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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un 15. 2016

#4. 시간을 멈추는 여행

언젠가부터 여행을 다니게 될때, 찍고 찍으며 다니는 여행보다는 조금 여유로운 여행을 선호하게 된다. 아마도 혼자 여행할 때 더더욱 그러기가 편한점도 있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잊게끔 만드는 그 순간에 푹 빠지는 건 정말 황홀한 일이다. 시간에 구애받지않고, 시간을 잊게 만들었던 여행의 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리스본의 벼룩시장 구경기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벼룩시장이나 시장을 꼭 가보려 한다. 현지인이 된듯한 느낌은 물론, 그곳 사람들의 분위기를 함께 느끼고 동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본에서의 6일 일정 중, 마침 딱 끼어있는 벼룩 시장의 일정은 정말 운이 좋았다. 매번 벼룩시장과 운이 없던 내게는 정말 즐거웠던 경험. 바다가 보이는 그곳에서 열린 벼룩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고, 나는 기념으로 리스본의 풍경이 그려진 엽서와 타일 조각을 샀었더랜다. 그런데 정말 유럽 벼룩 시장은 신기한게 거의 쓰지도 못할 것 같은 중고 핸드폰이 많이 나와있다는 것..



싱가폴 이스트코스트 해변에서 자전거 타기

누군가 싱가폴의 추천 여행지를 물어보면, 난 시간이 된다면 이곳 이스트코스트 해변을 꼭 추천한다. 약 5일간의 싱가폴에서의 꽤 긴 일정 덕에 어딜갈까, 하다가 간 곳. 그리고 싱가폴 시내에서 한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이곳은 환상의 장소였다. 바다와 맞닿은 이곳의 전경은 최고거니와, 자전거를 빌릴 수 있어 마음껏 달렸던 우리. 여유롭게 잔디에 돗자리 깔고 누워 음악을 들었던 순간이 참 행복했다. 싱가폴에 가신다면 꼭! 여유를 이곳에서 즐겨보길 강추한다.



포르토 아파트에서 와인과 책을

개인적으로 에어비앤비나 아파트를 참 좋아한다. 여자 혼자 이용하기에 위험할 수도 있고 금액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여행 중 한두번 이용하는 것은 나쁘지않다. (안전을 위한 꼼꼼한 후기 확인 필수!) 원래 포르토는 호스텔에서 묵기로 했었는데 리스본에서 너무 사람들과 매일 부딪히다보니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에 급 알아보고 계약한 아파트. 뷰가 정말 좋았고, 환영의 의미로 숙소에서 준 와인은 묵는 며칠간 나의 심심한 입맛을 달래주었다. 낮에 이렇게 뷰를 보며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여행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기던 잊지못할 순간 중 하나였다!


밀라노 기차역에서 기차를 놓치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데, 기차를 경유할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다. 표를 프린트해오지않았다고 해서 안내원에게 물어봤더니 저기로 가라, 저기가서 한참 기다려 물어보니 또 저기로 가라. 하다보니 결국 기차를 놓쳐버렸다. 더 황당한건 다음 인터라켄행 기차가 거의 8시간을 기다린 후에나 있다는 것. 생각치 못한 상황에 너무나 난감한데 배는 너무 고파서 빵을 사서 먹고 있는데 사방이 뚫린 밀라노역안으로 들어온 비둘기가 내앞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갈곳을 잃고, 내앞엔 비둘기들이, 배고픈데 대충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무엇보다 누군가가 훔쳐갈까 팔에 캐리어를 끼워넣고 불편한 자세로 있으려니 그 상황에 웃음이 어이없게 나와버렸다. 그래, 이러한 것도 여행의 묘미지, 하고 한참 멍때리며 앉아있다가 밀라노 공원 구경을 슬쩍 하고 결국 루체른으로 일정 변경해서 이동한 기억이 난다. 정말로, 여행에서 시간을 잃은 기억 중 하나였다.


제주바다, 맥주, 혼자

제주도에서 혼자 다니기에 괜찮은 곳 중 사람이 덜 있는 곳을 꼽자면 공천포이다. 그중 누군가의 블로그에 잘 알려지지않은 이 가게 사진을 보자마자, 가야겠다! 하고 갔던 이곳. 햇빛이 뜨거운 시간이었음에도 창가에 앉아 제주에서 잘 느끼지 못할 한적한 바다를 보며 맥주를 마시자니 너무나 행복했다. 가게 주인 언니와 나, 단 둘이 있음에도 그 좁은 공간에서, 불편함조차 못 느낄 정도로 시간을 잊었던 그곳. 강추한다!



낮시간에,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있는 해방감

회사를 퇴사한 후 떠났던 유럽여행. 그중 이탈리아 로마에서 '아 내가 지금 자유인이구나'를 느꼈던 순간은, 밝은 대낮에 폼피 티라미슈를 광장에 앉아 낯선 사람들과 섞여 먹던 그 순간이었다. 늘 회사에서 업무에 쫓겨있을 그 시간에, 이렇게 시간에 구애받지않고 앉아있자니, 그것도 남의 시선을 신경쓸 필요없는 낯선 사람들 틈속에, 정말이지 눈물이 핑 돌정도로 행복했다. 그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며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고 한참 앉아있었던 것 같다.(물론 딸기 티라미슈가 너무 맛있었던 것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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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시간을 잊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그만큼 여행에 내가 푹 빠져있고 온전히 나를 다 놓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쫓기는 일정의 여행보다는, 넉넉한 여유를 갖고 할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하게 된다. 다시 그리워진다, 시간을 잊게끔 만드는 여행의 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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