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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Mar 13. 2018

#10. 독서의 숲을 가꾸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박총의 '읽기의 말들'을 읽고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읽기의 말들'. 올해의 열한번 째 책이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문구가 많았던 책. 그러나 또 반대로는, 그냥 스쳐지나가고 싶은 문구들도 많았던 책이었다. 읽어내렸던 수많은 문구 중에, 기억에 남는 문구 몇 개만을 기록해둔다.

책은 삶을 바꾸지 않지만 마음의 위치를 0.5센티미터 정도
살짝 옮겨주는 것 같다.


참 마음에 와닿는 문구였다. 우리는 흔히 책을 읽으면 금새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상황을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러한 점 때문에 최근 베스트셀러 상위권이 대부분 '~하는 법', '~하기' 등 자기계발서나 위안을 주는 에세이가 가득한 것이리라.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난무한 이 때에,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위치를, 그것도 살짝 옮겨주는 것이라니. 작가의 표현이 참 좋았다.


길들여 지지 않는 시의 불편함이
당신을 불편하게 하도록 내버려 두라.


이 부분은 무언가 위안이 되었다. 난 시집을 잘 읽지 않는다. 시인이 써내려간 문구들을 읽으며 '멋있다'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 문구들 뒤에 숨어있는 속 뜻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에 나의 부족함에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집을 멀리하던 내게, 시를 꼭 이해할 필요는 없다 라고 넌지시 던진 작가의 말은 괜시리 위안이 되었다. 앞으로는 시집을 좀더 유연하게 대할 수 있을까.


이해에 포섭되기를 거부하는 문장에 몸을 담그자.
문장에 몸을 적시다보면
시나브로 이해가 스미는 날도 오겠지.


옛 책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 독서모임 틈새에서도 나누었던 이야기였다. 이전에 발제했던 책을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발제를 하고 나누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어떤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달랐고, 그 상황에 내가 어떤 상황에 속했는지에 따라 달랐다. 그런데 작가 말대로, 내가 그 책에서 내용을 더 많이 발견하기보다는 그 책을 대하는 나를 더 많이 발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받아들이는 부분도, 이해하는 부분도 달라진다. 이전에 느꼈던 부분을 콕 찝어 말해주는 이 부분에서 동질감과 반가움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쇠가 쇠를 벼리듯 서로 빛나게 해줄 책 벗의 유무는
독서의 질은 물론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책 모임은 종종 "기성의 권력과 습속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구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유롭고 창발적인 집합체"로
진화하기도 한다.


내가 독서모임을 계속 나가는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던 문구. 나는 독서모임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해한 나의 독서에 색다른 시각을 덧발라 입혀주고, 그 시각들이 쌓여 나에게 좋은 영향이 된다. 책을 기반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틈새인들은 관점도 다양하고 포용력도 넓다. 각자 다른 직군과 직업에 속한 사람들이 모여 그 색다른 시각들로 풍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요일 오전은 정말 좋은 힐링이 된다. 이 문구가 계속 마음에 남고 새겨두고 싶어 틈새인들에게도 살짝 공유했다. 앞으로도 좋은 마음의 밑거름으로 새겨두길 바라며.


매일 책을 읽는 것은 매일 식목일을 사는 것이다.


얼마나 참신하고 예쁜 말인지. 앞으로도 쭉, 독서하는 이 습관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읽기에 대한 찬사들이 가끔은 거북하기도 했지만,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안이 되고 지속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왠지 모를 힘을 심어주었던 책.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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