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님 Jan 21. 2018

#5. 우리의 삶에서 회사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

이나가키 에미코의 '퇴사하겠습니다.'를 읽고

사실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었기에 끌리는 책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가게 된 판교 독서모임에서 이 책이 선정되었다고 했을 때, 선뜻 읽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읽고 나니 조금 편견을 갖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이 책은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가 50살에 오랫동안 다니던 아사히 신문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하는 고민들이 담긴 책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회인이라면, 한번쯤 하게 될 회사에 대한 고민, 삶에서 회사가 갖게 되는 의미 등을 담고 있어 읽을만하다. 특히 우리가 쉽게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철 과일을 지방 시장에서는 제철에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소중함이 더 해졌다는 일화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부분이었다. 비슷하게 회사 팀분께서 매일 운전해서 다니던 출퇴근길을 걸어 다니게 되면서 다양한 것을 보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매일을 그렇게 출퇴근에 의존해 어찌보면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작가가 회사를 그만두고나서 겪게 된 집 구입할 때 부동산에서 생기는 문제들, 은행이나 국민연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언급했던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회가 '회사' 중심으로, 회사를 담보로 신용을 확인하게 되는 '회사 사회'라 언급한 부분은 굉장히 날카롭게 꼬집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프리랜서로 일을 했을 때도 그랬고, 주변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지인들을 보고도 자주 느끼는 부분 이었는데, 회사를 중심으로 이 사회가 돌아간다며 '회사 사회'라고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은 왠지 모르게 슬프게도 느껴졌다.


그래서 작가는, 모든 사회가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아무 의미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한번쯤은 그것을 자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한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만 한 책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작가 특유의 문체가 너무나 가벼워 내게 맞지는 않았기에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는 점, (처음 몇 장을 읽고 나서는 너무 가벼운 문체에 책을 덮을 뻔할 정도였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느껴지는 작가의 선택들은 조금은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한번쯤은 읽고, 회사가 나에게 갖는 의미, 그리고 내가 회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4. 오늘도 힘차게 살아간,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