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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Mar 13. 2020

우연히 운동 시작하기

1993년

운동은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었다. 국민학교 6학년까지 체력장 5등급... 꼴찌라는 말이다. 키도 큰 편이고, 밖에서 뛰어노는 게 일상이었던 나는 운동을 잘 할 것 같이 생긴 어린이였지만, 체력장에서 시험을 보는 운동에서는 영 실력 발휘를 못 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집 앞에 해동검도장이 생겼는데 (일본 검도가 아니다!!!) 동생들의 권유로 아버지, 나, 동생 두 명은 모두 검도장에 다니게 되었다. 매일 한 시간씩 가면 되었는데, 일단 매 수업의 첫 시작은 스트레칭, 잘 하지는 못해도 할만 했다. 그 다음은 코어 운동, 이것도 일단 어떻게든 버티기이니 따라는 갔다. 마지막으로는 목검 수련. 이게 이게 보이에는 제일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정면베기 100개, 기마자세로 100번 목검을 휘두르면 다리도 다리지만 정말 어깨가 빠질 듯 아팠다. 하지만 내가 다녔던 오후 수업에는 꼬마 아이들부터 대학생들, 아저씨들까지, 최소한 초등학생이나 머리 하얀 아저씨들에게는 밀리면 안 될 것 같은 자존심에 이 악물고 하기는 했지만... 다음 날, 허벅지가 찢어질 듯 아프고 온 몸의 근육이 정말이지 너무 쑤셔서 곧 그만 둘거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지, 저녁 운동이 끝나면 도장 1층에 있는 치킨집에서 뒷풀이를 하게 되었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아저씨들 (우리 아버지 포함)이 처음에는 운동 후 맥주를 드시다가, 대학생 젊은이들도 참여하게 되고, 나도 치킨 얻어 먹는 재미에 운동 시간에 꼬박꼬박 참여하기 되었다. 모두 동네 사람이었고, 집도 모두 근처였기 때문에 부담없이 운동 후 한 두 시간 맥주 마시며, 아저씨들은 리즈 시절 이야기, 대학생들은 대학생들끼리 학교 이야기, 난 로망이었던 대학 생활 이야기를 들으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곤 했다.

나의 운동 인생의 시작은 그렇게 동네 지하 해동검도장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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