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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Aug 15. 2018

#24. '이기주의자'가 아닌 합리적인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처음 책을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 '개인주의자' 단어가 부정적으로 와닿았다. 독서모임 '틈새' 책으로 선정이 되었을 때 읽을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였고, 오히려 그러한 거부감을 물리칠 수 있는 기회라 생각이 들어 덜컥 구입해서 읽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기존에 갖고 있던 큰 기대로 인한 아쉬움은 분명 있었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책이었기에, 독서를 하고 난 후의 기록을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책이었다.


책은 여러 판례들과 사건들을 겪으면서 문유석 판사가 느끼는 합리적인 개인주의자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에세이라고 했지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어려운 단어도 많았고 작가의 꽤나 진지함에 내가 생각했던 에세이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개인주의자'는 '이기주의자'다, 라고 성급하게 판단해 버렸던 순간들이 조금씩 부끄럽게 느껴졌기에, 읽기를 정말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실 의미를 따져 묻기 시작하면 할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의미를 따지지 말고 자기만족이든 뭐든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는데.


책을 완독하고 난 후에 내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개인주의자'에 대해 나는 여전히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문유석 판사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지? 라는 생각에도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것은, 집단 우선이 강조되는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분위기에서 개인의 의사나 감정, 취향이 너무 쉽게 무시된다는 문구들이 너무나 와 닿았고, 그러한 집단에서 합리적인 개인주의자가 되기 위한 그의 고민들이 생각보다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최근에 겪었던 일들이나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개인주의자에 대한 결론은 '좀더 나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것. 그러나 그것이 남에게 피해가 되는 이기주의자는 되지 말 것.'이었다. 


문유석 판사는 행복은 사람과의 관계로 비롯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행복에 관한 과학의 연구 결과 중 가장 신뢰있는 연구 중 하나로,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는 유전적인 외향성과 사회성이라는 연구와 이어진다. 우리는 불리한 일을 마주할 때도, 억울하고 속상한 일을 당하게 될 때 '사회생활은 원래 그런 것이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납득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만이 정답인 것인가, 라는 마음 아픈 생각이 이어질 때 문유석 판사는 생각보다 쉬운 정답을 내놓았다. '내향적인 사람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집단의 강요 없이,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취향이 맞는 작은 인간관계들로 해결이 된다.'라고. 생각보다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집단이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바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문유석 판사는 무조건적으로 우리가 선호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북유럽 복지나 사회적 제도를 그대로 따라할 순 없다고 언급했다. 당연히 구조적인 문제나 오랫동안 쌓인 인식이 다른 나라인데, 이는 맞지않는 옷을 억지로 끼어넣는 것처럼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이를 효과적으로 우리나라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결과책임론'이 지배적인 사고를 좀더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노력이라도 해보려는 남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루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 비판하는 것을 조금 그치고, 결과에 대해서 무조건 책임을 지게 만드는 구조가 아니라 좀더 강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사고를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그래야 사회가 변할 수 있고, 집단 주의적인 성격도 변화할 수 있고, 개인이 존중받고 각자의 의견을 책임감있게 내뱉을 수 있는 '행복한 개인주의자'들이 좀더 존중받고 행복하게 어우러지며 살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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