각보다 좋은 기능에 뜻밖이고 직접 경험하지 않은 바를 소문만 듣고 편협하게 받아들였구나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필름카메라를 생각해보자. 셔터를 눌렀을때의 '찰칵' 소리와 아날로그적인 색감을 고려한다면 필름카메라는 누군가에겐 훌륭하고 좋은 경험을 안겨주는 제품이다. 그러나 반면, 셔터 소리에 큰 의미없이 가볍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그에게는 필름카메라에 대한 경험은 별로일수 있다.


이처럼 경험, 즉 User eXperience는 상대적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모두의 경험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UX가 없는 서비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보다보면 'UX가 없는 기획'이라는 문구를 종종 보게 된다. UX가 없는 기획이라는 말은 사실 어불성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쁜 UX는 UX가 아닌 것일까. 그저 나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만을 UX로 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썼을 때 불편함을 느끼고 불쾌함을 느끼는 사용자의 감정과 경험 또한 UX다. UX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정말 말 그대로 '사용자의 경험'일 뿐이다. UX 자체가 긍정의 의미, 즉 '좋은, 편리한 경험'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앞의 의견들을 앞으로는 조금은 돌려서 UX를 덜 고려한 기획이라고 고쳐써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의외로 단순한 것에서 좋은 UX를 안겨준 서비스라는 이야기를 한다. 시니어층의 모바일 뱅킹 사용률이 높아지는 통계를 통해, 모바일 뱅킹은 시니어층에게 적합한, 편리하고 좋은 UX를 가진 서비스라고도 언급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시니어층은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기 이전의 PC에서 모바일로 공인인증서를 옮기는 작업은 자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행하기 어려우며, 그러한 불편한 절차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경험을 통해 편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하니 앞으로는 좋은 UX보다는 더 나은 UX였다고 말하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의미에 있어 나는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UX를 디자인한다 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 또는 특정 타겟층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사용자의 경험을 최대한 불편하고 나쁜 경험이 아닌 즐거운 경험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정하고 그려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UX를 디자인한다는 것이 아닐까. 라는 짧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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