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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an 26. 2018

#6. 지루함을 부정적으로 느낄 당신을 위하여

마킨 A. 호킨스의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를 읽고

매년마다 새로운 한해의 시작을 설레임으로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올해를 맞이하면서 찾아온 것은 허무함과 지루함이었다. 지루함이 몰려오는 순간 불안해졌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욕구가 사라져 모든 것을 손에서 놓은 상태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이 신선했고, 철학적 관점이 함께 결합된 책이라는 사실에 새해부터 덥썩 집어들고 읽게 되었다.


저자는 한국에서 2년간 살면서 느낀 문화 충격을 언급하며 책의 시작을 연다. 경쟁 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어린 학생들을 지켜보며, 어느 지루할 틈도 주지 않는 국내 교육 현실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해외에서 짧게 1년간 다녔던 학교에서는 국내처럼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원 가방을 들고 서있는 부모님들도 없고, 수업도 빡세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었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추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아마 이러한 교육현실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취업 후 직장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 (나 또한 그게 당연하다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그것이 용인되고 당연하게 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정말 말 그대로 끊임없이 달리고만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지루함을 철학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루함 자체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신선한 발상이었다. 생각해보니, 지루함이 왜 나쁜 감정이라고 치부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지루함 자체가 나쁜 감정이 아니라, 지루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불편한 마음, 불안감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었다. 굉장히 공감이 가는 부분 이었는데 실제로 지루함에 대한 문화적 근원을 살펴보면, 지루함에 대한 어원 또한 빈둥거림, 게으름과 연결된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지루함을 통해 나오는 편협함을 언급하는 부분이었는데, 인생의 모든 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이 어리석다는 부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인생은 늘 즐거울 필요가 없는데 행복의 기준을 즐거움으로 삼고, 그 즐거움 때문에 부정적이라 생각했던 지루함이 끼어들 틈을 전혀 주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루함의 틈을 주지 않는 행위는 게임 등 시간을 때우기 위한 행위인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다만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각자 하는 행동들이 모두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여행, 게임, 사람과의 만남 등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해 본인이 하는 행동이 있다면, 그 행동들을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하지 않을 때 큰 불편이 없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행위들이라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루함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생각나지 않던 아이디어가 생각없이 샤워를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경험을 하는 것처럼, 업무 중에 무의식적으로 하는 단순 노동에서 소소한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지루함은 긍정적인 부분을 분명 안겨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이 의미없는 시기가 있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좀더 지루함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흥미 진진했던 앞부분에 비해 뒤로 갈수록 내용이 중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전반적인 구조는 약간 아쉬웠다. 그러나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는 지금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나 또한, 그 지루했던 순간들을 이 책을 통해 받아들이게 되었고 나쁜 시간들이라 치부하지 않게 되었다. 책에서는 원래 나쁘거나 잘못된 감정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한 감정들을 부정적이라 판단해버리지 말고, 쓰임새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라는 메세지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던, 새로운 해를 시작하기에 좋은 책이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은 쓰임새가 있다.
원래 나쁘거나 잘못된 감정은 없다.
우리가 감정 자체, 감정이 던지는 메세지를 외면하고 묵살할 때,
감정은 우리 삶의 부정적 동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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