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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an 19. 2019

#31. 수많은 관계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를 읽고.

올해 읽은 두번 째 책,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책을 읽다보면, 읽은 직후에 바로 '너무 좋았다!'라고 느낌이 오는 책이 있고, 반대로 몇 번을 곱씹어 봐야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 읽고 난 후에 바로 팬이 되었던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에 비해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는 그러한 부분이 덜 했고 그래서인지 책을 덮은 후에는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쇼코의 미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자꾸 마음에 떠오르는 책이었다.


이 책은 단편집인 줄 알았는데, 여러 단편이 수록된 책이었다. 그 수많은 단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단연 '쇼코의 미소'였다. 이야기는 무뚝뚝하고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할아버지, 그러한 할아버지와 친구가 된 일본인 친구 쇼코와 주인공. 이렇게 총 세명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다. 마침 중환자실에 계신 할머니를 뵙고 돌아가는 길에 읽게 되었는데, 할아버지가 비오는 날 주인공의 자취방을 찾아왔다가 어떠한 내색도 하지 않고 돌아가는 장면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지하철에서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연세가 지긋하고 우리와는 사뭇 다른 세상을 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러한 그들을 이해못하는 우리 세대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 깊이는 내색하지 않는 애틋함이 담겨 있는 것을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최은영 작가는 아픈 현실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김애란 작가와 달리, 꽤나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속마음을 담아냈다. 특히,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이었고, 속마음도 콕 찝어내어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단편 중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에서 가난하지만 그것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순애 언니의 모습을, 평소에 그렇게 아끼고 우선시했던 남편과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킨을 마구 흡입하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그 어떤 감정이 드러나지 않아도 그녀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기분이 들어, 참 표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는 아주 오래 굶은 사람처럼, 숨을 쌕쌕 몰아쉬면서 고기를 씹었다. 이 방에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침을 흘려가며 고기를 먹었다.



단순하게 책에 대한 짤막한 감상을 갖고 독서모임에 갔는데, 생각보다 깊이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코의 미소에 담겨져 있는 단편들은 여러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모른채 각자 보고싶었은 면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잘 담아낸 책이라는 것을.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책에 대한 인상이 더 깊게 남겨져 더욱 와닿았던 책이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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