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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Mar 26. 2020

스페인 어학연수의 꿈은 접어야?

Duolingo로 español 배운다는 것은

스페인 여행 설레발 치기

이번 여름에 마침 바르셀로나에서 꼭 가야 할 학회가 있었다. 20대에 잠시 같이 살았던 베네수엘라 친구 덕분에 스페인어의 매력에 푹 빠진 적이 있었는데, 아싸!! 학회를 핑계로 바르셀로나 가서 한 달은 살아봐야겠다고 그렇게 몰래 계획을 세워봤다. 게다가 한참 재미나게 봤던 스페인 하숙, 알베르게에 대한 로망도 있고, 가게 되면 꼭 며칠이라도 꼭 산티아고 길도 걸어보고... 머리 속에서는 벌써 스페인 열두 번도 더 다녀왔다. 여름이니까 뜨거운 스페인을 즐겨야지 (물론 학회가 제일 중요하지만...), 예쁜 옷 입고 날마다 타파스에 와인 마시고, 춤도 추러 가고...

'나, 스페인 출장 간 김에, 한 달 동안 어학 연수할까 봐!'

라고 남편에게 얘기하자, 남편은 한 술 더 떠서 '간 김에 프랑스어 배우러 파리도 다녀와.'라는 거다 (내가 프랑스어 안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 내가 여행 에너지를 충전해야 남은 몇 개월이 편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서, 그냥 가면 가나보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마음의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미 오래 전에 사 두었던 스페인어 책도 꺼내어 다시 보고, 단어 공부도 조금씩 시작하고... 이제 몇 주 남은 이번 학기가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구나! 하하하하


이번 여름엔 어디 가나...

하지만 갑자기 유럽의 COVIC-19 상황이 악화되면서 학회는 연기되고, 나의 스페인 어학 연수의 꿈도 접어야 했다. 어쩌면 좋아... 아예 기대도 안 했다면 이렇게 실망이나 허탈함이 크지 않았을텐데... 우연히 얻어 걸린 스페인에 어학 연수 가겠다는 욕망은 바이러스로도 꺼지지가 않는구나. 혼자 꿈꿨던 팔랑거리는 드레스 입고 와인 들고 춤추는 나의 모습은 쉽사리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휴가 계획을 세울 수 없는 학기말은 정말 체력적으로 방전, 정신적으로 에너지 고갈의 상태이다. 스페인 대신 갈 곳이라도 생각할 수 있다면 좀 낫겠지만 지금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싱가포르는 게다가 해외에서 들어오면 장소 불문하고 무조건 14일 격리, 그나마 비행기도 거의 없고,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여름에 어디 가냐고!!!


아무튼 스페인어라도 배워보자

이번엔 못 가고 내년에라도 스페인에 가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일단 스페인어 배우기는 포기할 수 없었다. 당장 가지 못 하니, 책은 좀 보기가 싫어졌고, 예전에 테스트용으로 깔아 두었던 Duolingo 핸드폰 앱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영어와 조금 다른 알파벳 레터들이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데, 발음이 약간 다르다. 이건 다행히 전에 배워덨던 터라, 바로 표현 배우기! La mujer, El pan... 아주 기초 단어들부터 시작이다. 나름 재미있다. 

'나는 여자입니다, 나는 영어를 말합니다. 당신은 소년입니다..' 절대 아무도 쓰지는 않지만 언어교재에는 늘 포함되어 있는 그런 문장들부터 시작했다. 나름 매일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단어도 한 두 개씩 기억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하루라도 빠지면 잊어버릴까봐 매일매일 5분이라도 연습을 하게 됐다. 오호! 이러다가 스페인 가기 전에 엄청 잘하게 되는 거 아냐?


내가 배우는 이 문장, 맞는 거야?

아들이 내가 스페인어 배우는 걸 보더니, 자기도 배우겠단다. 곧잘 따라하더니, 생각보다 기억할 게 많다는 걸 알고, 앱을 이리저리 살피던 중 발견한 한국어! '엄마, 난 한국어 배울래!' 한국어를 배우면 빨리 포인트를 쌓아서 아이템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인가 보다.

혼자서 한국어 배우면서, 낄낄거리면서 '여기에 저것이 있습니다.' 따위의 문장을 배운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문장, '침대는 음식입니다'을 보고 아들이 '엄마, 침대가 음식이었어?'. 이거 누가 만든거야? 한국 사람이 감수한 건 맞아? 심지어 영어 번역으로도 틀렸잖아!!!! 갑자기 확 열 받네.

앗, 근데 어디 보자... 그럼 내가 열심히 배우고 있는 스페인어 문장들은 맞는 건가? 어디서 또 이런 웃기지도 않은 문장 배우면서 너무 열심히 했나? 어휴... 

틀린 거 배우면 어때, 내년에 스페인 가서 다시 배우면 되지. 스페인어 배우기가 내 정신 건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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