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님 Feb 02. 2019

#32. 마케터가 인사이트를 얻는 좋은 수단, 여행.

김석현의 '마케터의 여행법'을 읽고.

원래 '~법'이라는 제목이 붙는 책을 좋아하진 않는다. 뭔가 정석인 것 같은 느낌에 꼭 따라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이 책의 추천을 보았을 때, 딱히 끌리진 않았다. 그러다 출판사를 보니, 작년에 꽤 재밌게 읽었던 '마케터의 일' 출판사인 북스톤에서 나온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한 끌림에 결국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데 꽤 재미있게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파리에 살고 있는 마케터가 근처의 유럽을 여행하며 관찰한 내용들, 브랜드들, 그리고 그 브랜드 사업들의 뒷 배경을 파헤치면서 얻은 인사이트가 담긴 책이다. 여행과 마케팅 둘다 관심있어 하는 내게 딱 제격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은 국가를 여행했던 나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여태껏 이런 인사이트 없이 돌아다녔지? 라는 좌절감과 이미 여행한 국가들에 대한 내용들을 읽으면서는 아쉬움까지 생겼다.


마케터인 저자는 여행을 할 때, 해당 국가의 역사를 미리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접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역사를 알게 되면 그 사회적 배경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 또한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부끄럽게도 해당 국가를 다녀오고 나서 다른 후기를 찾아보거나 같은 국가를 여행한 여행객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 거기가 그래서 그게 많았구나.' '거기가 그래서 그게 안됐었구나.' 라는 생각을 뒤늦게 한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많은 여행 횟수에 비해 내가, 특별하게 다른 시각을 갖거나 인사이트를 얻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터라면 소비자와의 물리적 거리 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까지 줄일 수 있는 접근성 마케팅 혹은 접근성 브랜딩에 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이전에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어떤 마케팅을 행했을 때 사용자가 과연 어느 만큼의 보상을 제공할 때 어느 노력까지 들일 것인가에 대해 분석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사용자들은 싸고 작은 보상품이면 가까운 거리까지는 허용하지만, 먼 거리일 경우에는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반대로, 비싸고 효용가치가 높은 보상품이면 먼 거리여도 감행하는 노력을 들인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때 분석했던 리서치 사례가 떠올랐는데,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과연 심리적으로 어떻게 거리를 줄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이어졌다. 아마 사용자가 대우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부수적인 제공을 하는 노력을 더한다거나, 해당 상품이 효용가치가 높다고 느낄만하게 마케팅하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혁신을 떠올릴 때에는 기존의 공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산업을 와해시키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기존의 성공공식을 따르며 천천히 산업을 혁신해가는 기업들도 있다.

이 방식은 오히려 새로운 것보다 더 어려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방식들에서 틈을 발견해, 그 틈을 공략하는 접근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한 새로운 것보다는 이러한 기존 성공공식을 따르는 것이 안정적으로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책에서 말한 것처럼, 유럽은 오래되고 전통적인 것을 고수하고 유지하려하는 모습 때문에 이러한 접근 방식이 더 통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몇년 전만해도 유럽에서 옛 건물을 활용하거나 문화나 전통을 고수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하지 못할까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옛 건물을 유지하되 새롭게 개선하려 하거나, 문화나 전통을 고수하려 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어 참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을 갖추려면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 경험을 통해 취향이 생겨나고, 시간이 쌓이면서 취향이 다듬어진다.좋은 취향이란 곧 좋은 제품 및 서비스를 알아보는 안목이다. 그리고 여행은 취향을 만드는 유용한 수단이다.

책에서 결국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많이 경험해본다는 것. 낯선 환경과 문화 속에 나를 온전히 내던져 보는 것, 그래서 여행이 아마도 취향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저자는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여행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관찰법을 바꾸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보고, 새로운 것들을 지속적으로 도전해보고, 이렇게 좋은 책과 지식들을 얻어가는 것. 그것이 나의 경험을 늘려나가게 하고, 취향을 만들어주고, 나의 안목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439721


매거진의 이전글 #31. 수많은 관계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