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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Mar 28. 2018

#11. 뮤지컬 슬립노모어와 함께 읽는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읽고.

드디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읽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이제서야. 그것도 뉴욕에서 봤던 뮤지컬 Sleep no more가 맥베스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내용에 있어 새로움은 없었다. 4대 비극이라 하지만, 최근 자극적인 소설이 많아서 그런지 비극이라 할만큼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고, 전반적인 내용도 우리나라의 수양대군을 떠올리게 할만큼 비슷했다. 다만, 문장의 흐름이 단연 멋있다고 손꼽을 만했다. 이래서 다들 셰익스피어라고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어떻게 극 대사를 이렇게 썼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책 전반적으로 청산유수였다.


전반적인 스토리를 들여다보자면, 충신이었던 맥베스는 승리를 거두고 왕에게 돌아가던 길 세 마녀를 만나 훗날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그 이야기에 잠시 흔들리지만, 맥베스는 이내 마음을 다잡게 된다.


날이 암만 험악해도 세월은 흐른다.


어떤 상황이든 오라면 오라는 그의 마음가짐을 흔드는 것은 결국 맥베스의 아내였다. 마녀 셋이 남긴 예언들이 하나둘씩 맞아 들어가자, 맥베스는 점차 예언들을 믿게 된다. 그러다 아내의 말에 넘어가 맥베스는 왕을 죽이고 자신에게 방해되는 주변의 친척들을 모두 살해하고 왕이 된다. 그러나 맥베스의 아내는 환영에 시달려 결국 자살을 하게 되고, 맥베스 또한 반군들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모든 비극의 시작은 세 마녀로 인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맥베스는 결국 '여자의 배에서 나온 자는 맥베스를 이길 수 없다.'라는 세 마녀의 이야기에 현혹된 채 모든 사람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가, 본인도 어머니의 배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맥베스는 인간은 결국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듯 해서, 씁쓸함이 몰려왔다. 


나의 미래를 미리 알고 산다는 것은 어떠한 느낌일까. 난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주나 미리 나의 미래를 예견하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인 맥베스가 조금은 안쓰러웠다. 본인의 의지에 상관없이 알게된 미래에 흔들리며 살아야 했던 삶이. 아마 나도, 남의 것을 탐하니 그렇게 되었지 라고 맥베스를 나무라도,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비슷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Sleep No More는 맥베스를 기반으로 한 내용으로, 호텔 건물에 관객들이 들어가자마자 원하는 배우들을 따라다니며 3시간 가량 즐기는 체험형 뮤지컬이다. 배우들도 10명 정도 되어서 나중에는 이 배우를 따라갔다가 저 배우를 따라갔다가 길을 잃기도 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덕분에 뮤지컬을 보고 나오면, 각자 다른 경험을 하고 나오게 된다. 이전 후기들을 살펴보니, 맥베스 부인을 따라다녀야 내용흐름이 이해가 되고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억을 떠올려보면 맥베스 부인이 누구였는지 기억조차 나지가 않는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 맥베스를 책으로 먼저 읽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아쉬움에 뉴욕을 한번 더 가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기회를 통해 맥베스를 책으로, 뮤지컬로 2번이나 접해보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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