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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Aug 11. 2018

#23. 조금 느슨한 동거 관계에 대한 이야기

이승연의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을 읽고

낯선 주제였다. '팍스'라는 제도는 처음 들어보았다. 최근에 북저널리즘에서 체어메이트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건,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제공하고, 화젯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결혼 적령기인 내게, 이 책은 여러 시사점과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어주었다.




팍스는 프랑스에서 결혼이 아닌 동거를 하는 연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동거에 대해 시선을 조금 찌푸리며 바라보는 국내와는 사뭇 다르게, 오히려 합법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는 점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으면 보육시설 등에 대한 지원이 된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해외에서 일을 하는 친구들에게 종종 들어보면, 국내와는 다른 포인트들을 종종 느끼게 된다. '단체'생활이 중요한 국내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늘 함께여야 하는 것에 반해 외국은 각자 먹는 상황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결혼 적령기에 대한 압박도 적은 편이었다. 얼마 전에 뉴욕에 가서 버스 투어를 할 때도 느꼈던 점은, 개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소극적인 우리나라에 비해 외국인들은 굉장히 솔직하게 표현을 한다는 점이었다. 신이 날 때도 '난 신이 나!'라고 소리를 지르고 표현함은 물론이었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아계신 아주머니가 '신발이 예쁘네.'라고 자연스럽게 말을 건 점도 그러하였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왠지 모르게 함께 있는 그 시간동안에는 나도 그러한 성향에 동화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한 점에서 팍스 라는 제도 또한 신선했다. 다만, 프랑스에서는 남녀가 가정에서 업무를 나눠 공동하게 일을 한다고 언급이 되어 있었는데, 이는 해당 국민들의 성향일 뿐이지 너무 '팍스'라는 제도의 장점으로 디민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마인드는 부러웠다!) 무엇보다 프랑스가 동성 결혼은 물론, 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제도까지 만들었다는 점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동성 연애나 동거를 막 긍정적으로 보는 편은 아니지만, '다르지 않다'라는 인식이 들 수 있게끔 제도를 만든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팍스 제도가 프랑스에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국내와 달리 프랑스는 결혼 여부나 아이의 존재와 무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결혼을 한 후에 여성이 직장을 포기하고 전업주부를 하거나, 워킹맘이 되어도 육아에 대한 부담이 남편보다 아내가 더 많이 져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마인드와는 사뭇 다른 행보에 신선하게 느껴졌다.


결국 제도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를 완성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서 이러한 제도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결국 기성세대들과의 생각 차이를 줄여야 한다. 이는 굉장히 어렵고 불편한 일이다. 최근에 동생이 결혼 준비를 하게 될 때도, '우리 부모님은 신세대니 조금 다르겠지'라고 느꼈던 점을 말끔하게 부수어준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는 생각보다 간극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동거의 당연한 결말은 결혼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팍스 제도는 결말이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는 유연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어 장점이라 되어 있었지만, 어쩐지 그 관계에 대한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으로 이어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나도 모르게 벌써 고정관념에 사로잡혀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팍스의 신선한 제도들이나 프랑스인들의 개방적인 마인드, 어찌보면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제도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책 뒷부분에서는 너무 결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만 나온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있어 한국의 실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팍스만큼 결혼의 좋은 점도 분명 있을텐데 조금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언급된 부분은 쉽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꼭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함께 사는 것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문화가
한국에도 생겨나면 좋겠다.


책 마지막에서 곽민해 에디터가 언급한 부분이 책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시 여겨지고 꼭 필요한 것으로 언급되는 '결혼'에 대해, 이렇게 조금은 느슨하고 자유로운 결혼 형태도 있구나, 를 알게 된 계기는 확실히 좋은 계기로 남게 된 것 같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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