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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Oct 31. 2017

#41. 뉴욕에서 듣다.

뉴욕 여행과 함께 했던 음악들

나의 여행에는 음악이 늘 함께 한다. 여행에 대한 기억과 기분을 저장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때 들었던,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과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이번 뉴욕 여행은 혼자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매순간 음악이 함께할 순 없었지만, 몇몇의 순간과 참 잘 어울렸던 음악들을 꺼내어서 기록해본다.



탑오브더락, 정준일 - 크리스마스메리, Merry

역시 나의 여행에서 가장 빠질 수 없는 정준일의 음악. 그리고 그의 로맨틱한 곡이 참 잘 어울렸던, 하루의 피곤이 싹 가시게 만들던 풍경은 바로 탑오브더락 이었다. 뉴욕에서 유명한 전망대인 탑오브더락을 가는 날은 날씨가 꽤 추웠다. 오전부터 비가 오락가락했고, 하늘은 흐렸으며, 바람도 꽤 불었다. 이렇게 비가 왔던 날 전망대를 올라가도 될까 주변에서 말은 많았지만, 오히려 나는 비가 막 갠 직후의 구름이 한껏 있는 오묘한 분위기의 하늘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정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오묘한 하늘과 귀에서 들리던 정준일의 '크리스마스메리, Merry' 조합이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은 하루의 피곤이 싹 가시게 만들었다. 석양이 막 지기 시작할 때부터 어두워지는 순간까지가 가장 예쁘고 음악이 잘 어울렸던 순간.





브라이언트파크, 노리플라이 - 집을 향하던 길에

뉴욕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아보라하면, 바로 브라이언트 파크다. 뉴욕에서 상징성 높은 센트럴 파크도,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비긴어게인'의 배경지인 워싱턴 스퀘어 파크도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지만, 브라이언트 파크만은 기대가 덜 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너무 좋아 일정 중 낮과 밤 모두를 넘나들며 세 번을 들락거렸다. 밤의 풍경도, 낮의 풍경도 너무 좋았던 이곳.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의 애절한 목소리가, 이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한껏 어울려 당시 읽고 있던 책에 몰입도 잘 하게 만들어주고, 마시던 커피도 더욱 만들어주어 기억에 남는다.




브루클린 브릿지, 스탠딩에그 - 시간이 달라서

석양이 질 때, 브루클린을 등지고 맨하탄 방향으로 홀로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넜다. 석양이 지는 예쁜 브루클린 브릿지를 걷고 있는데 귀에서 울려퍼지는 스탠딩에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려서 눈물이 날만큼 행복했다. 스탠딩에그의 '시간이 달라서'는 가사를 생각하면서 들으면 마음이 참 아프고, 보컬의 목소리 조합이 너무 좋아서 늘 퇴근 시간에도 들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참 아련해진다. 그러한 곡을, 뉴욕에서 행복했던 순간과 함께 저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 좋은 경험이었다. 노래의 아련함이 석양의 한 부분과 닮아서 더욱 잘 어울렸던 곳.




뉴욕현대미술관, Maroon5 - What Lovers Do

미술을 좋아하는 내게, 뉴욕 현대 미술관은 들리지 않았으면 정말 아쉬웠을 뻔만큼 너무나 좋은 곳이었다. 사람이 많은 금요일에 가게 되어 여유있게 둘러보지 못한 것은 한껏 아쉬웠지만, 현대 미술관을 보고 나서 꼭 뉴욕의 첼시거리에 가서 갤러리들을 둘러봐야겠다 는 생각을 들게 하여 다음날 일정을 변경하게 만들 정도였다. 현대 미술관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는 뒷 편의 정원인데, 번잡한 뉴욕 한 가운데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한가로움이 느껴져 더욱 좋다. Maroon5의 음악은 사실 잔잔한 곡이 아닌데도, 왠지 모르게 그때 느끼던 해방감과 참 잘 어울렸던 것은 왜였을까. 




센트럴파크, 아이유 - 비밀의 화원 / 박효신 - Home

센트럴파크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멍을 때리기도 했다. 시간이 좀더 넉넉했다면 더욱 여유롭게 있었을텐데, 시간이 많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던 시간들. 자전거를 타면서 넓디 넓은 센트럴 파크를 누비는데 아이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상쾌함을 더해주었고, 박효신의 Home은 가만히 앉아 새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풀소리를 듣고 있을 때 자연과 참 잘 어우러지게 만드는 곡이었다. 분위기는 조금 달라도, 센트럴파크와 참 잘 어울렸던 곡들.



나는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고 공감한다.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그 음악을 들을 때, 여행지에서 느꼈던 그 감정과 기분이 고스란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뉴욕 여행에서도 좋은 음악들에 나의 기억들을 더해올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그 음악들에 그때의 기분들이 더해져서, 버텨낼 수 있는 소소한 힘들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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