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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Apr 11. 2020

다시 즐기는 옛 취미

정신건강을 위한 그리기

중학교 때까지 화실에 다녔다. 그렇다고 미대를 목표로 하거나 진지하게 그림으로 먹고 살 것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그림 그리는 게 좋았던 것 같다. 화실에 들어서면 나는 물감 냄새, 뭔가 정돈되어 있지 않아 보이지만 매력적인 물건들로 가득 차 있던 화실, 거기에서 마치 우리가 무슨 예술이라도 하는 듯,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소리를 해대던 친구들... 그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도 즐기는 평생의 취미를 하나 얻게 되었다. 지금도 달리기와 함께 나의 적극적 망각을 돕는 하나의 중요한 활동이 되었으니 화실에 다녔던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평생에 보상받고 있나 보다. 특히 여행을 갈 때 여행 노트와 더불어 작은 스케치북과 색연필은 내가 꼭 챙기는 물건! 여행 가서 여유를 즐기기에는, 필 받을 때 아무데나 혼자 앉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만한 게 없다. 진실로 내가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나의 여행 친구: 파버 카르텔 워터컬러 색연필 & 윈저 뉴튼 여행용 팔레트

이번 4월간 싱가포르에서 Circuit Breaker 라는 이름으로 하는 4주간의 전 국민 격리 기간 동안에도 내 최애 취미인 달리기와 그림 그리기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일주일에 30km 달리기는 늘상 하던 일상을 계속하는 거지만, 사실 그 동안 그림 그리기는 애들을 위해 같이 그릴 때가 아니면 집에서는 많이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격리 기간 동안만큼은 시간을 내어 하루에 한 시간쯤 그림을 그리며 나름의 심리적 보상(?)을 해 주고 있는데, 나름 효과도 좋고, 가족들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네.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인, 드가.

드가의 모티프 중 많이 사랑받고 있는 발레리나. 드가 덕분에 나도 발레리나를 그리는 것에 한동안 열중했던 때가 있었다. 오마쥬도 많이 시도했었고, 요즘은 발레리나를 그릴 때에는 보통 실사 발레리나 사진을 찾아 보고 그리면서 인체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 인체 그림 공부는, 내가 사랑하는 유튜버, 이연 작가님이 올려 준 인체 그리기 클립을 많이 참고하는데, 이번 발레리나 그림 그릴 때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 즉, 내가 전통적으로 배운 방법인 전체 비율에서 시작하기 대신에, 이연 작가님의 인체의 각 부분을 각각의 덩어리로 보고 그리기로 그린 발레리나이다.


주제은 '아, 나도 밖에서 훨훨 날고 싶어라!!'






꽃 그리기는 원래 즐겨하던 모티프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자주 애용하는 모티프가 되었다. 일단 움직이지 않고, 수채화를 그릴 때, 웬만하면 아름답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 중에서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라면, 이런 물 조절로 농담이 표현되는 꽃이다. 원래 들꽃이나 꽃송이가 작은 꽃들을 좋아하는데 하나씩 그리기보다는 붓으로 찍어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물 조절로 표현하게 된다. 


꽃 그림도 유튜브 선생님, Shayda Campbell의 채널을 구독하면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 참... 요즘 세상에는 그림까지 유튜브로 배우다니... (나를 포함하여),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이번 격리로 인해서 나같은 집순이도 여러 가지 불편함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덕분에 오랫동안 손 놓았던 취미 생활을 다시 즐기게 되었다. 역시 인생은 새옹지마였을까? 아무튼 이번 격리가 끝날 때쯤, 난 뭘 그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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