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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Nov 12. 2017

#43. 뉴욕에서 감상하다.

뉴욕 미술관 투어

어느 도시를 여행하든 그 곳의 미술관은 꼭 들리려 한다. 유명한 곳을 찾아갈 때도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킵해두었던 리스트를 챙겨갈 때도 있다. 사진전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이전에 스톡홀름에서 너무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 뉴욕에서도 사진전을 찾아 가려고 했으나, 마땅한 전시가 없어 아쉽게도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도 예술의 도시답게 볼 전시가 꽤 많았던 뉴욕. 넉넉하게 시간을 잡지 못해 첼시의 작은 갤러리들을 모두 둘러보지 못한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휘트니 미술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휘트니 미술관은 사실 명성에 비해 아쉬움이 많은 곳이었다. 움직이는 모빌을 만든 칼더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그 외의 작품들은 힘든 상태여서 그런지 설명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이곳에서 보는 뉴욕의 뷰는 정말정말 예뻤다. 이곳에서 하이라인으로 내려가는 길목이 참 예쁜데, 뉴욕에서 봤던 햇살 중 가장 따스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예전에 누군가 이곳의 뷰와 하이라인의 모습을 눈이 쌓였을 때의 겨울 모습을 찍어서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 때문에라도 뉴욕을 겨울에 한번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들보다도 뷰가 더 남았던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etropolitan Museum

센트럴파크 내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이 뷰 하나만 사진으로 보고 꼭 가야겠다 싶어서 온 곳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커서 예상으로 잡고 왔던 두시간 내에 다 보지 못하고, 안그래도 길치인데 내부에서 엄청난 길치 뽐뿌를 내뿜으며 나갔던 길을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결국에 출구를 물어물어 겨우 빠져나온 미로같았던 이곳. 작품들도 생각보다 좋았지만, 건물 자체의 인테리어도 너무 예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보게 되었다.
전시들도 꽤 좋았는데 고대 미술 작품들은 쭉쭉 넘어가다가 현대 전시관이랑 사진 전시관에 한참 머무르는 날 발견하면서, 일정상 뺐었던 첼시 소갤러리들을 꼭 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며칠 후 일정에 넣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역시나, 그 결정은 좋은 결정이었고 덕분에 좋은 뉴욕의 현대 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메트로폴리탄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센트럴파크 쪽에 있어서 그런지 여유있어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전시를 급하게 보고 딱 나왔는데 울창하게 어우러진 가로수길 사이로 작품들을 팔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볼 수 있었고,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앉아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길을 쭉 따라 버스를 타러 가면서, 그 여유감에 나도 함께 동화되었던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뉴욕 현대 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뉴욕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꼭 모마 미술관에 가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기대만큼이나 너무나 좋았던 곳이었다. 티켓마저도 와 모마 답다- 라는 생각이 들게 예뻤다. 비싼 연회비를 내며 유지하는 현대카드 덕에 무료 입장이 가능해서, 어찌나 혼자 신이 나던지 아무나 붙잡고 칭찬받고 싶은 기분이었다.

색감이 오묘하고 작품 분위기가 좋아서 너무 좋았던 작가 Henri Rousseau의 작품들. 찾아보니 환상과 현실을 결합한 작품 활동을 많이 했다고 한다. 원래 직업이 세관원이었다고 하는데, 참 특이한 이력을 가져서 그런지 작품에 그 독특함이 담겨 있어 참 좋았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피카소의 작품들. 피카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서도 아니고, 그 작품에 대한 공감력이 뛰어나서도 아니다. 그저, 특색있고 멀리서 보아도 그의 작품인 것을 알 수 있는 그 특색과 매력 때문이다. 쉽게 가지지 못하는 남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특징은, 가지기 참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나이들수록 알기 때문에.. 그래서 난 피카소의 작품을 참 좋아한다.


몇년 전 한국에서 정말 재밌게 보았던 마크 로스코의 작품. 그 때 처음 알게 된 작가였고 작품들이 참 좋아 엽서도 몇장이나 샀었는데, 알게 된 이후로 종종 여러곳에서 눈에 띄였던 작가였다. 한국에서 또 전시했으면 좋겠는데. 단순하면서 강렬하게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별거 없어보이지만 강한 힘이 느껴진다.
정말 볼거리가 알찼던 뉴욕 현대 미술관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꼭 가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만큼 커서 시간을 굳이 많이 할애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선을 끄는 작품들도 꽤 많이 걸려 있기 때문에 갔던 미술관 중에서 손꼽을만큼 좋았던 곳이었다.


신이 난 마음에 모마 기념품 가게에서 '모마하면 앤디워홀이지!'하고 신나게 앤디워홀 핀도 샀는데 생각해보니 너무나 좋아하는 앤디워홀의 작품을 한두개밖에 보지 못했다. 도대체 나는 왜 모마 미술관하면 앤디워홀과 자연스레 연관을 시킨 것인가..




Mary Boone Gallery

첼시의 작은 갤러리들 중 기억에 남았던 이 곳. 특히나 이 곳의 작품들의 주제는 fake news였다. 트럼프와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풍자한 그림들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너무 위트있게 표현한 작가의 그림에 한참 서성였던 곳이었다. 찾아보니 현대 미술화가로 팝아트 쪽에도 관심이 많은 화가라 하는데, 이전 작품들을 보니 사회에 대한 풍자 그림을 위트있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했다. 색감도 화려하게 표현하여 그 풍자감을 더해주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블로거는 병맛 대선배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더라.. 여하튼 시간이 좀더 여유가 있었다면 무료로 개방하는 첼시 작은 갤러리들을 더 둘러보고 싶었고, 특히 사진 갤러리가 근처에 있어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는..



조금씩 사라져 가는 기억들을 사진과 기록을 통해 남겨보니 조금씩 떠오르게 되었다. 현대 미술을 좀더 보았다면, 그 나라의 특유의 색감이나 이미지를 좀더 강하게 남길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미국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자기 색이 조금 덜 강한 느낌이었다. 여러 문화가 뒤섞여 있다는 느낌, 어느 유럽국가만큼 특징이 있지 않은 모습. 그래서 어떤 먹거리도 강하게 기억에 남지 않았나보다. 그런 점이 이번 미국 여행에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져, 아마도 다음에 또 뉴욕을 여러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덜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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