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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ul 23. 2018

#21. 겹겹이 쌓이는 취향으로 채워가는 하루

김민철의 '하루의 취향'을 읽고.

나의 취향을 잘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취향으로 가장 나다운 하루를 꾸려 간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기분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모든 요일의 여행', '모든 요일의 기록'으로 꽤 좋아했던 작가 김민철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구입한 '하루의 취향'.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읽는 내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었던 시간이었다.



나의 취향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마침내 생긴 것이다. 기쁘게도.

어느 순간부터 나는 취향이 확고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고, 정준일을 좋아하고, 공연을 좋아하고, 맥주를 좋아하는 난, 그 이야기가 싫지만은 않았다. 다만 '확고하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언급이 되는 부분은 여전히 불편하고 싫었다. 난 그 누구에게도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너무나도 쉽게 남의 취향을 불편하게 건드리고 있었다.

책에서는 남들과 다른 취향과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다른 방식의 행복'이라고 언급하고 있었다. 다른 방식의 행복, 내 취향을 가짐에 따라 확고한 삶의 방식. 그리고 그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작가가 멋졌고, 시기 적절하게 나에게 딱, 참 좋은 위로가 되는 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잘 지키는 방법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저자가 언급한 성향처럼 나는 남들에게 '아니오'라는 거절을 잘 하질 못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오는 스트레스는 내 스스로의 몫이 된다. 일부는 내게 '너무 착해서야.'라고 하지만, 가끔은 내 스스로가 나를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참 와 닿았던 부분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러한 에너지를 간추려서, 좀더 좋은 방향의 내가 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너무나 내게 언급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최근에 몇 지인 외에 사람들과 만남을 점점 미루고 있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편안함을 느끼고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을 더 주변에 두려 하고, '너를 위하니까.' '너를 생각해서.'라는 방패막 안에서 나에게 상처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거나 지치게 만드는 사람들을 점점 멀리하려 하는 것 같다. 오히려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운동을 하거나 영화나 책을 보는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곤 했는데, 이러한 부분이 내게 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김민철 작가님 말처럼, 나를 잘 지키는 방법은 결국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일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도와주는 수단이 되었으면 한다.

책은 오롯이 취향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광고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는 작가에 대한 일에 대한 마인드나 생각도 함께 담겨져 있다. 디자인부터 UX까지 다양한 커리어와 대학원 진학까지 욕심내며 달려왔던 내게, 여전히 취업 후에도 일은 미스테리한 존재였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통해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 그러던 와중에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일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일이 도와주는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여전히 잘 모르겠고, 여전히 물음표를 그려낼 것 같다. 다만, 드문드문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자주 가져보는 수 밖에.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는 인생이 또 아니니까.


그럼에도, 다 이해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에 남아있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 중 하나였다. 학창 시절에는 가수 신화를 너무나 좋아해서 웹 사이트를 만들고 따라다니며 좋아했고, 대학교 때는 UX가 너무 좋아서 외부 활동과 전공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었다. 많은 경험의 축적을 통해 나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푹 빠지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생각보다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싫어하면서 꽤 신경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정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들이 쌓이게 된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런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글쎄-'라고 대답할 것 같다. 다만 나는 겹겹이 쌓여가는 나의 취향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 좋다. 책에서처럼, 다 이해되지 않아도 그러한 취향들이 겹겹이 쌓여 나만의 색깔을 완성하는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다만, 다른 취향에는 배타적이지 않은, 좀더 넉넉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여전히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운 내게, '하루의 취향'은 조금 무기력했던 최근에 읽기 딱 좋았던 책이었던 것 같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7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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