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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Sep 16. 2018

#26. 책에서 다른 작가들의 책을 소개받는 즐거움

'퇴근길엔 카프카'를 읽고

처음 받았을 때, 큰 기대가 없던 책이었다. 두께도 생각보다 두꺼웠고, 첫 장을 펼쳤을 때 느낌은 '앗 생각보다 너무 가볍겠네?'라는 편견이었다. 그러나 읽는 내내, 책을 읽으면서 고심했을 작가의 노력, 그리고 각 책과 작가들을 짧고 간결한 그림에 담아내기 위해 고심했을 부분들을 생각하니 작가가 새삼 대단해보였다. 무엇보다 카프카, 셰익스피어 등 작가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과 작가들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풀어내어, 덕분에 기존에 내가 작가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에 생각이 더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어느 소설가의 가장 많이 알려진 소설을 읽고 덜 알려진 책들도 읽고 또 사적인 글들도 찾아 읽으며 그 사람을 오랫동안 알아 온 기분을 느낀다.


책이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작가가 책들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던 것 같다. 독서 모임을 하기 전에, 나는 굉장히 편향적으로 책을 읽고 대했다. 골라 읽다보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를 대부분 읽게 되었고,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된 이후부터는 카프카, 셰익스피어, 무라카미 하루키 등 한번쯤은 들어보았지만 읽어보지 않은 책들을 대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토론을 통해 책을 기억하는 방법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책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는, 읽은 책이 너무 좋았을 때 그 책을 쓴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어가면서 좋아하는 작가들이 쌓이게 된다는 점이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작가들이 언급한 다른 책들을 체크해두었다가 읽으면서 독서의 폭을 점차 넓혀가고 그 작가가 왜 그 책을 좋아하는지 이해하면서 함께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페스트와 나를 보내지마를 읽으려고 체크해두기도 했다.


책은 총 열 세개의 책들을 소개하고 각 책마다의 작가들을 함께 소개한다. 책에 대한 내용보다는 작가를 소개한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기존에 내가 작가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나 생각이 그의 생각에 더해져 더욱 재미있었다. 어쩌면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을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다른사람들에게 쉽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아닐까 싶어 부럽기도 했다. 토론과 독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전부인 나도 무언가 하나 나만의 방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었던 책이 나올 때는 반가움이 들었다. 꽤 재미나게 읽었고, 독서모임에서 토론까지 진행해서 기억에 남아있는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한껏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개츠비에 대한 작가의 한줄 생각이 너무나 인상이 깊었다. 아마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지도 모른다. 추가적으로, 평소에 되어보지 못하는 그 사람이 잠시 되어보고 싶은 욕망일지도.


사람들은 모두 오래 봐도 상대방의 한가지 면 밖에 못보는지도 모르고 사람과 사물들은 각자의 속도로 각기 다른 대상을 중심으로 제각기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남긴 평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 또한 독서모임 때문에 읽게 된 책이라 기억에 남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안쓰러움, 안타까움을 느꼈던 감정을, 작가의 그림들을 통해 다시 느꼈던 것 같다. 카프카의 '변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그래서 최근에 소설을 읽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 때문인가.


한번도 입 밖에 꺼내어 드러내 본 적 없는 나의 불안을 카프카의 오래된 글에서 읽었다.


툰으로 되어 있어 더욱 쉽게 읽히는 책. 평소에 어렵게 느껴졌던 고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간편하게 책을 이해할 수 있어 더욱 유익했던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나만의 책에 대한 기록 방식이 부러웠을 뿐만 아니라, 책에서 다른 책을 소개받아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는 것은 참 의미있고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내일 도서관에서 빌릴려고 체크해두었는데, 그에 대한 작가의 짧은 의견을 첨부하며 독서 기록을 마치려 한다.


나는 희망이나 성취를 곧장 말하지 않으면서도 긍정과 적극적인 행동을 지지하는 카뮈의 글에 희미한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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