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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Apr 09. 2020

일주일 간의 온라인 강의

결론: 내 자리는 무사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한 온라인 강의

일단, 내가 대학교에서 이번 학기에 가르치는 과목은 한국어이다. 게다가 두 번째 학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그런 수업이다. 이번 학기가 몇 주 안 남았으니 제발 학기 끝날 때까지만 무사히 수업을 해 보자는 게 처음 심정이었지만,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이건 곧 공식적으로 수업 폐쇄할 모양이다. 그래서 몇 주 전부터 온라인으로 수업을 바꿀 계획을 조금씩 세우고 지난 주부터는 모든 수업을 전면 Zoom 기반 수업으로 바꾸었다.


준비해야 할 것들

일단, 나는 이 과목을 준비하고 가르치고 또 운영하는 사람이지만, 막상 준비를 하다보니 이 과목 하나에 관여하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워낙 큰 과목이라 같이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선생님들이 계시고, 행정 직원, 학생들이 있다. 따라서 나만 준비된다고 그냥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과목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을 준비시키는 것도 나의 일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강사 선생님들과는 몇 주 전부터 미팅을 Zoom으로 진행하고 데모 수업도 해 보고, 또 안내문을 만들어서 배포하였다. 학생들은 뭐, 워낙 이런 온라인 툴에 익숙한 인종들이라서 우리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 했지만, 막상 수업에서는 어떻게 할지 예측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뭘 준비시켜야 할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내가 다른 Zoom 미팅에서 관찰을 해 보니, 사람들이 은근히 비디오를 켜지 않고, 진행자나 교사만 혼자 말하는 듯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온라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진행자 스스로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상호작용이 되지 않아서 수업 진행이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 수업에는 미리 학생들에게 인터넷이 잘 되는 곳에서, 카메라가 달린 디바이스를 사용하고, 수업 내내 비디오를 켜 놓을 것을 미리 메일로 부탁하였다. 


그래서 온라인 수업이 어떻다고?

교실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할 수는 없어서 수업 스타일, 자료, 수업 활동들은 수정하였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고쳐 나갔다. 생각보다 학생들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 같았다. 가끔 방관적인 자세로 내내 있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교실에서도 그런 학생들...), 대부분의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하는 듯 했다. 오히려 적응 못 하고 헤매는 건 나인 듯... 평소에 말이 없던 학생 중에 오히려 온라인으로 옮긴 후 적극적으로 의사표시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약간 나를 게임 캐릭터처럼 오히려 교실에서보다 더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보통 온라인으로 수업을 바꾸면 수업 시간이 짧아진다고들 하던데, 나의 경우에는 좀 더 길어진 느낌이 들었고, 또 학생들을 모니터하는데에 신경을 더 쓰게 되었다. 가끔 학생들이 비디오만 켜 놓고 다른 짓 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같이 교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잡담하는 학생들이 안 보여서 좋았다. 


일주일 후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교육은 교실 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결국은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나같이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는 늘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구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인간과의 접촉없이 배운다는 건, 사실 그 근본 목적에 어긋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옛날, 로제타 스톤 (유럽에서 유행한 외국어 학습 테이프를 파는 회사)부터 시작해서 각종, Duolingo 등의 휴대폰 앱까지, 우리는 왜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언어 배우기를 시도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과 말하면서 배우는 걸 제일 좋아한다. 심지어 혼자 연습할 때에도 거울을 보면서 30분씩 떠들기도 한다. 아마도 이건 개인 성향이겠지만, 언어 뿐만 아니라, 언어학 연구를 하거나 남의 글을 읽을 때에도 소리 내어 읽고 내 생각이나 질문을 말로 소리 내어 정리하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는 것을 느끼는 걸 보면 보편적 특성인 듯 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처럼 학습하는 것을 선호하거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학생 중에는 한 문장 말하려면 정말 한나절 걸리면서 써 온 걸 보면 '와!' 소리나게 써 오는 학생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혼자 앉아서 개인적으로 첨삭받아 가면서, 어떤 지식 정보를 익혀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이 잘 맞을 수도 있다. 

또한 시대적인 요구가 달라지기도 한다. 요즘에는 일대일 소통보다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하는 다수대다수의 소통 방식이 더 자주 이루어질 수 있다. SNS나, Youtube 채널 등이 모두 어떤 특정 개인의 존재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소통방식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소통 환경에 날마다,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목적도, 정보 해독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자기 표현일 수 있다. 이런 소통 환경에서는 유려하고, 아름답고, 정확하고, 중의성의 배제된 그런 세련된 언어 표현보다는 (어차피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대로 남의 말을 해석해서 각자 다르게 듣기 때문에) 거칠고 자극적인 언어 습관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자기가 가장 익숙한 환경인 온라인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편의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속도나 컨텐츠가 개인화된 온라인 수업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나도 Duolingo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냥 밤에 자기 전에 잠옷 입고 누워서 앱으로 문장 읽어 보면서 혼자서 '오늘도 스페인어 배웠네!' 하면서 좋아한다. 


그러면 우리는...

철저하게 인간이 중심인 작업 환경에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온라인이 기회라기 보다는 위협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주일 간의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내가 느낀 건, '이건 기회다!'라는 안도감이었다. '나의 역할'을 학생이라는 인간을 파악하고, 각자에게 어울리는 학습의 길로 이끌어주며 내가 아는 것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할 때에 '아, 나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구나!', 이것이 내가 느낀 여러 가지 감정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온라인 수업은 기회였다. 나의 선생으로써, 학자로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던, 학생들도 선생의 필요를 더 느꼈던 기회였던 것 같다. 물론, 이번 기회를 통해 내 역할의 다각화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난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기본, '언어 교육을 하기 위한 인간에 대한 이해'에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 


한국도 이제 온라인 교육을 한다고 한다. fancy한 온라인 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사들은 분명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난 믿는다. 다만 시간을 주자고 말하고 싶다. 교사가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온라인에서 찾을 때까지, 그렇게 시간을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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