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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Aug 31. 2018

#46. 교토, 첫날.


퇴사 여행지로 교토를 정한 것은 짧은 기간 내에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책들에서 봐온 교토의 이미지는 굉장히 고즈넉하고 여유가 있었고, 그 전에 오사카 여행으로 들렸던 교토는 오사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퇴사 여행지로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교토를 삼박 사일간 다녀와보니 생각보다 활기찬 도시였고, 덕분에 삼박 사일간 더위 속에서 굉장히 바삐 다녔던 여행이었다. 생각을 정리하기엔 부적격이었지만, 덕분에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니기엔 좋았던 여행지였다.



숙소 도착

아침 9시 10분 비행기를 타고 부랴부랴 도착한 숙소, ANTEROOM HOTEL KYOTO.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나인데도, 매번 하는 실수는 매한가지인 것 같다. 숙소가 예쁘다는 말 한마디에 덜컥 예약을 하고 나니 위치가 살짝 애매했다. 교토역에서 도보로 15분. 그정도 쯤이야, 라고 생각하고 예약했는데 생각해보니 그정도를 견딜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도착하고 나니 고즈넉한 동네도 좋았고, 무엇보다 호텔룸 상태가 깔끔하고 소품들도 예뻤다. 스텝들도 친절했고, 자전거를 2시간 무료 대여할 수 있었던 부분도 좋았다. 그러나 만약 교토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글쎄? 라는 아쉬움이 살짝 있었다.


숙소가 있는 동네는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캐리어를 끌고 무더위에 올 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양 손이 홀가분해지고 나니 보이기 시작했다. 신이 나서, 더위도 생각 못하고 필름 카메라를 꺼내들고 한참을 동네에 카메라와 눈에 담았다.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건물들, 깔끔한 거리, 옛 건물들을 유지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일본. 나라와 얽힌 문제와 달리, 여행지로서의 일본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Ichiran Ramen
도착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서둘러 길을 나섰다. 체크인까지 끝내고 나니 오후 세시. 원래 가려고 했던 라멘집을 검색해보니, 브레이크 타임이 걸려 갈 수가 없었다. 대안으로 찾은 곳은 이치란 라멘집. 왠지 모르게 짠 음식이 땡겨서 가장 먼저 찾은 음식이었다. 결론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한국인들에게도 꽤 유명한 맛집인 듯 했으나 내가 갔을 때에는 대부분 일본인들이 많았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세시임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있는 것으로 보아 유명한 맛집임은 분명했다. 독서실처럼 개인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각자 먹기 좋은 공간이었고, 각 자리마다 앞에 발이 내려져 있어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마다 종업원이 발을 들고 음식을 건네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각 자리마다 물을 따를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던 점도 신기했다!) 배가 고파 시켰던 욕심내어 라멘과 고기를 추가 주문했고, 함께 시킨 맥주 또한 환상의 조합이었다. 교토에서 먹은 음식 중 순위에 꼽을만큼 괜찮았던 집!




Elephant Factory Coffee
배를 채웠으니 후식을 먹어야지! 하고 체크해두었던 카페 맛집을 찾아갔다. 굉장히 골목 사이에 있어서, 마치 가면 안될 길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직접 찾아 가지 않는 이상 절대 찾을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카페. 분위기는 조용하고 이색적이었다. 길다란 카페 공간 안에 긴 바와 몇 안되는 테이블이 전부. 커피를 내리는 두 남자 바리스타 분을 찍고 싶었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람들을 뚫고 사진을 찍기도 애매했고, 바리스타 분들과 거리도 너무 가까워 포기했다. 커피 맛은 개인적으로는 쏘쏘. 너무 시큼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쏘쏘였고, 무엇보다 흡연이 허락된 곳이라 조금 머물고 나니 코가 너무 아파서 답답했다. 결국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급하게 나온 곳. 분위기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았던 카페였다.



그리고 참 많은 거리를 쏘다닌 하루. 첫날이라 교토 버스 1일권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알고 보니 호텔 1층 프론트에서 판다는 것을 마지막 날 체크아웃하면서 알았다는 사실) 덕분에 이날 발이 너무 아팠지만, 교토의 이색적인 모습을 많이 담을 수 있었다. 해가 질 때쯤 마주한 작은 천이 흐르던 거리는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마구 절로 나올 정도였다. 다음날, 동행하는 동생이 교토에 왔을 때도 이곳을 데려와 함께 눈에 담았던 거리.




WEEKENDERS COFFEE TOMINOKOJI
마지막 여정으로 들린 곳은 위켄더스 커피. 교토의 커피 맛집 중 한 곳으로 소개된 곳이라 뚜벅이로 열심히 걸어갔는데, 지도를 확인해보니 이전에 가족들이 함께 묵었던 료칸 바로 뒷 건물이었다. 이곳에 이러한 카페 맛집이 숨겨져 있었다니! 카페는 굉장히 작았고 내부에 두세명이 서서 먹을 수 있는 작은 바와 외부에 걸터 앉을 수 있는 곳이 전부였다. 마감 직전이기도 했고 오랫동안 서있기도 뭐해서 금새 커피를 들이켰는데, 점심에 들렸던 ELEPHANT COFFEE보다는 조금 더 내 취향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신 맛은 가미된 곳. 이곳의 드롭 커피도 괜찮다길래, 드립백까지 한세트 구입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보니 어느새 해가 져버려서, 노을지는 하늘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숙소 바로 앞에 LAWSON이 있어, 저녁으로 간단하게 때울 맥주와 과자를 구입해서 돌아왔다. 빌기에 스타일이라는 화이트 에일 맥주는 굉장히 밋밋하면서 깔끔한 맛이었고, 쌀로별을 꽤나 좋아하는 나는 비슷하게 생긴 과자를 집어왔는데.... 맛있었다! 쌀로별보다 살짝 더 맵고 자극적인 맛이 딱 내 스타일. 맛있어서 한국에 2봉지 사와서 돌아왔다는 사실. 점심을 늦게 먹어 배가 불러서 대충 때울 저녁을 들고 들어온 건데, 결국 난 교토에서의 첫날 밤에 뒤늦게 고픈 배를 움켜쥐고 피곤에 기절해버려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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